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안의 빈민가, 저렴한 월세로 창업가들 대거 유입...영국정부 ‘테크시티’ 성장시켜
스타트업 육성 정책 ‘테크 네이션’과 세계 최초 스케일업 육성 전담 기관 ‘스케일업 인스티튜트’
괴상하면서도 파격적인 행보로 유니콘 성장한 수제맥주 ‘브루독’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유니콘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해외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벤치마킹하며 현재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진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

'외국에서 길을 찾다' 기획연재는 해외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 향후 국내 스타트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고 나아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외국에서 길을 찾다> 시리즈

테크 네이션 지원받은 영국 창업가의 한마디. [사진=테크 네이션]
테크 네이션 지원받은 영국 창업가의 한마디. [사진=테크 네이션]

[K글로벌타임스] 2021년 유럽에서 탄생한 유니콘은 총 114개다. 그중 기술 분야가 85개며, 여기서 절반을 차지하는 41개가 단 한 국가에서 나왔다. 영국이다. 그야말로 테크 분야의 강자인 셈이다. 특히 영국은 노동력 성장이 기대되는 유럽 유일의 국가로, 200여 국가에서 300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찾는 나라다. 영국정부는 4차 산업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규제 개혁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 영국 창업의 중심지, 테크시티

영국은 2010년대부터 기업 친화적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련 제도를 개혁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있다. 영국은 2015년 세계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를 금융 분야에 도입해 핀테크 산업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기업가치 16조 8000억 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는 체크아웃(Checkout) 등 영국이 보유한 핀테크 유니콘만 8곳 이상이다.

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테크 네이션(Tech Nation) 정책에 기반한다. 여기에 관해서는 영국의 테크시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금융위기 이후 런던의 빈민가로 악명을 떨쳤던 테크시티는 런던 도심과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우범지역이었다. 월세가 저렴하다 보니 한 푼이라도 아까운 창업자들이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영국정부는 이 흐름을 주목했다.

영국정부는 테크시티투자청(Techcity Investment Organisation, TCIO)을 세워 스타트업‧벤처기업의 활동을 지원했다. 창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세금 혜택을 주었는데, 1000만 파운드의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 10%의 세금만 매겼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 법인세율 20%보다 대폭 낮은 세율을 적용했다. 2010년 테크시티 조성안을 발표하면서 테크시티는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상징이 되었다.

테크 네이션 스타트업 육성 단계별 지원 내용. [사진=국회도서관 'FACT BOOK']
테크 네이션 스타트업 육성 단계별 지원 내용. [사진=국회도서관 'FACT BOOK']
테크 네이션 스타트업 육성 단계별 지원 내용. [사진=국회도서관 'FACT BOOK']
테크 네이션 스타트업 육성 단계별 지원 내용. [사진=국회도서관 'FACT BOOK']

테크시티의 성공에 영감을 받은 영국정부는 전국 27개 지역으로 테크시티와 같은 클러스터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게 테크네이션이다. 테크 네이션은 성장 단계별로 ▲창업 초기 네트워킹 프로그램 ▲창업 중기 업스케일 프로그램 ▲창업 마무리 퓨처 50 프로그램으로 나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네트워크와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혁신을 장려하고, 디지털사업아카데미(Digital Business Academy) 과정을 개발해 숙련된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며, AI‧핀테크 등 신생 기술 분야 스타트업의 상호 교류를 지원한다. 또한 해외 유수의 혁신기술 스타트업을 유인하는 테크 네이션 비자도 운용하고 있다.

 

◇ 런던, 스타트업 생태계 잘 갖춰진 도시 2위

2014년 영국정부는 세계 최초로 스케일업 육성 전담 기관 ‘스케일업 인스티튜트(ScaleUp Institute)’를 세워 2034년까지 일자리 15만 개, GDP 2,250억 파운드 증대라는 목표를 세웠다. 스케일업 인스티튜트의 지원은 ▲40여 개의 멘토링 프로그램 및 400만 파운드 기금을 운용하는 ‘CEC(Carrers & Enterprise Company)’ ▲10개월간 경영 전문성을 강화할 코칭과 멘토링, 워크샵을 제공하는 ‘스케일업 리더스 아카데미’ ▲고성장 기업과 전문가, 투자자 사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성장과 투자 유치를 돕는 ‘Elite Programme’ 등이 있다.

BBB(British Business Bank)도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된 영국 정책금융기관 BBB는 2017년 BBB Patient Capital Limited를 신설하고 Start Up Loans Company(SULCo)를 BBB 산하로 편입하는 등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했다. 영국정부의 산업 전략과 이에 따른 BBB의 스케일업 집중에 힘입어 영국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4개 기업이 있다.

금융의 중심지답게 영국 런던은 1,380여 개의 VC를 보유하고 있다. 런던 스타트업의 평균 초기 투자자본은 65만 3,000달러로 세계 평균인 49만 4,000달러를 뛰어넘는다. 미국 국제 스타트업 조사기관인 스타트업게놈은 2021년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도시 2위로 런던을 지목한 바 있다.

