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네이션으로 향하는 프랑스에서 한국 스타트업 보육하는 반기안 상무
개인 경험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눈뜨며 한국 스타트업 유럽 진출 물심양면

[K글로벌타임스] 국제 전화번호 33으로 시작하는 국가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발 벗고 뛰는 한국인이 있다. CEO를 비롯한 임직원의 기업가정신과 협력 역량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올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프랑스의 혁신 스튜디오 스쿨랩(SCHOOLAB) 반기안 상무다.

흔히 스타트업 대명사로 북미는 실리콘밸리, 중동은 이스라엘, 유럽은 런던을 떠올리지만, 프랑스도 어디에 뒤처지지 않는 스타트업 육성 지원 정책을 여러 방면에서 펼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스쿨랩은 대표적인 기관으로 프랑스, 미국(실리콘밸리), 베트남(호치민시)에서 활약 중이다.

 

열정 가득한 청년들이 꿈꾸는 무대, 그 무대 아래 서다

반기안 상무 [사진=반기안 상무]
반기안 상무 [사진=반기안 상무]

“프랑스 액셀러레이터에서 근무한 지는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저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으로의 진출을 도와주고 있고요. 그간 13개 정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00여 개 기업의 유럽 진출을 지원했습니다.”

프로그램 골자는 다음과 같다. 한국의 다양한 공공기관, 공익재단, 대기업 등이 유럽 진출에 의지를 가진 스타트업들을 선발해 프랑스 액셀러레이터에 위임해 보육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반기안 상무다.

반기안 상무는 2000년에 프랑스에서 유학한 후 현지의 다국적 기업에 내부감사로 취업했다. 15년 정도 근무하며 미국, 태국 등 전 세계 대도시에서 기업전략 전문가로 경험을 쌓던 그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이때 기업전략 전문가 이력을 살려 주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과 협업하다 스타트업 세계를 알게 되었다.

2021 IFEZ SMART CITY에서 반기안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반기안 상무]
2021 IFEZ SMART CITY에서 반기안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반기안 상무]

“젊은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어 고군분투하며 스케일업을 하는 게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저희 세대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창업하는 분들에게 제 지식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제가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했다 보니까 현지 사정을 잘 알 수밖에 없잖습니까? 이러한 제 경험을 살려 한국 스타트업을 도와주고자 프랑스 현지 액셀러레이터에 입사하게 됐죠.”

프랑스는 창업비자가 굉장히 잘 구축된 나라로 손꼽힌다.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창업자와 근로자, 투자자들이 가족과 4년간 프랑스에서 거주할 수 있는 비자제도 ‘프렌치테크 비자’를 도입한 것.

이를 포함한 정부 및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현재 프랑스의 35세 미만 청년 창업 비율이 57%에 육박할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다. 스타트업 대국 중 하나인 영국과 비교할 때 프랑스는 한참 뒤처져 있다는 사실은 이제 명백한 과거가 되었다.

 

프랑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벤치마킹해

“사실 프랑스는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다소 늦은 편입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프랑스를 스타트업네이션(창업국가)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즉, 스타트업 국가로 국가 방향을 전환한 거죠. 이때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국가가 한국과 이스라엘입니다.”

어느 나라든 강세인 사업 분야가 있다. 프랑스는 화장품, 의류, 관광, 콘텐츠, 항공우주, 에너지, 모빌리티, 환경, 스마트시티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로 인해 관련 스타트업들이 프랑스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기안 상무가 입을 열었다.

“물론 한국이 수준 높은 ICT 스타트업들도 경쟁력 높은 기술을 갖춘 후 프랑스로 많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드웨어 쪽은 한국과 견줄 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에 제조 관련 기업도 문을 두드리고 있고요.”

그렇다면 프랑스 진출의 이점은 무엇일까. 반기안 상무는 ‘EU 국가’라는 점을 첫 번째로 꼽는다. 예를 들어, 인증을 프랑스에서 받으면, EU 내 다른 유럽 국가에도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프랑스는 서유럽의 지리적 중심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시장 자체도 무척 매력적이라는 점은 또 다른 장점이다.

