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서 거래처 직원의 휴가 승인 기간에 관한 걱정 듣고 HR 관리 사업으로 눈길
동남아 지역 중소기업 7000만 개사..."미국 및 유럽보다 월등히 많아 시장 잠재력 확신"
3메일 전략, 서비스 무료 이용 등 다양한 전략으로 고객사 9000곳 확보

[사진=스윙비]
[사진=스윙비]

[K글로벌타임스] 휴가를 내기 위해 2주 전부터 서면으로 휴가서를 제출하고 승인받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직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란할 수밖에 없다. 담당 직원의 잦은 출장으로 승인되지 않아 휴가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으며, 서류가 어디까지 보고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할 수도 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한 명의 직원이 소중한 만큼 대우해주고 싶지만 수기에 의한 서류 보고다 보니 신속하게 처리해줄 수가 없다. 동남아 중소기업의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을 일찍이 간파한 스윙비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HR 전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며 동남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 SaaS 기반 HR 관리 솔루션으로 동남아 출격

임직원 20~100명 규모의 동남아 중소기업은 인사관리(HR)를 아웃소싱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정된 HR 인력으로는 전 직원의 급여, 보험, 퇴직금 등을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작업 처리 방식으로 인해 휴가 처리 등 서류 결재도 2주 이상 소요된다. SaaS 기반으로 HR을 관리하면 보다 신속해지겠지만, 중소기업이 비싼 사용료를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처지다.

2016년 시장의 니즈를 간파한 스윙비는 SaaS 기반의 HR 플랫폼을 동남아의 중소기업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직원 정보, 휴가 신청, 성과 관리 등 기본적인 HR 관리뿐만 아니라 급여, 직원 건강보험 구매·관리 등 인사관리 업무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아웃소싱 비용의 3분의 1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효율성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것이다.

시장 진입 초기, 스윙비는 ‘3메일 전략’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사가 주변 중소기업 세 군데에 추천 메일을 보내는 전략으로, 의외로 고객사들이 흔쾌히 나섰다. 심지어 스무 군데에 메일을 보낸 고객사도 있었다. 또한 서비스의 일정 부분을 무료로 제공했다. 수기로 HR을 관리하던 동남아의 중소기업들은 스윙비의 무료 서비스를 지나칠 수 없었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HR 관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료 전환율은 17%에 달했다. 드롭박스나 에버노트의 유료 전환율이 2~4%인 사실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수치였다.

 

◇ 동남아 HR 틈새시장 비집고 ‘보험 서비스’

현재 스윙비는 본사가 위치한 말레이시아 외에도 싱가포르, 대만에 걸쳐 9000개 이상의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에는 모바일 버전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해 많은 고객사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스윙비의 창업 일화는 유명하다. 안랩에서 동남아 해외사업 담당으로 근무하던 최서진 대표는 거래처 직원이 휴가를 받기 위해서 휴가 결재 서류를 최소 2주 전에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안랩에서 일하기 전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미국 및 유럽은 중소기업이 약 500만~1000만 개사가 사업을 영위 중이지만, 동남아 시장은 7000만 개사가 넘는 중소기업이 활동 중이다. 단일국인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중소기업 최다 보유 시장이다. 동남아 시장에서의 HR 솔루션 분야에 리딩 플레이어가 없다는 사실을 안 최서진 대표는 시장에 무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후 스윙비를 설립했다. 창업부터 ‘동남아시아’를 타깃으로 삼았고, 다양한 전략으로 스윙비를 키워나갔다.

인터넷, 모바일 사용이 가능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 가능한 스윙비. [사진=스윙비]
인터넷, 모바일 사용이 가능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 가능한 스윙비. [사진=스윙비]

코로나 19로 동남아 시장에서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스윙비는 보다 양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인터넷 플랫폼과 연동되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질적 성장도 잡았다. 나아가 보험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동남아의 노동법에 따르면 기업은 직원의 병원비를 지급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스케일업을 하면 대다수 보험에 가입하는 구조인데, 그 어떤 방법으로도 보험 가격 견적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견적을 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요구한 직원 정보를 정리해 에이전트에 전달한 후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직원 개인정보에 오류가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스윙비는 이 점에 착안하여 이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직원 정보를 보험사에 제공, 곧바로 최저가 및 최적의 상품, 보장 범위가 가장 큰 상품 등 총 세 가지로 견적을 제시한다. 물론 가입부터 보험금 청구도 스윙비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 '우연' 가장한 '기회' 잡은 스윙비

스윙비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동남아 HR 시장의 니즈를 간파했다는 점, 비용 절감 효과를 내세워 동남아 중소기업을 공략했다는 점, 3메일 전략 등 시장 진입에 독특한 이력을 남겼다는 점 등이다.

글로벌 HR 시장의 95%는 아웃소싱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산 체계로 HR을 운영하는 기업도 많지만, 주로 대기업 위주다. 현재도 수기로 결재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스윙비는 곧바로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동남아 시장으로 출격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남아 시장이 더 크고, 당시 블루오션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효율성보다 비용을 더 중시하는 현지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이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중소기업에 직접 입증했다. 만일 스윙비가 ‘편리성’을 필두로 동남아 지역의 중소기업을 공략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루는 데엔 다소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3메일 전략 및 획기적인 무료 서비스도 시장 안착에 한몫했다.

[사진=스윙비]
[사진=스윙비]

단순히 시장의 니즈를 파악한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니즈에 부합하기 위한 작전을 짠 스윙비는 현지의 리딩 SaaS 기반 HR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우연하게 듣게 된 동남아 중소기업 직원의 ‘2주 전 휴가서류 제출’로 스윙비가 출발했지만, 지금의 성과를 만들어낸 건 단순 우연이 아니다. 또한 ‘우연’을 가장한 ‘기회’를 잡은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스윙비 최서진 대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제품의 수직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영업 및 마케팅 프로세스를 개선해 더 디테일한 HR 관리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