 

◇ 맥주계의 스타벅스로 전 세계 수제맥주 재패한 브루독

영국 수제맥주 스타트업 브루독 [사진=브루독]
영국 수제맥주 스타트업 브루독 [사진=브루독]

영국의 유니콘 중 눈에 띄게 성장세를 이룬 스타트업이 있다. 브루독(BREWDOG)이다. 브루독은 주류업체로, 다양하고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수제맥주를 시장에 선보였다. 또한 세계 최초의 제로 탄소 양조장을 만들어냈으며, 설립 6년 만에 유니콘 자리에 올랐다. 브루독의 창업 당시 영국 맥주시장은 효모를 가라 앉혀서 발표시킨 라거(Lager)와 효모를 뛰어놓은 채 발효시키는 에일(Ale)로 나눠져 있었다. 영국 전통 수제맥주 역시 에일에 속했고, 이 중에서도 향을 내는 홉을 적게 쓰는 페일에일이 대세였다.

브루독에 대해 혹자는 “이상한 맥주를 만드는 회사”라고도 한다. 실제로 비아그라가 들어간 맥주나 알코올 도수가 30도가 넘는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건강을 해치는 술을 만든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자 기다렸다는 듯 1도짜리 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행에도 브루독은 꾸준히 수제맥주를 연구개발한 끝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브루독은 지금까지 2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맥주를 출시했으며, 매출의 60%는 대표 맥주인 ‘펑크IPA’에서 나온다. 오렌지, 자몽향을 갖춘 이 수제맥주는 영국을 넘어서 유럽, 미국까지 재패하는 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로 인해 대량생산 시설을 갖추면서 브루독은 전 세계로 나아갔다.

브루독 양조장 [사진=브루독]
브루독 양조장 [사진=브루독]

브루독은 특히 ‘맥주계의 스타벅스’로 유명하다. 제품이 아닌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통한 것이다. 제로 탄소 양조장도 그중 하나의 전략이다. 브루독 양조장은 풍력뿐 아니라 양조 과정에서 나오는 곡물찌거기를 가스로 전환해 추가 전력을 얻는다. 배송 차량 또한 전기차로 전환하는 단계를 밟고 있으며, 제품 포장재를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대체했다.

2021년에는 업계 최초로 탄소 네거티브 전략을 담은 ‘모두를 위한 맥주(Beer for All)’ 캠페인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채식주의자, 육식주의자, 체형이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났고, 심지어 경쟁사인 하이네켄을 마시는 사람의 모습도 담았다. 그와 함께 마지막에는 “여러분이 맥주를 마실 때마다 우리는 나무를 심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브루독의 창업자인 제임스 와트(James Watt)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2000에이커(acres) 규모의 땅을 구입한 뒤 ‘잃어버린 숲(Lost Fores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곳에 올해까지 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겠다고 약속하며 업계 최초로 탄소 네거티브를 약속했다. 브루독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을 꾸준히 설파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 리볼루트와 다크트레이스로 성공 전략 짚어보기

영국판 토스 리볼루트 [사진=리볼루트]
영국판 토스 리볼루트 [사진=리볼루트]

설립 3년 만에 유니콘으로 성장한 영국판 토스 리볼루트(Revolut)도 있다. 특히 리볼루트는 창업 초기 BBB가 운영하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은 스타트업이라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이후 설립 7년 만에 40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가치 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리볼루트의 성공 전략은 ‘고객 채널 확보’에 있다. 레볼루트는 다른 핀테크 기업들처럼 20~30대 MZ세대 고객 확보에 주력했다. 하지만 MZ세대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빠르게 새로운 타겟 고객 발굴을 추진한 것. 레볼루트는 자녀 용돈관리 서비스를 선보이며 미래 고객인 10대를 확보하는 동시에 그들의 부모 세대인 40대도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한 MZ세대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금융생활, 투자, 보험, 여행 4대 분야에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광범위한 고객을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진출국가에 따라 타겟 고객군을 다르게 한 전략도 눈에 띈다. 유럽에서는 MZ세대 고객과 함께 여행객들을 고객으로 확보한 반면, 미국, 일본에서는 이민자, 현지 거주 외국인 등 기존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고객들을 겨냥했다.

AI 기술 기반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다크트레이스 [사진=다크트레이스]
AI 기술 기반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다크트레이스 [사진=다크트레이스]

사이버 보안에 AI를 적용한 스타트업 다크트레이스(Darktrace)도 영국 스타트업으로 유명하다. 수학자와 정보기관 MI6 출신 사이버 전문가들이 2013년 설립한 후 AI 보안 분야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다크트레이스는 지난해 4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전 세계 11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30개 지사 2000명의 직원과 6800개 고객사를 자랑한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은 54.3%이며, 반기 매출 성장률만 52.3%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다크트레이스는 사이버 보안 분야에 AI를 적용한 ‘기업 면역 시스템(Enterprise Immune System)’을 선보인 후 2016년 자율 대응 기술 ‘다크트레이스 안티제나(Darktrace Antigena)’를 출시했다. 특히 2017년 기승을 부렸던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를 ‘다크트레이스 안티제나’로 대응해 큰 호평을 받았다. 이윽고 산업용 및 SCADA 네트워크 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부를 신설하며 ‘산업 면역 시스템(Industrial Immune System)’을 선보였다. 꾸준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다크트레이스 성장 동력이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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