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없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수 6500개 넘으며 ‘스타트업 상징 국가’ 자리매김
천연자원은 인적자원뿐...그 인적자원 100% 활용한 국가
‘창업-실패-재창업’ 순환 구조로 투자 생태계 활발...엑시트도 높아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유니콘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해외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벤치마킹하며 현재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진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

'외국에서 길을 찾다' 기획연재는 해외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 향후 국내 스타트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고 나아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외국에서 길을 찾다> 시리즈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의 국가’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떠오른다. 혁신 기업이 많이 보여 있는 탓이겠지만, 그보다 오래 전부터 스타트업이 활성화된 국가가 있다.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수는 6500개가 넘으며, 이는 국민 1400명당 스타트업이 1개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수치로 이어진다. 이 결과로만 본다면 스타트업 세계 1위다.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유니콘도 30개가 넘는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수는 98개사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이쯤 되면 이스라엘이 국토가 굉장히 넓거나 인구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반대다. 이스라엘 국토는 우리나라 경상도 면적이며, 인구는 1000만 명이 안 된다. 앞선 기사 ‘에도 언급했듯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삼성처럼 대표하는 대기업이 없다. 그 대신 스타트업의 상징이 되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 이스라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모태 ‘요즈마 펀드’

이스라엘은 석유 한 방울은 물론 천연자원도 오로지 딱 하나밖에 없다. 인적자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있으나, 스타트업 생태계는 우리나라 수준을 뛰어넘었다. 매년 38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혁신지수는 세계 10위다. 이러한 결과에는 이스라엘의 역사가 숨어 있다.

독립 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던 이스라엘인들이 국가 재건을 위해 모였으나,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높았다. 게다가 1991년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약 100만 명의 고학력 러시아 유대 이민자들이 유입해 상황은 더욱 좋지 못했다. 이를 타계할 방안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과학자, 기업가, 기술자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성장모델로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에 중동 최대 벤처단지 ‘실리콘 와디’를 만들었다.

실리콘 와디에 위치한 StartupVillage [사진=Wikipedia]
실리콘 와디에 위치한 StartupVillage [사진=Wikipedia]

이스라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요즈마 펀드(Yozma Fund; 창의 시작)’를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벤처캐피탈 지원 프로그램 개발과 하이테크 산업 육성을 주장했는데, 그 결과가 요즈마 펀드다. 요즈마 펀드는 다음 네 가지를 골자로 한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탈 산업 장기적 육성 ▲첨단산업기술 분야 국내외 투자 촉진 ▲국제 투자자와 이스라엘 기술산업 창업자 연계 ▲이스라엘 벤처캐피탈 산업 특화 경영기법 개발이다. 정부가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면 민간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설립 당시 1억 달러 규모였으나, 20년 만에 40배 이상 성장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시작하는 ‘다브카’ 문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는 대단히 독특한 문화가 깔려 있다. 바로 ‘다브카(Davca;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다. 스타트업이 실패해도 투자받은 금액을 갚지 않아도 된다. 실패해도 괜찮으니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데 이스라엘 정부가 뒷받침을 한 것이다. 오히려 실패한 창업자에게 첫 창업 때보다 더 많은 인큐베이터 프로그램과 자금을 지원한다. 한 번의 실패는, 과정의 시행착오라는 인식이다.

실패를 과정으로 보는 다브카 문화 [사진=픽사베이]
실패를 과정으로 보는 다브카 문화 [사진=픽사베이]

자연히 연쇄 창업이 성행하게 되었고, 실패를 경험으로 삼은 창업가들은 더욱 좋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로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이는 엑시트로 결과가 드러났다. 점차 엑시트 규모가 커진 것이다. 심지어 엑시트 기간도 빠르다. 우리나라가 평균 10년이라면 이스라엘은 4년 반 정도다. 식당도 테이블 회전이 빨라야 장사가 잘된다. 엑시트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 제도도 잘 마련되어 있다. 인큐베이터는 기술개발을 위주인 소규모 기업들의 혁신 원천기술을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유발, 후속 투자펀드 조성을 용이하게 했다. 정부는 인큐베이터를 통해 창업 희망자들에게 행정 및 경영을 지원했으며, 기술개발 및 창업기원의 성장을 지원했다.

액셀러레이터는 민간을 중심으로 시드 단계의 인큐베이터 졸업 기업이 시리즈A 단계의 벤처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스라엘은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부터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독려한다. 이에 해외진출 및 글로벌 투자자 연계 등 다방면에서 지원을 펼치고 있다.

 

◇ 개인의 다양성과 잠재력 중시하는 군대문화

이스라엘은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이스라엘과 비등한 편이지만 그에 대한 값진 결실을 따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세계적 스타트업 국가로 성장했다. 비결은 간단하다. 대학과 연구소의 독립화된 기술사업화 조직이다.

최수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이스라엘 거점 소장은 ‘글로벌 산업정책 동향-이스라엘 기술지주회사’ 보고서를 통해 “아직까지 파일럿 단계에 머물고 있는 한국 대학과 달리 이스라엘은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연구개발된 기술을 상업화 단계까지 이끌어가는 창업 생태계가 잘 안착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군인 [사진=픽사베이]
이스라엘 군인 [사진=픽사베이]

독특하지만 이스라엘 군대 문화도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의무복무제도로, 복무기간의 경우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이다. 우리나라는 보통 대학에 입학한 뒤 복무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대학 입학 전, 즉 고교 졸업 후 입대한다. 이때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필요 없다. 입대 대상자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이들의 성장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또한 이스라엘 군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휘관급 직업군인의 비율이 상당히 낮은 편으로, 그 때문에 계급과 상관없이 신병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개인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일찍이 터득하며 문제 상황에서는 능동적으로 누구나 참여해 해결하는 경험을 갖고 있다 보니 창업에서도 낯선 환경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내비치는 데 거리낌이 없다.

 

◇ 엘리트 中 엘리트...탈피오트 부대

매년 50명만 선별하는 ‘탈피오트’ 부대도 주목할 만하다. 탈피오트는 히브리어로 ‘견고한 산성’ 또는 ‘높은 포탑’이라는 의미로, 이스라엘 군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주도한다. 탈피오트는 3가지 기준이 있다. ▲자연과학과 무기기술 지식을 보유한 재능 있는 인재들을 통해 다른 국가에는 없는 혁신 무기 제조에 노력해야 한다.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가장 비싼 무기를 다루고 가장 존경받는 공군이 주축이 돼 이 프로그램을 맡는다. ▲ 탈피오트 후보생들은 첨단 무기 시스템 개발에 필수적인 물리학과 수학 관련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탈피오트 로고 [사진=탈피오트 SNS]
탈피오트 로고 [사진=탈피오트 SNS]

탈피오트가 인기인 이유는 제대 후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 ‘탈피오트 출신’이라는 이력만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영입을 위해 줄을 서며, ‘탈피오트 출신’이 창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적 투자 기업이 수백억 원의 돈을 시드 단계에서 투자한다. 또한 엘리트 조직이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고 도와주는 문화가 발달돼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지원에 물심양면이다. 또한 문화적으로 자리 잡은 다브카가 한몫했다. 우리나라 역시 창업 생태계로는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실패를 ‘끝’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수많은 과정 중 하나가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스라엘의 다브카 문화처럼 우리나라 스타트업 문화에도 ‘그럼에도’라는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 나아가며, 이를 응원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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