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경영이나 경제학이 과학의 범주에 들어오고, 기술이 인문학과 손을 잡고 예술이 되는 시대를 ‘통합’이나 ‘융합’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없어 오늘은 ‘화학’을 꺼내 들었다. 서로 다른 기술, 기능, 개념, 정의 등이 통합을 넘어 하나로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을 이룬다는 개념을 설명하고 싶어서다.

강산은 10년에 한 번 변한다고 하는데, 기술의 진화와 변화의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새롭다. 그로 인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제품의 생명주기가 무척 짧아졌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들의 변화를 관찰하면 본질은 자주 바뀌지 않으나, 기능이나 스타일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한다. 이 추세가 한동안 지속할 듯하다.

▶ 디지털 전환 시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를 맞아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더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특정 기술 영역에서 혁명적 진화가 발생하는 데는 몇 개월이면 충분할 정도다. 단일 분야에서의 혁신을 감당하기에도 벅차, 많은 기업은 기술 발전과 그 속도 앞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진화하고 서로 뒤섞이며 기업의 경영 환경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기술을 매개로 한 혁신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새로 개발될 기술이 불러올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일대학교의 리처드 포스터 교수는 일찌감치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이 뽑은 500대 기업의 40% 이상이 향후 10년 안에 사라지거나 우리에게 생소한 기업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린 디지털 혁명이 기업의 수명을 장기적으로 감소시키며, S&P500을 재편성하고 있다. S&P500은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Standard & Poor)가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수로 꼽힌다.

앞으로도 새로운 조류가 낡은 조류를 밀어내는 주도권 변경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기존의 기업들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안전과 안정성을 목표로 설계된 기존의 조직은 현재 상태가 지속되길 원하며, 급격한 변화를 견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성장을 위한 혁신이 아닌, 생존을 위한 혁신의 요구가 임박한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칠지 예측하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다. 팬데믹 위기는 우리 산업과 기업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폭발적인 혁신에 대비하려면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업무 환경으로의 변화도 감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업이 가속화한 변화 속도에 적응하고, 디지털 전환 태세를 갖춰 새로운 미래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보하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 화학적 결합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융합이다

답은 ‘융합’에 있다. 융합은 ‘다른 것이 서로 구별 없게 하나로 합해지는 일’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융합은 곧 ‘화학적 결합’과 동의어다. 화학적 결합은 수소(H)와 산소(O)가 결합해 물(H2O)이 되는 것처럼, 성질이 다른 두 물질이 만나 전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두 물질이 단순히 결합하는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화학적 결합은 통합보다는 융합과 더 맞아떨어진다.

(사진 = 필자 제공)
(사진 = 필자 제공)

우리에게 익숙한 물, 소금 등은 이온결합 화합물을 포함해 탄생했다. 소금은 나트늄이온과 염소이온이 서로 결합해서 생긴 대표적인 이온결합 화합물이다. 우리가 말하는 보통 명사들을 통해 일상생활의 규칙이 정해지고, 공생하며, 또 다른 물질들로 생성되고 발전해 나간다. 이렇게 화학적 결합은 우주와 자연의 질서이다.

융합, 즉 화학적 결합은 디지털 전환의 각 영역에서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디지털 전환 도구’의 영역이다. 전통적 개념에서의 업무 도구인 ERP, UC(통합 커뮤니케이션), 문서(오피스) 관리 등은 각각 따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단순히 이들을 묶어 데이터를 연동하고 통합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 전환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 이들이 완전히 하나로 섞여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전혀 새로운 솔루션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여러 가지 솔루션을 하나로 모은 물리적인 시스템이 아닌 ‘완벽한 화학적 결합 시스템’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화학적 결합 시스템은 그동안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왔던 디지털 전환을 완성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열쇠가 된다. 기술, 솔루션, 디바이스의 융합(Convergence)은 곧 업무 프로세스의 단절을 줄이고, 이를 연결(Connect)해 처리 속도를 높이며,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기업의 자원 데이터를 공유(Share)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랜 경험까지 누적된다면 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을 길러줄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 전반에 걸쳐 성공한 많은 혁신 기업들이 융합형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확률을 높이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또한 그들은 공통되게 업무의 프로세스 사이사이 끊김을 최소화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끊김 없는(Seamless) ‘좋은 도구’ 없이는 조직 전체의 퍼포먼스 제고가 어렵다는 것을 경험한 결과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반드시 그 기업에 맞는 디지털 전환 도구가 있다. 다시 말해 좋은 도구 없이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으며, 성장을 끌어올릴 핵심 강점이 있더라도 잘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기업 환경에 많은 도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을 받쳐줄 순풍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할 것은 바로 화학적 결합으로 완성된 ‘좋은 도구’를 확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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