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지난 1월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보고서(Investment Trends Monitor)를 통해 중국의 ‘22년 신규 그린필드 투자가 전년 대비 건수 기준 31%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UNCTAD는 지정학적 이슈와 공급망 문제 등으로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FDI(외국인직접투자)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상반된 통계도 존재한다. 세계적인 정보제공업체 Trading Economics는 ’22년 중국의 FDI 규모를 전년의 1,734.8억 불 대비 소폭 증가한 1,891.3억 불로 발표했다. 이러한 혼선은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 발표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상의 충돌에도 불구, 全 세계 제조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 변화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견해를 같이한다. 대다수가 무역과 투자 관련 중국의 성장세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에도 동의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이처럼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감소시키고 있는 것일까?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전환하는 몇 가지 요인을 살펴보았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

최근 수년간 중국의 인건비는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같은 주변국 대비 현저히 높은 비율로 상승했다. ILO(국제노동기구) 통계 기준, ‘11년~’20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인건비는 연평균 9.1%의 속도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태국은 4.2%, 말레이시아는 1.9% 수준의 증가에 그쳤으며, 베트남이 7.7%의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료 = ILO (Average monthly earnings of employees by sex and economic activity)
[사진=ILO(Average monthly earnings of employees by sex and economic activity)]

급여 수준 또한, 월등히 높다. ILO ‘종업원 월평균 소득(Average monthly earnings of employees)’ 기준 중국의 월평균 급여는 1,175.94불 수준인 데 반해,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절반 수준인 490.27불, 697.75불에 불과하다. 가장 주목받는 신흥국 시장 중 하나인 베트남의 296.28불과는 거의 5배 차이가 난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가성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국적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다른 시장을 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UNCTAD 통계 기준, 중국은 최근 30년(1992~2021년)간 연평균 13.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중국의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은 한때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경제는 상당한 둔화세를 경험하고 있다.

‘02년~’11년까지 10년 동안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9.9%였던 것에 비해 ‘12년~’21년까지 10년간 중국의 성장률은 8.2%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태국(2.7%), 말레이시아(1.8%), 인도네시아(2.9%)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베트남(6.9%)과 인도(6.1%)의 성장률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월 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22년 중국의 GDP 성장률을 3.0%로 추정했다. 이는 인도(6.8%)·말레이시아(6.7%)의 절반 수준이며, 인도네시아(5.3%)보다 낮은 수치로, 주변국보다 중국의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중국의 노동 생산성(labour productivity)도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 ILO 데이터에 의하면 ‘12년~’21년까지 최근 10년간 중국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6.5% 수준이었으나, ‘20년에서 ’21년에는 3.6%, ‘21년에서 ’22년에는 3.4%로 성장세가 지속 둔화되고 있다.

 

공급망 문제의 심화

美·中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그리고 러·우戰을 거치며 세계화 시대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며 아주 좁고 길게 구축되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위기를 겪게 되었다. 특히, 상당수 국가는 팬데믹 기간 원자재와 부품을 중국에서 자국으로 가져오는 데 있어 공급망의 많은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국가 핵심 전략기술 및 관련 제품은 물론, 보건·의료 분야와 에너지·원자재·식량 등이 단절 없이 자국에 조달될 수 있도록 리쇼어링(reshoring) 및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중국의 제조 기지를 축소하고, 자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장려하는 조치(보조금 포함)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반도체 자국 내 생산을 목표로 하는 반도체법(US Chips Act)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 양국 간 무역 규모가 급감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상황은 매우 다르다. ‘22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서로에게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사진=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사진=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미국은 ’22년 미국 전체 수출의 7.5%인 1,538.4억 불 상당의 상품을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은 캐나다(3,561.1억 불)와 멕시코(3,493.4억 불)에 이어 미국의 세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또한, ‘22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미국 전체 수입의 16.5% 비중인 5,367.5억 불 규모의 상품을 수입했다. ‘22년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최대 수입 파트너였다.

중국 해관총서(中国海关总署) 통계에서도 유사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22년 중국은 중국 전체 수출의 16.2% 비중인 5,817.8억 불 상당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전체 중국 수입의 6.5%인 1,776.4억 불 규모의 상품을 수입했다.

그런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양국 간 무역 규모의 증가세에도 불구, 美·中 패권 경쟁의 영향을 ’양국 간 교역 증가율‘ 감소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22년 미국의 對中 수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에 그쳤다. 이는 동기 다른 모든 국가에 대한 미국의 수출이 19.2%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미국의 對中 수입은 전년 대비 6.3% 증가했는데, 이 역시 다른 모든 국가의 연간 성장률 16.5%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양국 간 교역 성장세 둔화는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라고 판단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곧 美·中 무역 규모의 정점을 목격할 수도 있다.

 

지정학적 불안정성 심화

중국은 권위주의적인 단일정당(one-party) 정부이며, 환경 문제와 불평등에 대한 서방의 감시를 받고 있다. 또한, 신장(Xinjiang)지역 위구르(Uyghur)족과 투르크 무슬림(Turkic Muslims)에 대한 차별과 탄압 그리고 티베트(Tibetan) 문화 제거 시도에 관한 의혹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수행하는 군사훈련에 따른 불안감도 증폭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독일 정부는 자국 반도체기업의 중국 매각을 잇달아 금지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반도체 관련 기술적·경제적 주권과 독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 취득 시 공공안전과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22년 2월 러·우戰 발발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특별한 관계는 중국에 대한 서방 국가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의 투표에서 기권한 35개국 중 하나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첩보 기구(spy balloon)로 의심되는 미확인 물체를 격추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의 블링컨(Blinken) 국무장관은 중국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양국 간 호재보다는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모양새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안정성의 심화는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식 현대화 추진, 멀어지는 회복

지난 ‘13년 시진핑(习近平)의 국가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유훈과도 같았던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대신, 대국굴기(大國堀起, 강대국으로 도약)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패권국가 미국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미국 내에서도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후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오는 3월 개최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준비에 착수하며, 집권 3기가 본격 시작되는 올해를 ‘중국식 현대화’의 원년으로 삼고, 이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식 현대화가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의 유일하고 정확한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식 현대화란 중국인들의 궁극적 열망인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즉,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추측된다.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나 인권·환경 문제 등 서방의 아젠다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중국의 꿈 실현에 더욱 집중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의 큰 파도를 헤쳐온, 세계 경제에 美·中 관계 회복의 미항(美港)은 아직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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