“오픈이노베이션 역사도 깊습니다. 인프라도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이점이죠. 또한 비즈니스 영어에 능통하기 때문에 굳이 프랑스어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다 가능해요. 그렇다 보니 프랑스의 유수한 대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방면 만능 조언자로 한국 스타트업 유럽 진출 돕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데, 국내의 많은 엑셀러레이터는 ‘진출’까지만 도와주고는 한다. 반기안 상무는 후속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에 유용한 파트너사가 있으면 소개해주고, 투자사가 필요하면 그 분야에 관심 있는 투자사를 연결해준다. 지난주에는 프랑스 진출을 한창 추진하고 있는 한 웹툰 관련 스타트업과 미팅을 가지며 어떻게 후속 관리를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이노게이트 2022에서 반기안 상무가 연조를 하고 있다. [사진=반기안 상무]
이노게이트 2022에서 반기안 상무가 연조를 하고 있다. [사진=반기안 상무]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대기업이 한국의 교육 스타트업을 물색하고 있기에 제가 매칭해준 적도 있습니다. 이런 일에 따로 보수는 없어요. 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만큼 보람 찬 일도 없죠. 제 경험상 비즈니스는 결국 피드백의 속도와 퀼리티가 핵심이었습니다. 매칭을 원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이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를 백업하기 위해서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반기안 상무는 한국 스타트업의 프랑스 현지 탐방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높다. 한국에서 선정된 스타트업들이 프랑스에 오면,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부터 시작해서 스타트업이 눈여겨볼 만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에프, 프랑스 코딩학교 에콜42를 방문하고 프랑스의 공공기관 등에도 찾아가 프랑스 진출이나 플립에 어떠한 혜택이 있는지를 세세히 알려준다. 또한 현지 대기업과의 미팅도 주선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프랑스에 진출한 선배 스타트업과의 간담회입니다. 아무래도 실무 경험을 쌓은 선배의 조언만큼 피와 살이 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여담이지만 이 간담회 당일에 집에 가기가 힘들 정도에요. 그만큼 호응도가 높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신경 써서 알아보고, 선발하고, 간담회 모임을 주최합니다.”

 

글로벌 스타트업 탄생에는 많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해

프랑스는 바이오 강국이다. 하지만 한국도 바이오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점차 프랑스 진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기안 상무는 “이는 좋은 징조”라며 입을 열었다. “한국은 해양기술도 발전해서 프랑스와 협업할 기회가 정말 많을 듯합니다. 프랑스가 해양 강국이기 때문인데요. 또 문화강국이기에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에도 기회의 나라가 프랑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프랑스 진출에 창이 될 만한 전략은 무엇일까. 여기에 반기안 상무는 ‘ESG’와 ‘친환경’을 꼽는다. 최근 마린이노베이션이 프랑스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도 해초로 친환경 일회용기를 개발한 데서부터다. 또한 반기안 상무는 프랑스가 기초 학문이 강하다고 말한다. AI 분야로도 프랑스 정부의 투자도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은 응용 학문이 강하다. 이 둘이 만나면 시너지가 반드시 클 것이라는 게 반기안 상무의 생각이다.

“요즘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하는데, 프랑스는 투자에 무척 공격적입니다. 작년의 경우 17조 원 정도를 투자한 듯합니다. 유니콘 수도 28개로 가파르게 증가했고요. 이러한 프랑스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국내외 많은 스타트업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특히 기초 학문이 강한 프랑스 기업과 응용 학문이 강한 한국의 스타트업이 만나 기술과 기술의 융합이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세상은 더 빨리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겠죠.”

스쿨랩 반기안 상무와 K글로벌타임스 이금룡 발행인이 인터뷰 직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br>[사진=K글로벌타임스]
스쿨랩 반기안 상무와 K글로벌타임스 이금룡 발행인이 인터뷰 직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네이션(창업대국)을 외치며 스타트업을 위한 나라로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프랑스. 그리고 그 프랑스의 엑셀러레이터 스쿨랩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보육하는 반기안 상무. 스타트업 진출에서 끝나지 않고 후속관리까지 진행하며 스타트업의 진정한 성장을 바라는 반기안 상무의 마음이 모두에게 뿌리 내린 시간이었다.

내일의 체인지메이커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탄생한다. 혼자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없다는 사실과 스타트업의 열정을 꽃피울 수 있도록 물심양면 하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길 바란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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