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생물의 한 종(種)으로서 인간은 크고 작은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생존해 왔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기업을 둘러싼 사회 환경 변화에 적응한 최적의 형태로 생존을 유지하고 있으며, 때로는 혁신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거나 적응에 실패해서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사회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격변기일수록 이 현상은 더 빠르게, 더 자주 발생한다. ICT(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온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바로 그런 시대이다.

▶ 디지털 전환을 받아들이느냐 vs 저항하느냐

디지털 격변기를 맞이한 변혁의 시대에 기업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생존의 열쇠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문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디지털 전환의 큰 변화 앞에서 많은 기업이 불확실성과 불안을 느끼며 혁신에 저항하려는 면역반응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이 안정적일수록, 견고할수록 마치 생체의 몸 안에서 생기는 면역반응처럼 혁신 저항은 더욱 크고 거세진다. 다만 면역반응은 몸 밖에서 들어온 물질이 생체 자신과 다를 때 자신의 통일성과 개체의 생존 유지 및 종의 존속을 위해서 저항하지만, 혁신 저항은 기존의 권력을 유지하고 굳어진 습관과 안정된 루틴을 깨고 싶지 않는 유지 본능을 위해 저항한다. 

그러나 이는 부정적이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닌 필연적인 과정이다. 마치 코로나19와 싸우며 극복해 나가는 인류의 성장 과정과도 유사하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반응에서 생기는 물질들이 다량으로 분비돼 접종 부위 부종과 통증, 몸살과 발열 증상을 가져온다. 증상이 심할수록 몸의 면역반응이 활발하다는 증거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젊은 사람들이 면역반응이 강해 좀 더 심하게 앓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항체 형성을 위해 반응하는 성장통이다.

코로나19 백신의 면역 활성화 방식 (사진 =  #Amaranth10 = 혁신 SW)
코로나19 백신의 면역 활성화 방식 (사진 = #Amaranth10 = 혁신 SW)

디지털 전환의 항체를 얻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

기업 역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혁신 저항을 심하게 앓으며 성장통을 겪게 된다. 건강한 기업일수록 변화와 혁신 과정에서 더 아픈 성장통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혁신 저항의 면역반응으로 인한 성장통을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항체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 먼저 면역반응의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면역반응은 기존 레거시(Legacy) 시스템과 관행 그리고 조직 문화의 세 가지 요소에서 비롯된다. 먼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기술과 인프라 그리고 여기에 쌓인 데이터는 변경과 통합이 쉽지 않아 변화를 거부하는 근본적 요인이 된다.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 결정 프로세스의 유연하지 못한 관행도 혁신을 방해한다. 이런 요소들이 모이고 쌓이면 혁신에 저항하는 경직된 조직 문화가 기업에 뿌리 깊게 자리 잡는다.

[그림 2] 기업의 디지털 전환 혁신 저항 반응과 성장통 (참고: #Amaranth10 = 혁신 SW) 
[그림 2] 기업의 디지털 전환 혁신 저항 반응과 성장통 (사진 = #Amaranth10 = 혁신 SW) 

이때 필요한 것이 파괴적 혁신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997년 그의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과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며, 존속적 혁신은 기존 시장을 지속하고 유지하려 취하는 혁신 전략이다. 

디지털 전환에는 이 중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아마존, 넷플릭스, 이케아 등은 파괴적 혁신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반면 코닥(Kodak)의 파산은 존속적 혁신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의 실패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코닥은 199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5대 브랜드로 선정됐으나, 2012년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며 '망할 것 같지 않았는데 망한' 기업에 합류했다. 코닥의 파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 필름 카메라 방식의 성공에 도취해 존속적 혁신 전략을 취하며 디지털 패러다임의 전환과 대중화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분석한다.

기업의 생리는 인체와 같아서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순조롭게, 또 때로는 격렬한 면역반응으로 성장통을 겪으며 면역력을 키우고 이를 내재화하면서 결국 항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혁신을 거부하는 저항선을 넘어서면 성장이 보이며 그 성장의 노하우로 미래를 예측하고 혁신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시험받는 지금의 디지털 격변기에 더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의 혁신 항체를 갖추고 이를 통해 기업 성장의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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