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기업신용 조사업체 ‘민츠(MINTZ)그룹’ 베이징 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했다. 1994년 설립된 민츠그룹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대형 탐정회사로, 사기·부패·직장 내 위법 행위 등 기업 내부 문제 등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업체이다.

로이터 통신은 당시 민츠그룹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강제 노동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베이징 사무소 급습 후 민츠그룹은 자사 홍콩 주재원들을 싱가포르로 이동시켰다.

같은 달 중국 재무부는 국영 자산관리업체 ‘화룽(Huarong) 자산관리유한공사’의 회계업무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영국계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에 대해 2.12억 엔(약 400억 원)의 과징금과 함께 베이징 사무소 3개월 영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중국 당국은 딜로이트가 화룽의 자산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았으며, 감사 절차와 필요한 심사 절차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부실 회계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는 등 ‘자산 건전성 평가’에 실패한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라이사오민 前화룽 회장을 약 17.9억 위안(3,3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 2021년 1월 사형을 집행한 바 있다.

3월 말경 중국 당국은 일본의 제약업체 ’아스테라스(Astellas)제약‘ 중국법인의 일본 주재원을 스파이 혐의로 구속했다. 중국 진출 일본계 기업 단체 재중일본상회 간부를 맡기도 한 50대 베테랑 주재원으로 일본 귀국 직전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폭 강화된 ’방첩법‘ 개정안 통과 및 시행 예정

중국이 지속 강화되는 미국의 對中 첨단기술 수출·투자 제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방첩법(反间谍法, Counter-Espionage Law)‘을 대폭 강화했다. 중국은 지난 4월 전인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방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방첩법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첫 번째 특징은 ➀간첩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는 것이다. 우선 ➊간첩행위의 정의에 간첩 조직은 물론 그 ’대리인‘을 포함시켰다. 이는 비밀 정보를 넘기는 구체적인 행위가 적발되지 않더라도 교류가 있는 기관이나 인사가 '간첩' 또는 '간첩 대리인'으로 규정될 시에도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➋’기밀‘의 범위에 '기타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문건·데이터·자료·물품' 등을 포함시킴으로써 법적으로 '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자료도 유출 시 방첩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아울러 ➌중국이 아닌 제3국을 겨냥한 간첩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됐다.

한편, 개정 방첩법의 두 번째 특징은 ➁간첩행위 대상에 사이버 공격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개정 방첩법은 중요 정보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침입·방해·통제·파괴 행위를 간첩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국가기관·비밀 취급기관·중요 정보기반시설 등에 대한 네트워크 공격도 간첩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법률 개정에 대해 전인대 관계자는 “현행법의 간첩행위 범위가 좁고 안보·방범 제도가 미비해 행정 집행 권한이 부족한 점 등 주된 난제에 초점을 맞춰 관련 법규를 보완했다”라고 소개했다. 참고로 중국은 1993년 방첩에 관한 국가 안전기관의 직무를 규정한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뒤, 지난 2014년 ‘방첩법’으로 개정했다. 따라서 이번 방첩법 개정은 9년 만이다.

 

중국 방첩법 시행 앞두고 스파이 활동 감시 강화

중국이 방첩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을 겨냥해 대규모 '스파이 척결' 활동에 나서고 있다. 5월 8일 중국 관영 CCTV는 국가안보기관이 최근 자국 컨설팅업체 ’카이성 롱잉‘에 대해 공개적으로 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이성 롱잉은 중국 고위 연구원에게 접근, 상담료 명목으로 거액을 지불하고 민감한 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이성 롱잉은 수집한 정보를 해외기업·정부·정보기관에 제공하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0.7억 불 상당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카이성 롱잉에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적발된 중국 국유기업 소속 한 선임연구원은 징역 6년에 처해졌다고 한다.

CCTV는 중국에 대한 봉쇄 및 탄압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이 군사· 산업·금융 등 핵심 분야에서 정보를 훔치는 일이 만연해지고 있다며, 컨설팅 기업은 업무 검토 및 통제책임을 엄격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날인 5월 8일 중국 공안당국은 미국계 컨설팅·리서치 기업 ’캡비전(Capvision)‘을 압수수색했다. 공안 당국은 리서치 기업들이 공무원, 방산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민감 정보를 불법 취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캡비전이 중국의 민감한 산업 정보가 필요한 외국 정부·군·정보기관과 연관이 있는 기업으로부터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는 것이 근거다.

특히 CCTV는 이례적으로 보안 당국의 조사 영상을 공개하면서 “외국 기관이 중국의 국가 기밀과 핵심 분야 정보를 훔치기 위해, 자국 컨설팅 회사를 이용한 것이 확인됐다”라고 보도했다.

5월 21일 중국 사이버 공간 관리국(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은 제품 심사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며 중요 인프라 운영자들의 미국계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내세웠으나, 이는 미국의 對中 반도체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첩법 적용 관련 불확실성 확대

중국이 방첩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기업을 대상으로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업을 향해 전 방위적 압박에 나서면서 중국 내 외국 기업의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간첩행위의 정의와 종류를 명확히 명시했다는 입장이나, 해외 언론의 평가는 정반대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5월 3일 보도에서 (방첩법의) 핵심 부분인 국가 안보와 이익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며, 공안 당국이 기업 활동 전반에 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간첩행위의 정의를 확대함에 따라 중국 소재 외국 기업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며, 외국 자본들이 중국을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관계자 인터뷰를 인용, 외국 기업들이 자사의 활동이 중국 당국에 적대적으로 비춰질지 여부를 스스로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넘지 말아야 할 선(red line)이 어디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 비춰보면 외국계 기업의 중국인 직원들과 장기 주재원들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방첩법 강화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하며, 미국과 서방의 對中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배경에도 불구, 최근 중국이 '개혁개방' 구호를 앞세워 외국자본 유치에 나서는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3월 취임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개혁개방, 친기업을 강조했지만 중국이 실제 취한 행동은 공개된 메시지와 전혀 다르다고 보도했다.

 

對中 FDI 감소세 가속화 전망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일련의 행보는 최근 중국을 향한 FDI(외국인직접투자)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4월 발표된 OECD의 보고서 ‘FDI IN FIGURES’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FDI는 전년 대비 24% 감소한 1.29조 불을 기록했다. 중국은 2021년 3,440.8억 불에서 2022년 1,801.7억 불로 무려 47.6% 감소했는데, 이는 전체 평균은 물론 미국(2021년 4,053.0억 불 → 2022년 3,183.7억 불)의 감소폭인 21.4% 대비로도 월등히 큰 감소세였다.

또한, 영국의 FDI 전문매체 ’fDi Markets‘의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중국에 대한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는 총 59건에 불과했으며, 이는 2022년 1분기 대비 약 34% 감소한 수준이다. 투자 규모로도 2018년 동기의 1/7, 2020년 동기의 1/3에 불과한 32억 불에 그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및 봉쇄 해제 이후, 중국 경제와 외국인 투자에 대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FDI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축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러한 위축세가 7월 1일 ’개정 방첩법‘ 시행을 앞두고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사실이다. 방첩법 시행 이후 중국의 외국 기업에 대한 단속 수위가 어떠할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대목이다.

[K글로벌타임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