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업 Kearney는 매년 4월 FDI 관련 지수인 FDI Confidence Index를 발표한다. 관련 지수는 전 세계 30여 개국의 연 매출 5억 불 이상 글로벌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향후 3년 내 직접투자 가능성이 큰 국가·시장을 묻는 설문 결과를 기초로 산출된다.

다국적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제 직접투자 가능성을 묻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FDI에 대한 비교적 합리적인 예측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3년 발표된 Kearney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시사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세계화 및 세계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 지속

2023년 FDI Confidence Index는 투자자들이 FDI, 세계화 및 세계 경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향후 3년간 FDI 수준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응답자의 약 2/3가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기보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공급망 차질·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둔화, 주요 경제권의 노동 시장 재조정 및 중국의 리오프닝(제로코로나정책 폐기)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또한, 조사대상자 82%가 향후 3년간 FDI 확대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6%p 증가한 수치다.

사진=2023 FDI Confidence Index, Kearney Analysis
사진=2023 FDI Confidence Index, Kearney Analysis

Kerney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경제적·지정학적 충격에도 불구, FDI와 세계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전망을 ’신중한 낙관주의(Cautious optimism)‘라고 표현했다.

 

세계화와 FDI에 대한 낙관적 전망 속, 지역화 확산 가능성 동의

응답자 66%가 향후 3년간 세계화가 확대될 것으로, 23%만이 위축될 것으로 답변하여 세계화가 앞으로도 FDI의 중추적 동력(central force)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설문에 참여한 투자자의 80%가 사업 운영이 고도로 세계화된 가치 사슬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사 이익에 도움이 되는 세계화된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대다수 투자자는 세계화의 이점을 믿고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향후 3년 동안 더 많은 지역화(localization)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복원력(회복력) 제고를 위해 리쇼어링 등을 통한 지역화 및 자국우선주의(self-sufficiency measures)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도 동의했다.

이는 세계화는 지속되겠지만 지역화 추진이 확산됨에 따라 세계화의 성격이 수정될 수 있고, 향후 수년간 역풍으로 난기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3년 FDI Confidence Index 상위 순위, 선진국 선호 현상 지속

이렇듯 세계 경제 위험성에 대한 인식, 지역화 및 자국우선주의(self-sufficiency measures) 정책에 대한 동의 등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는 2023년 FDI Confidence Index 상위 순위가 선진국에 집중된 점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신뢰도 지수 상위 25개국 중 19개국이 선진국으로, 선진국에 대한 투자자의 높은 선호도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을 제외한 상위 10위권 국가가 모두 선진국이며, 상위 5개국은 지난 5년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1년 연속 FDI Confidence Index 1위 지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미국의 신뢰 지수 상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투자 인센티브 제공 및 초당적 인프라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 시행 등에 기인한다.

상기 표는 필자가 재구성한 것임. 국가명의 노란색 바탕이 6개 신흥국, ‘23년 순위 푸른색이 신규 순위 합류 3개국을 의미함.<br>
상기 표는 필자가 재구성한 것임. 국가명의 노란색 바탕이 6개 신흥국, ‘23년 순위 푸른색이 신규 순위 합류 3개국을 의미함.

미국, 캐나다 등 신뢰도 지수 상위권 국가는 각 영역에서 확고한 리더로 입지를 굳건히 한 반면, 신흥국의 경우 신뢰도 지수가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최근의 환경 변화 속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는 동시에 기존 목적지에 가장 근접하게 투자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시아 지역 경제의 역동성 반영

2023년 FDI Confidence Index는 아시아, 특히 아시아 지역 신흥국의 역동성을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중국이 신흥국 중 유일하게 10위권 내인 7위를 차지했으며 인도(16위), 태국(23위), 사우디아라비아(24위)가 각각 상위 25위 목록에 재합류했다.

중국이 10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는데, 이는 중국의 리오프닝 정책에 따른 낙관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향후 3년간 글로벌 평균 2.5% 대비 6.3%의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 등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이 부각되며 16위로, 태국은 제조업 성장 및 관광 부문 회복과 민간 소비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이 작용하며 5년 만에 23위로 상위 랭킹에 재편입했다.

또한, UAE와 카타르, 사우디가 상위 25위권에 포함된 점은 이들 걸프만 국가의 경제 개혁 의제 및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아시아 선진국으로는 일본이 5년 연속 상위 5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싱가포르가 2022년 예상보다 높은 3.6%의 경제성장률에 힘입어 18위에서 9위로 순위가 급등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대비 3단계 하락한 19위를 기록했는데, 보고서에 특별히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2022년 순위 대비 한국을 추월한 싱가포르(18위→9위), 인도(순위 外→ 16위), 포르투갈(19위→14위) 가운데 싱가포르의 순위 상향 요인이 2022년 선진국 평균 2.6% 대비 높은 경제성장률(3.6%)인 점과 인도의 순위 상향 요인 또한 향후 3년간 글로벌 평균 2.5% 대비 기대되는 높은 경제성장률(6.3%)인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낮은 2022년 경제성장률(2.6%)과 2023년 성장률 전망이 순위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화 트렌드 변화 대응 필요성 강조

2023년 FDI Confidence Index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세계화 지속 전망 속, 지역화 전략이 확산됨에 따라 세계화의 성격이 수정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 및 투자 전망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공하며, 기업들이 ’세계화‘ 트렌드 변화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광범위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해 왔지만, 지역화 및 세분화가 심화됨에 따라 창의적인 신규 전략 수립 필요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우리 기업들이 ‘세계화’의 트렌드 변화와 관련하여 빠르게 진화하는 위험과 기회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이에 기반한 전략을 수립·추진해야 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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