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정교하게 분석하지 못한 스타트업의 해외 철수
고객을 사로잡지 못한 채 마케팅만 몰두해 파산한 미국 스타트업
스타트업 실패 이유, 바꿔 말하면 성공 전략
실패는 새롭게 출발하라는 신호다

이제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시대다. 이 명제는 앞으로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다. 물론 이 이유만으로 해외 진출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없다. 현재에 머물러 있는 기업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기업을 스케일업하고, 기반을 더욱 건실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외로 진출한 스타트업의 성공전략을 들어본다.

 

<해외진출 전략> 시리즈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K글로벌타임스] ‘1억 내수론’이 있다. 한 국가의 내수 시장이 1억 명 이상이어야 자체 내수만으로 시장 유지가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모든 기업, 특히 스타트업에 기회의 시장은 아니다. 숱한 위기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외시장에서 실패라는 쓰디쓴 아픔을 겪기도 한다.

실패에서 모든 것을 포기한다면, 이는 ‘실패’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 원인을 파헤치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성공의 과정으로 삼는다면, 시행착오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는 너무나 큰 위험 부담이 있다. 보다 현명한 건 해외진출에 실패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통해 실패를 반면교사 삼는 자세를 기르는 것이다.

 

◇ 기업 외형만 키우던 스타트업의 말로

2019년 중국의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모바이크(Mobike)가 모든 해외시장에서 전면 철수했다. APAC 지역 오퍼레이션 팀 직원들과 싱가포르, 태국, 인도, 호주 등에 있는 서드파티 에이전시 직원들을 모두 정리한 것이다. 한국시장도 예외는 없었다. 2016년부터 전 세계 19개국 200여 개 도시에서 공유 자전거 사업을 해왔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자전거 도난 및 파손 문제, 허술한 관리가 계속 문제로 지적되면서 매출에도 타격을 입었다.

외신에 따르면 모바이크가 진출한 영국 맨체스터 같은 경우, 매달 10%의 자전거가 사라지거나 심각하게 파손되었다. GPS가 망가진 자전거도 있어 위치 추적도 불가한 상황도 있었다. 게다가 공유 전동 킥보드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이와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폐기 대기 중인 공유 자전거들. [사진: The Atlantic]
폐기 대기 중인 공유 자전거들. [사진: The Atlantic]

그렇다면 모바이크의 해외진출 실패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선 공유 자전거 서비스에 대한 현지인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모바이크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른 현지의 시장을 충분히 해석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한 뒤에 진출했어야 했지만, 이를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하고 시장 확대에만 집중했다.

또한 사업 다각화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구축하지 않은 점도 위기경영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공유 자전거 업계는 시장 포화상태다. 그럼에도 모바이크는 회원 수 증가에만 몰두하며 자전거 대량 공급 등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지속했다. 이는 자금난 부족으로 이어졌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시장이 포화되면 경쟁업체들은 가격으로 승부를 본다. 저렴한 이용요금을 앞세운 모바이크는 처음에 시장에서 승승장구했으나, 곧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전략을 내세워야 했으나 모바이크는 현재에 머물며 끊임없이 자전거 공급만 늘렸고, 자금난에 결국 자전거 이용요금을 소폭 인상했다. 더 비싸진 이용요금에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 고객 만족도를 얻지 못해 파산 맞아

미국의 스타트업도 해외진출의 실패라는 쓰디쓴 아픔을 맛봤다. ‘청소업계 우버’로 평가받던 실리콘밸리의 홈클리닝 스타트업 홈조이(Homejoy)는 2012년 서비스 출시 후 사업성을 인정받으며 와이콤비네이터, 구글벤처스,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 미국 유명 벤처캐피탈로부터 총 4000만 달러에 달하는 유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진출 3년 만에 홈조이는 파산했다.

