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사진 = 케이글로벌타임스)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사진 = 케이글로벌타임스)

얼마 전 모 경제신문에서 ‘애플의 아이폰 인도 생산 비중 확대 계획’을 예로 들며,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관련 기사에서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18년 이후 금년까지 불과 4년 사이에 1/10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중국에 대한 투자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글로벌 공장' 중국이 와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제로코로나 정책과 지정학적 분쟁의 여파로 다국적 기업의 관점에서 안정적 투자처로서의 중국에 대한 매력도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정학(geopolitics)이 투자의사 결정의 중요요인으로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在中 유럽상공회의소(European Chamber of Commerce in China)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374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1%가 중국 사업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여전히 응답자의 36%는 투자 계획을 변경할 의사가 없으며, 46%는 그러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반응했다.

과연, 脫중국 현실화는 사실일까? 다양한 측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우리에게 제시하는 시사점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최근 4년간 지속 증가하며, '21년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 FDI

UNCTAD 통계 기준으로 지난 18년부터 21년까지 중국에 대한 FDI는 연평균 9.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속 증가세를 보였다. 18년 1,383억불 수준이던 중국 FDI는 21년 약 1,810억불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년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對中투자는 19년 대비 5.7% 증가하며, 같은 기간 35.0%의 감소세를 보인 全 세계 FDI와 대조를 이뤘다.

투자자금의 흐름(Flow)과 더불어 외국인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자금의 누적(Stock)치 통계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4년간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FDI 누적치도 ‘18년 1.62조불에서 ’21년 2.06조불 규모로 연평균 8.2%의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 출처 : UNCTAD
* 출처 : UNCTAD

공식적인 UN 통계 기준, 최근 수년간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전체 FDI는 Flow와 Stock 모두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 ‘22년 상반기 중국 FDI, 전년동기대비 23.5% 증가

중국 상무부(商务部) 통계 기준, 22년 상반기 중국에 대한 FDI는 1,123.5억불로 전년동기 909.6억불 대비 23.5% 증가했다. 통계가 공개된 가장 최근 지표인 8월까지 실적도 1,384.1억불로 전년 같은 기간의 1,137.8억불 대비 21.6%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 출처 : 중국 상무부(中华人民共和国商务部 )
* 출처 : 중국 상무부(中华人民共和国商务部 )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치는 등 중국 경제 전체에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9월 중국 성장률을 2.8%로, IMF도 10월 전망에서 3.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FDI는 '22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 최근 5년간 전 세계·중국 그린필드 FDI의 감소 추이

서두에서 언급한 모 경제신문의 중국 FDI에 대한 감소 전망은 '그린필드 FDI'에 한정하여, 'fDi Market'의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FDI Market’은 영국 Financial Times의 FDI 분야 전문 계열社로, UNCTAD에서도 매년 World Investment Report 발간 時 그린필드 FDI 통계를 참조하는 곳이다. 다만, ‘FDI Market’의 통계는 공개된(announced)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자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통계를 취합한다는 것에 일정 정도의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fDi Market'이 매년 그린필드 FDI 트렌드를 분석해 발표하는, ‘THE fDi REPORT’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최근 5년간 전 세계와 중국의 그린필드 FDI 추이를 비교해 보았다.

* 출처 : THE fDi REPORT 2018, 2020, 2021, 2022 (‘18년 데이터는 ’17년, ‘19년 데이터를 활용하여 추정함)
* 출처 : THE fDi REPORT 2018, 2020, 2021, 2022 (‘18년 데이터는 ’17년, ‘19년 데이터를 활용하여 추정함)

‘THE fDi REPORT’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결과, 서두의 경제신문과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18년 정점 기록 후, 19년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인한 소폭 감소에 이어, 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격한 감소세 기록 및 ’21년 그린필드 FDI의 더딘 반등의 모습은 전 세계와 중국 그린필드 FDI의 공통된 모습이었다.

해당 기간 전 세계와 중국 그린필드 FDI의 상관계수는 0.9535로 아주 강한 동조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 중국의 그린필드 FDI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같은 기간 전 세계 그린필드 FDI 자체가 위축됐었다는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최근 5년간 그린필드 FDI 감소는 전 세계적인 공통적인 현상이며, 이를 중국만의 특징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중국의 전체 FDI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FDI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점의 전략적 對韓투자 유치 필요

일반적으로 더닝(Dunning)의 분류 방법을 준용하여, FDI 동기를 ➀시장추구형, ➁자원추구형, ➂효율성 추구형(efficiency-seeking), ➃전략적 자산 추구형(strategic asset-seeking) 이상 4개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중국에서 철수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해당 기업의 최초 중국진출 동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약 중국의 방대한 내수시장이나, 필수핵심 광물 자원 또는 낮은 인건비를 활용한 생산의 효율성을 추구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었다면, 대체 투자처로 우리나라를 선택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막연히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에 주목하기보다는 팬데믹 이후 지정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환경변화 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에 부합하는 투자를 전략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금년 중국發 對韓투자의 경우 식품, 섬유 등 기존 주력 전통산업 투자 비중은 지속 감소하는 반면, 전기·전자, 화공, 기계장비·의료정밀업 등 핵심 제조업 관련 업종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차전지, 반도체 소재 등 소위 新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GVC(글로벌 가치 사슬) 결합 목적의 전략적 투자가 유입되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 관련 이슈,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신장 위구르(Ugyhur)족 이슈 등으로 인해 지정학적 이슈가 지속·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해서, 우리에게 무조건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FDI 위축세가 우리에게 절대적인 기회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분석 결과 對中투자가 감소했다고 단정 짓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중국도 저임금을 활용한 단순 OEM 방식의 생산에서, 핵심 제조업·신산업 분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세계 공장의 와해’가 아닌, ‘세계 공장의 품목 변경’을 도모하는 것이다.

명확하지 않은 통계에 주목하기보다는, 철저히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관점에서, GVC의 전략적 강화에 부합되는 외국인 투자유치에 집중하는 일관된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외투연구센터‘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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