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지리경제학적 분열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러·우戰 발발 이후 극심한 공급망 위기를 겪은 많은 나라들이, ‘자국 안보와 전략적 핵심 요소’라는 명분 아래, 일부 원자재와 반도체와 같은 품목의 무역이나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가 어렵게 일궈온 ‘세계화’, ‘자유 무역’, ‘세계 경제 통합’이나 ‘인류 공동 이익’ 등의 가치보다 ‘국가 안보’가 우선시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의 영향과 그 비용은 어느 수준일까? 최근 발표된 IMF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의 비용과 FDI(외국인직접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무역·투자 규제 조치 사상 최고치 기록

먼저, IMF는 지난 10년간 각국에서 발표한 국가 간 무역 또는 투자에 대한 각종 규제 조치 수가 급증하여, 20세기 후반 이후 지속된 자유화의 흐름을 역전시켰다고 평가했다. IMF가 분석한 Global Trade Alert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에는 상품, 서비스 및 투자에 대한 전 세계적인 규제 조치 수는 전년 대비 14.2% 증가한 2,845개에 달했다. 이는 2013년의 419개보다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투자 제한 규제는 2022년 239개로 전년도의 50개 대비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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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MF, THE COSTS OF GEOECONOMIC FRAGMENTATION (JUN-‘23)

팬데믹 기간 많은 국가에서 백신 및 식품과 같은 의료·필수재의 수출을 제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보호주의 기조는 더욱 강화되었으며,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과의 동맹국 간 경쟁으로 보호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관세 및 수출 제한 조치 등의 무역 규제는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원자재와 반도체를 포함한 분야로 확산되었다. 보호주의가 양적·질적 측면에서 더욱 심화·확대되고 있다.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의 비용

IMF는 각종 보호주의 조치에 의한 ‘지리경제학적 분절화’가 다국적 기업의 비용 증가와 더불어 전 세계 GDP의 성장을 제한하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두 개의 배타적 경제 블록으로 분열되어 하나는 미국과 EU에, 다른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에 정렬되는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IMF는 ’지리경제학적 분절화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을, 견고한 배타적(적대적) 블록이 형성되어 국가들이 다른 국가와 거래를 중단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을 정도로 현재의 긴장이 더욱 고조된 모습‘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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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MF, THE COSTS OF GEOECONOMIC FRAGMENTATION (JUN-‘23)

관련 보고서에서 IMF는 지리경제학적 분절화 수준에 따른 시나리오별 분석을 통해, 분절화 비용을 추정했다. IMF는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우와 ’전략적 디커플링‘ 단계로 구분했다.

우선, ➊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우, IMF는 글로벌 경제가 전 세계 GDP △2.34% 수준의 영구적인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관련 시나리오에서 저소득 국가들이 GDP △4.25% 수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저소득 국가는 일반적으로 원자재를 포함한 주요 제품의 수입과 수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지리적 경제 분열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게 된다는 이유다. 이러한 GDP 손실은 저소득 국가 부채 위험을 더욱 심화시키고, 식량 문제부터 사회적 불안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IMF는 저소득 국가와 신흥국들이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와 각종 규제 조치의 ’십자포화(crossfire)‘에 휘말려, 주요 수입 및 수출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IMF는 지리경제학적 분절화보다는 덜 심각한 ➋ ’전략적 디커플링‘ 시나리오에서도 글로벌 GDP가 △0.2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시나리오는 러시아와 미국·EU 간은 모든 무역을 전면 중단하되, 중국과 미국·EU 간에는 첨단 분야 무역만을 제재하는 수준의 결별을 의미한다. 특이한 점은 전략적 디커플링 수준일 때, 일부 저소득 국가의 경우 약간의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러시아의 주요 공급업체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보유한 저소득 국가의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양한 경제권에서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세계 경제의 분절화는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보호주의 경향이 지속·강화된다면, 다국적 기업들은 수입 원자재·중간재 등에 더 많은 관세를 지불하거나, 대체 공급업체로부터 조달해야 하는 등의 비용 증가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 증가는 또한, 해외 시장에서 해당 다국적 기업 제품의 경쟁력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GVC의 조정·재편 비용도 발생하게 된다. 특정 제품의 경우 GVC 조정 프로세스 자체가 까다로울 수 있다. 파편화 정도와 범위에 따라 GVC 조정·재편 비용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 IMF는 조정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경우, 전 세계 GDP 손실이 △7%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FDI도 이러한 지리경제학적 파편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지난 4월 발표된 IMF의 경제전망 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에 의하면 FDI 흐름, 또한 점점 더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보다 지정학적으로 정렬된 국가를 향하고 있다.

지리경제학적 분열은 국경 간 자유로운 자본 흐름을 방해하고, 국가의 외부 자금 조달 옵션을 감소시키면서 경제 발전을 제한할 수 있다. FDI의 위축은 해외 다국적 기업과의 GVC 결합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을 통한 혁신성장의 가능성 등도 동반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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