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 data-cke-eol="1">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사진 = K글로벌타임스)<br>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사진 = K글로벌타임스)

[K글로벌타임스]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 신화가 화제다. 앨범 발매 후 무려 7개월이 지난 뒤에 멜론차트 톱 100에 진입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멜론 등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자료 : (왼쪽) 가수 ‘윤하’ 뮤직 비디오 캡쳐 / (오른쪽) 나무위키<br>
자료 : (왼쪽) 가수 ‘윤하’ 뮤직 비디오 캡쳐 / (오른쪽) 나무위키

그런데 ‘사건의 지평선’, 즉 ‘Event of Horizon’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용어로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되는 경계면’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블랙홀의 경계선을 들 수 있다. 블랙홀로 빠진 이후에는 빛을 포함한 어떠한 정보도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사건의 지평선을 ‘블랙홀의 경계선’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 경기침체 경계선상의 힘겨운 줄다리기

요 며칠 세계 경제 특히, 미국의 경제를 지켜보면 경기침체 진입 국면의 경계선에서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본격적인 경기침체 단계 진입이냐 아니면 연착륙이냐를 놓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12월 13일, 美 노동부가 11월 CPI(소비자물가지수)를 전년 동월 대비 7.1% 상승한 것으로 발표하자 시장은 환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예상치였던 7.3%를 하회하는 수준이었으며, 2021년 12월 이후 최소 오름폭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CPI가 약 40년 만의 최고치였던 9.1% 기록 이후 다섯 달 연속 둔화세가 지속되며, 인플레이션이 드디어 정점을 찍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美 Fed(연준)가 드디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소위 피벗(방향 전환) 기대감도 상승했다.

12월 14일, 美 Fed는 시장의 기대대로 기준금리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15년 만의 최고 수준인 4.25~4.50%로 상승했지만,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 따른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도 불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점도표에 의한 2023년 말 금리는 5.00~5.25%로 예상되는 등 당분간 高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12월 15일, 美 상무부가 미국의 11월 ’소매판매‘ 지수가 전월대비 △0.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1월 소매판매 감소치는 금년 들어 최대 폭 감소 기록이며, 블룸버그 예상치 △0.2%를 현저히 밑도는 수준이었다. 블룸버그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이 있는 11월의 소매판매 급감은, 미국의 상품 수요가 힘을 잃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급격히 확대되며 시장은 다시 급랭했다.

하루하루 발표되는 지표를 지켜보며 시장이 일희일비하고 있다. 마치 두 세력이 경기침체라는 사건의 경계선에서 줄다리기하는 것 같다. 그저 아낌없이 반짝이던 경기 호황의 별들이 조금씩 옅어져, 경기침체의 블랙홀에 빠져 사라지지 않기를, 사라져 버린 아스라이 하얀빛의 추억을 하나, 둘 떠올리며 많이, 많이 그리워하는 그런 날들이 도래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FDI 실적둔화의 경계선

지난 10월, UNCTAD가 Investment Trends Monitor No.42를 발간했다. 2022년 상반기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는 2021년의 강력한 성장 모멘텀이 2022년 1기까지 지속된 영향으로 전년 동기 7,680억불 대비 14% 증가한 8,720억불 기록했다는 반가운 분석이었다. 그런데 UNCTAD는 2022년 상반기와 전년 상반기 대비 실적보다는, 2022년 2분기 FDI가 금년 1분기 대비 급감하는 점에 주목했다. 2022년 2분기 글로벌 FDI 실적이 1분기 대비 무려 31% 감소했다는 것이다. 러·우戰, 全 세계적인 식량·연료 및 금융 위기, 인플레이션, 이자율 상승과 경기침체 현실화 우려 등을 2022년 2분기 글로벌 FDI 둔화세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UNCTAD는 이러한 요인들이 지속되는 한, 2022년 FDI가 지정학적(geopolitical)·경제적(economic) 위기로 인해 암울(bleak)한 상황이 지속·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UNCTAD의 이러한 우려와 전망을 체감하기 힘들었다. 2022년 3분기까지 우리나라 FDI 실적은 신고기준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하는 등 2021년에 이어 투자 호조세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2022년 3분기 우리나라 FDI는 신고기준 215.2억불로 전년 동기의 182.1억불 대비 18.2% 상승했으며, 사상 최단기 200억불을 돌파했다.

그런데 2022년 4분기 들어 우리나라의 FDI 유입세도 둔화되고 있다. 최근 5년(2017~2021년)간 4분기 평균 FDI가 92.1억불인 반면, 금년 4분기(12월 15일 기준) 43.7억불로 예년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UNCTAD에 의해 보고된 2022년 2분기 글로벌 FDI의 급격한 둔화세가 6개월 뒤인 4분기 우리나라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물론 아직 12월이 절반이나 남아 있고, 일반적으로 12월 말에 FDI 유입이, 그것도 대형투자가 집중되었던 점을 고려할 때, 아직 속단은 이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2022년 FDI 전체 실적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도

20‘23년을 전망하면서 세계 경제의 침체 현실화 우려 확대와 글로벌 FDI의 급격한 둔화세는 여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경기침체라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블랙홀로 빠져 버리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런데 설령 2023년 세계 경제가, 특히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의 나락에 빠진다 해도, 솔직히 두렵기도 하지만 그곳은 끝이 아닌 새로운 길모퉁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FDI는 그리고 한국경제는 그곳에서도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 나갈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서도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K글로벌타임스 케이글로벌타임스 ]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