홈조이의 청소직원. [사진: Forbes]
홈조이의 청소직원. [사진: Forbes]

홈조이는 집주인과 청소부를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매출을 올렸다. 그러면 무엇보다도 청소직원의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홈조이는 해외진출에 몰두한 나머지 청소직원의 교육에 신경 쓰지 않았다. 도리어 신규 고객을 늘리기 위해 유명 배우를 광고 모델로 섭외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 물론 마케팅 효과를 보기는 했다. 다만 일회성에 그쳤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이는 홈조이의 클린 서비스에 불만족한 사용자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용요금도 높은 편으로 시간당 19.99달러였다. 미국 자국은 물론이거니와 해외시장의 고객들에게도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할인 정책을 내세웠지만, 이미 시장 타이밍을 놓친 뒤였다. 홈조이 직원에 따르면 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한 달이 지난 후 할인 정책을 통해 모집한 고객 중 25%만이 다시 서비스를 이용했고, 6개월이 지난 후에는 10%도 안 되는 고객이 서비스를 재이용했다.

만일 청소직원의 교육을 철저히 해서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굳이 대대적인 할인 정책을 펼쳐가며 고객을 끌어모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또한 재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했을 터다. 게다가 홈조이는 고객이 만족했던 청소직원을 다시 부르는 경우가 불가능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도 파산의 큰 원인이 되었다. 사업의 본질적인 핵심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외형 확장에 무리한 비용을 투자한 홈조이의 결과였다.

 

◇ 실패 원인을 전략으로 삼아라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갑)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 창업지원을 받은 기업 364곳 중 263곳(72%)이 해외진출 실적이 없거나 해외법인 설립 후 현지에서 철수했다. 이에 송갑석 의원은 “장기적 해외판로 유지를 위해서 현지 네트워크 구축 및 현지시장 조사 강화, 자금 지원 확대 등의 정부의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실패는 정부의 밀착 지원 문제만 있지 않다.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전략 또한 살펴봐야 한다.

스타트업 실패 이유 TOP 20. [사진: CB Insgints]
스타트업 실패 이유 TOP 12. [사진: CB Insgints]

2018년부터 스타트업 실패 보고서를 수집하고 있는 CB Insgints가 111개 보고서를 분석하여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상위 12를 발표했다. 이는 해외진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가장 많은 답변을 받아 1위에 오른 실패 원인은 ‘자금 부족 및 자금 확보 실패(38%)’다. 지속적인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모바이크 사례에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2위는 ‘시장 수요 없음(35%)’다. 결국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외시장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수요는 어떻게 되는지, 시장 반응은 어떠한지, 현지 경쟁업체의 수와 그 수준은 어떠한지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경쟁극복 실패(20%)’는 3위에 올랐는데, 이 역시 시장조사와 연관된다. 만일 현지시장을 정교하게 분석했다면, 스타트업이 해외진출 시 어떤 전략으로 경쟁기업과 승패를 가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세웠을 것이다. 해외 관련 법규에 관한 내용(19%)도 그 뒤를 따른다. 이 때문에 해외에 둥지를 트는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 법인을 세우고 시작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도 신중해야 한다. 세금 이슈 등의 비용 문제가 예상보다 클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상품 및 기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내수 시장에서 먼저 확보하지 못했다는 단점으로 인해 시장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실패의 원인들은 해외진출 전략이 되기도 한다. 내수 시장의 한계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준비 없이 해외에 진출한다면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유니콘기업, 그리고 대기업 역시 실패할 것이다. 실패 사례들을 정밀하게 분석해 이를 전략으로 바꿔라. 이는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금룡 (사)도전과나눔 이사장은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실패와 성공을 판가름 내는 것은 현지 문화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베트남의 경우 현지인들이 일찍 일어나 일상을 시작한다. 또한 행동이 빠르며 전자상거래 산업이 촉망받고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 공장이나 핀테크, 보완 스타트업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국가의 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만큼 SaaS와 같이 기업 간 소프트웨어 서비스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생태계다”고 말했다. “현지 시장의 깊이 있는 이해도와 관련 시장이 어디까지 형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며, 현지 파트너도 무시할 수 없다. 현지 파트너의 확보도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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