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은 혁신기술, 스타트업은 PoC 레퍼런스 확보
서로 익숙지 않은 기업문화...오픈 이노베이션 활로 막기도
CVC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 스타트업에는 투자 단비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K글로벌타임스] 올해 11월, 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스타트업과 협업해 발굴한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약 200개의 글로벌 스타트업이 참여했으며, 우리나라가 스타트업 2개사가 선정됐다. 현대자동차·기아는 향후 필요성을 높이 평가받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대상으로 신속하게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해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지 그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행하는 경우가 성행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기술력 및 서비스가 대기업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 개편이나 신사업 태스크포스(TF) 구성, 아이디어 공모전 및 사내 벤처를 추진해도 스타트업의 창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한 가지가 궁금하다. 오픈 이노베이션, 스타트업에는 득인가 독인가?

 

◇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스타트업, 스케일업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스타트업에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회다. 대기업이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력도 인정받은 뒤다. 이에 정부 및 지자체도 발 벗고 나섰다.

서울창업허브 ‘2022 Weconomy Startup Challenge’. [사진: 서울창업허브]
서울창업허브 ‘2022 Weconomy Startup Challenge’. [사진: 서울창업허브]

서울산업징흥원은 마곡 대중소기업과 함께 혁신을 선도해나갈 스타트업을 찾았다. 이 프로그램은 2020년부터 추진되어 왔으며, 국내 대중소기업과 유망 스타트업 간의 상생 협업의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는 게 골자다.

올해에는 대웅제약, 라파스, 롯데케미칼, 범한산업, S-OIL, LG사이언스파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참여했으며, 스타트업에는 ‘서울창업허브 M+’ 입주, 글로벌 VC 연계, 투자유치 연계 등 다양한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대중소기업은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충원하고, 스타트업들은 사업화검증(PoC) 등 협업을 통해 빠른 시장 진입과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확보한다. 서로 윈-윈(Win-Win) 관계를 구축하며 상생하겠다는 의지다.

국내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행한 기업은 삼성이다. 2012년 실리콘밸리에 협업, 투자, 인수합병(M&A), 액셀러레이터가 합쳐진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한 것. 최고경영자(CEO) 조직의 직속 기관으로 운영하며 상당한 자율성과 예산 집행 권한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IoT)과 건강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선점했다. 혁신 역량도 강화했다. 참여 스타트업도 삼성이라는 든든한 지원자 덕분에 스케일업 했다.

 

◇ 서로 낯선 환경에서 오는 간극...미국은 오픈 이노베이션 중개기업 활성

오픈 이노베이션의 단점도 분명하다. 많은 대중소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조직을 구축했으나, 투자와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역시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낯설어했다. 때로는 서로가 동등한 입장이 아닌 듯해 실망하는 스타트업 조직원도 있다. 그로 인해 대중소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성공했다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국외에서 처음 시도한 나라는 미국이다. 대표적 사례는 P&G의 Connect+Develop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오랄비 전동칫솔, 팬틴 샴푸, 페브리즈 방향제, 프링글스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제품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았을 때 오는 간극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미국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최근 동향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의 등장이다. P&G와 GE처럼 자체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필요한 기업(수요자)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공급자)을 중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문 기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기업은 나인 시그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을 나인 시그마에 의뢰하면, 나인 시그마는 네트워크 중심으로 전 세계의 중소기업, 스타트업, 대학의 연구소 등에 연락해 기술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대중소기업에 속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형식이 아니라, 부동산 중개거래처럼 서로 필요한 입장에서 거래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정민 KOTRA 스타트업지원팀장은 “대중소기업은 R&D 센터 등 자체 기술개발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완전히 새롭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내부 역량으로 찾아내기 어렵다”며 “그 때문에 스타트업과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없던 혁신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성장하기 위해서 PoC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대중소기업과 협업해 대중소기업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본 PoC 레퍼런스는 스타트업이 이루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CVC, 스타트 투자 혹한기의 해답일까?

이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시대다. 바로 CVC다.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은 대기업 및 스타트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의 CVC 목적은 명징하다. 더 좋은 기술, 다음 기술, 상호 보완적인 기술, 그리고 인수합병 후보다.

스타트업은 VC를 구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에 정착하고 만다. 그러다 보니 CVC가 하나의 방안으로 떠올랐다. 이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과 같이 Win-Win의 상생 관계다.

GS그룹 계열사. [사진: GS그룹 브로슈어]
GS그룹 계열사. [사진: GS그룹 브로슈어]

지난해 GS그룹이 기업형 CVC를 설립하며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이후 대중소기업들이 앞 다투며 CVC를 설립하고 있는 현재, 스타트업 투자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기업 자금을 등에 업은 CVC가 생겨가면서 투자시장의 귀한 빛 한 줄기가 되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6.1%가 기업이 최대 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CVC로 전환되는 추세인 것이다. 형태별로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가 70.3%, 창업투자회사는 233.6%가 기업의 자회사 및 관계사였다. 이들의 운용 규모는 VC 평균 수준을 웃돈다. 창투사의 경우 전체 운용 규모(41조 1,783억 원)의 46.8%인 19조 3,004억 원을 CVC가 차지하고 있다.

어떤 기회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긍정적인 시각이든, 부정적인 시각이든, 언제나 양면의 동전처럼 모든 것에 존재한다. 다만 이를 내 것으로 삼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판단은 스타트업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확실한 건 오픈 이노베이션도, CVC도 스타트업에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기회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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