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사진=K글로벌타임스]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사진=K글로벌타임스]

[K글로벌타임스] 2023년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 속,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 또한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 등 2022년의 경제 혼란 상황이, 금년 상반기 글로벌 FDI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UNCTAD는 보고서(Investment Trends Monitor No.44)를 통해, 2023년 상당수 경제권이 경기침체(recession)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따라 글로벌 FDI도 약세(weak)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반면에 IMF는 같은 달 발표한 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에서 미국 등 주요국 경기 회복 기대 속에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 대비 0.2%p 상향 조정한 2.9%로 발표했다.

국제기구 간 경제 전망마저 엇갈리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 2023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와 이에 따른 글로벌 FDI의 주요 트렌드를 전망해 보았다.

 

2023년 세계 경제 이슈 ① 인플레이션

IMF는 지난 1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2022년 8.8%에서 2023년 6.5%, 2024년 4.3%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주요국 통화 긴축정책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국제 에너지 및 상품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해 3분기에 소비자 물가가 이미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IMF가 예측한 2024년의 4.3%도 팬데믹 이전 3년(2017~2019) 평균 3.5% 대비 여전히 높은 수치다. 기록적인 상승세는 진정되더라도 당분간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금융시장과 경기를 망쳤던 1930년대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를 재현하지 않으려는, 美 Fed의 고금리 기조 또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뉴욕 연은 총재 등 美 Fed 인사들은 미국의 강한 노동시장을 근거로 연일 매파적 발언을 내놓고 있다.

IMF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독일을 포함한 대다수 EU 국가들의 2023년 경제는 경착륙(hard landing)이 예상된다. 독일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1.9%에서 금년 0.1%로 성장률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나, 역성장은 면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2.6% → 0.7%), 이탈리아(3.9% → 0.6%), 스페인(5.2% → 1.1%)과 유로존(3.5 → 0.7%) 전체적으로도 유사한 모습이다. 다만, 영국(4.1% → △0.6%)은 역성장이 전망되는 등 경기 침체(recession) 단계 진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미국(2.0% → 1.4%)은 유럽과 비교해 인플레이션 통제 능력 등으로 인해 연착륙(soft landing)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3.0% → 5.2%)도 리오프닝 기대감 속에 연착륙 쪽으로 전망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지속되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 많은 기업이 2023년 상반기에는 확장(expansion)보다는 통합(consolidation)에 집중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기업 경영전략 운용은 2023년 상반기 글로벌 FDI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자면 2023년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준은 일부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다국적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2023년 상반기 글로벌 FDI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세계 경제 이슈 ② 러·우戰

2022년 2월 발발한 러·우戰은 특히, 우크라이나 경제를 황폐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일으켰다. 양국 주요 재화의 全 세계 교역량이 급감하며, 앞서 살펴본 인플레이션율 상승을 부추겼다. 초기 전망은 석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일부 재화에 국한되었으나, 점차 여러 산업에 파급되며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었다.

러·우戰 여파로 에너지·원자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세계 경제에 대한 인플레이션 압박도 지속·심화되었다. 2023년 공급망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러·우戰이 지속되는 한 여전히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압박이 지속될 것이다.

 

2023년 세계 경제 이슈 ③ 경기 침체 위험

IMF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 약 20여 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1% 미만이 될 것이며, 그중 대다수는 연중 특정 시점에 경기 침체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IMF의 저성장 예측 관련 국가의 FDI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된다. 2023년 상반기 글로벌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한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계 경제 여건이 개선된다면, 하반기 글로벌 FDI의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2023년 글로벌 FDI 트렌드 ⑴ 프렌드쇼어링 가속화

美·中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러·우戰을 거치며 세계 경제는 급격히 블록화·파편화(fragmentation)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화 시대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며 아주 좁고 길게 구축되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위기를 겪게 되었고, 이의 재편이 요구되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방식 중 가장 자주 거론되는 ’프렌드쇼어링‘은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간에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대상 품목도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국가 핵심 전략기술 및 관련 제품은 물론, 보건·의료 분야와 에너지·원자재·식량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중국 등 특정국을 배제한 프렌드쇼어링 추진과정에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함 원자재 공급처와 인건비를 포기하고, 차선책을 선택해야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넓고 짧은 복수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 비용 상승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러한 생산비용 증가는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어 결국 물가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Financial Times 계열 FDI 전문조사기관인 ‘fDi Markets’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對中 투자는 거의 절반으로, 對러시아 투자는 거의 100% 감소했다고 한다. 대신 미국은 지난 한 해 동안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우호적인 아시아 국가에 대한 FDI 프로젝트를 강화했다. 참고로 지난해 미국發 對韓 투자 규모도 86.9억 불로 2021년의 52.6억 불 대비 65.2% 증가했다.

한편, 동유럽에서도 미국은 러시아 대신 폴란드와 아르메니아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2023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공급망 재편을 위한 프렌드쇼어링을 더욱 가속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글로벌 FDI 트렌드 ⑵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

러·우戰은 유럽의 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fDi Markets 데이터에 의하면, 2022년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에 3,426.9억 불 규모의 투자가 발생하며, 4년 연속 글로벌 FDI 1위 산업 분야의 지위를 굳건히 했다.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는 신재생에너지에 국한되지 않았다. 러·우戰 발발 이후 높은 가격과 공급 제약 속에서 석유·가스 추출 부문에 대한 FDI도 급증했다. 지난해 석유·가스 분야는 러·우戰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여파로 글로벌 FDI 상위 10대 분야에 복귀했다.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회피하려는 에너지 시장의 지리적 재조정 시도와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활용 촉진까지 2023년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글로벌 FDI 트렌드 ⑶ 對中 투자 둔화

fDi Markets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對中 FDI는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자료를 대략 종합해 보면, 그린필드 투자의 경우 건수 기준 약 30%의 감소세가 예측된다. fDi Markets은 생산 비용 증가, 공급망 문제 반복, 과도한 의존성 회피, 코로나19에 의한 봉쇄 및 지정학적 긴장 심화 등을 對中 투자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2023년 對中 투자 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들은 주변 국가에 대한 FDI를 계속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도는 脫중국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2022년 사상 최대 규모의 FDI 프로젝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FDI 대상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에 대한 투자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2023년 지속·심화되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對中 투자에 대한 새로운 조정 국면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중한 접근 방식과 소규모 프로젝트 추진 예상

2023년 상반기 글로벌 투자자들은 FDI에 대해 더욱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에 대한 부정적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Big Tech 등 다국적기업들은 2023년 공격적 확장보다는 M&A 등을 우선 고려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도 대형 프로젝트가 아닌 소규모 프로젝트를 활용한 잠재적 자원의 재활당(reassignment) 및 전략적 통합(consolidate)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경제의 개선은 글로벌 FDI 흐름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필수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2023년 글로벌 FDI 약세 전망이 인플레이션과 같은 주요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편, 2020년 이후 여전히 취약한 상황인 개발도상국 SDG(지속가능개발목표) 부문 투자 등은 2023년에도 우선순위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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