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정부 차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多
동남아시아에서 우버 흡수한 싱가포르 간판 스타트업 ‘그랩’
동남아시아 최대 공유 오피스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뻗어 가는 ‘저스트코’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유니콘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해외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벤치마킹하며 현재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진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

'외국에서 길을 찾다' 기획연재는 해외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 향후 국내 스타트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고 나아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외국에서 길을 찾다> 시리즈

[K글로벌타임스] 서구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동남아시아에는 ‘싱가포르’가 있다. 싱가포르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 국가로 평가받는다. 동남아시아의 중심지이다 보니 자본, 인재, 파트너 네트워크가 집중되어 있어 비즈니스 네트워크 확보가 비교적 쉽다.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 시장가치 및 펀딩 통계 [사진=스타트업 게놈]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 시장가치 및 펀딩 통계 [사진=스타트업 게놈]

이른바 ‘미니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싱가포르. 금융 허브이자 세계 100대 기술 기업 중 80여 개사가 속해 있는 싱가포르는 2020년 미국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스타트업 300여 개의 협력사를 보유하며 실리콘밸리를 제치고 스타트업 유치 제1중심지로 도약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스타트업 고성장 위해 정부 ‘전폭적 지지’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기업 친화적’ 국가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중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개발에도 꾸준히 정진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Ministry of Trade and Industry)에서 운영하는 기업친화 패널에는 다수의 정부기관이 참여해 민간사업 관련 법률을 간소화하고 있으며, 기업가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퍼스트 무버 프레임워크(First Mover Framework)와 정부기관의 새로운 기업 구상 시행을 지원하는 뉴 아이디어 계획(New Idea Scheme)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2020년 싱가포르 스타트업 출범지원(Startup SG Founder, SSGF) 프로그램을 개선하기로 정부가 발표했다. SSGF 프로젝트는 신규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1억 5000만 싱가포르달러의 추가 투자를 목표로 했으며, 같은 해 신설된 스타트업 특수상황자금(Special Situation Fund for Startups. SSFS)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약진만 거듭 중인 스타트업의 고성장을 돕기 위해 마련된 재정지원 프로그램이다.

또한 기업의 디지털화 촉진을 위한 정책도 시행되었다. 전자상거래 증진 패키지(E-Commerce Booster Package)다. 기존 플랫폼 내에서 전자상거래 기업을 출범하는 데 드는 비용의 90%를 정부가 부담해준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기업청(Enterprise Singapore, ESG)은 투자자 및 액셀러레이터와 협업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중 Startup SG Founder는 벤처캐피탈 투자사를 인증된 멘토 파트너로 섭외하여 최초 창업자를 위한 사업 개발, 컨설팅, 공용 오피스 입주, 피칭, 펀드 레이징 등을 지원한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및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Startup SG Accelerator는 정부에서 액셀러레이터와 협업해 자금, 창업, 운영 관리 등의 멘토십을 제공하며, 혁신기술의 상업화를 가속화하기 위하 실증(PoC) 및 가치검증을 지원해주는 보조금 제도 Startup SG Tech도 있다.

 

◇ 동남아시아 최초의 데카콘 ‘그랩’, 오토바이 택시 호출 노려 극적 성장

동남아시아로 여행 계획을 세우면, 그랩(Grab)을 이용하라는 여행자들의 조언이 많다. 싱가포르에 기반한 차량 공유 및 배송, 전자상거래, 전자결제 서비스 기업 그랩은 싱가포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이용이 가능하며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고 있다.

그랩 이용 화면 [사진=그랩]
그랩 이용 화면 [사진=그랩]

그랩은 본래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My Teksi’라는 사명으로 콜택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필리핀을 필두로 이웃 국가인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 진출했고, 해외에서는 ‘GrabTaxi’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다 2016년 지금의 그랩(Grab)으로 통합하면서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

동남아시아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은 PC를 거치지 않고 바로 모바일로 건너뛰었다.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덜 발달했고, 그 틈을 오토바이가 메웠는데, 그랩이 이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우버에는 없지만 동남아에서는 일반적인 오토바이 택시 호출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그랩의 딜리버리 서비스 [사진=그랩]
그랩의 딜리버리 서비스 [사진=그랩]

2014년 유니콘 대열에 들어선 그랩은 2018년 동남아 최초로 데카콘이 됐다. 시작은 교통문제 해결이었지만, 그랩페이(GrabPay)를 선보이며 금융에도 뛰어들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음식배달, 장보기, 퀵 서비스 등 딜리버리 부문도 사업 다각화를 이뤘다. 우버보다 그랩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동남아시아라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실제로 그랩 대표는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동남아시아의 교통문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 현지화에 맞춘 설계와 디자인, 이벤트와 워크숍으로 스케일업 ‘저스트코’

공완싱(Kong Wan Sing) 저스트코 설립자 &amp; 최고경영자 [사진=저스트코]
공완싱(Kong Wan Sing) 저스트코 설립자 & 최고경영자 [사진=저스트코]

2019년 싱가포르 프리미엄 공유 오피스 ‘저스트코(JustCo)’가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해외로 진출해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호주, 대만, 일본 등 전 세계 40여 개의 센터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법인을 설립하기에는 막역한 비용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스타트업에는 저스트코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며, 이러한 이유로 저스트코는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마련해 기업 사정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

저스트코는 ‘아시아의 위워크’로 불린다. 2011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저스트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저스트코는 정교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진출 성공 신화를 쓰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화의 핵심은 ‘하드웨어’다. 전 세계 각 지역에 있는 저스트코 공유 오피스는 각각의 디자인과 미적인 요소를 현지에 최대한 맞춰 설계 및 배치했으며, 이벤트와 워크숍을 비롯해 공간에 제공되는 공동 경험인 ‘소프트웨어’를 강화해 입주사들에게 보다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하드웨어와 관련해서, 저스트코는 각 시장에서 접근성이 좋은 위치를 선정하고, 국가의 거시경제 환경과 사용자의 선호도를 최대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예를 들어 대만의 경우, 전통적인 대만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와 아치 재료와 특징에서 영감을 얻어 센터를 디자인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전통적인 인도네시아 수공예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탄 바구니와 스윙 체어 등에서 인도네시아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벤트와 워크숍도 현지화 전략 중 하나다. 싱가포르에서는 여성 기업가들이 서로 소통하고 조언을 나눌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인도네시아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 기술 관련 회담이나 워크숍을 준비한다.

저스트코 명동센터 [사진=저스트코]
저스트코 명동센터 [사진=저스트코]

2021년에는 싱가포르 무역산업부와 손잡고 미래 업무 디지털 플랫폼 ‘스위치’와 ‘식스센스’를 론칭했다. 이용자가 개인의 니즈에 맞게 업무 장소와 방법을 결정하는데 중점을 둔 스위치와 식스센스는 단독 또는 팀 공동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거점 사무실, 유연한 업무 공간, 원격 업무와 같은 다양한 업무 옵션을 홈 오피스 및 기타 업무 공간 솔루션과 결합했다.

스위치는 스트코 센터 및 Frasers Property 쇼핑몰에 설치된 60개의 스위치 부스를 포함하며, 이용자는 사용한 공간에 대해 분 단위로 비용을 지불한다. 식스센스는 센서와 연결돼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분석하는 AI 기반 툴로, 업무 공간 설계, 공간 사용 최적화 분석 그리고 거리두기를 위한 공간 모니터링 용도로 사용된다. 현재 이 플랫폼은 싱가포르에서만 운영 중이며, 이후 점진적으로 전 세계 저스트코에 확대할 방침이다. 그렇게 된다면 저스트코는 유일무이한 공유 오피스 기업으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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