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오일 시대 대비해 ICT 등 혁신기술 소재 기업 육성에 힘쓰는 중동
시공간 빅데이터 ‘디토닉’, 아부다비 엑셀러레이터 선정되며 그간 쌓아온 레퍼런스로 총공략
‘지혜의 아빠’ 뜻 담은 ‘아부하킴’, 현지법인 설립 규제에 역발상으로 이커머스 설립

스타트업이 해외진출에 앞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선례'다. 국내의 다른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어떻게 발판을 마련하고 성공의 역사를 쓰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그에 맞춘 해외진출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 스타트업'은 베트남과 미국, 그리고 중동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 전략을 집중 조명하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스타트업에 인사이트를 전하고자 한다.

 

<해외 진출 스타트업> 시리즈

[K글로벌타임스] 중동은 우리나라와 멀어도 경제적으로 가까운 나라다. 혹자는 이 관계를 ‘수어지교(水魚之交)’라고 평가했다. 물 없이 물고기는 살 수 없다. 한국과 중동은 원유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에서는 ‘수어지교’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스타트업에 있어 중동은 진출 불모지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지난해 코트라(KOTRA)는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을 위해 다방면에서 지원 방책을 펼쳤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과 창업기업 교류 및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중동에서도 혁신기술 바람이 불며 이커머스, 테크, 스마트 등의 관련 국내 기업이 조금씩 진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혁신기술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하며 외국 기업에 문 열기 시작

중동에는 창업의 나라, 이스라엘이 있다. 1인당 스타트업 수 세계 1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세계 1위,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 30개사가 넘으며 나스닥 상장 기업 수 98개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두바이에서 진행하는 엑셀러레이트 프로그램. [사진=코트라(KOTRA) 두바이 무역관]
두바이에서 진행하는 엑셀러레이트 프로그램. [사진=코트라(KOTRA) 두바이 무역관]

아랍에미리트(UAE)도 2021년 글로벌 창업 생태계 분석기관인 스타트업 지놈에서 발표한 글로벌 창업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두바이는 상위 100개 신흥 스타트업 생태계 중 11위, 아부다비는 91위를 기록했다. 또한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주요 트렌드로 급부상하며 관련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나아가 UAE의 경우, 자국민 소유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외국인 소유 스타트업에도 금전적,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어 국내 스타트업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승산 있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요르단은 IT 기술 관련 기업 활동이 활발한 국가다. ICT 부문은 요르단 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 중 하나로 총 GDP의 3.8%를 차지하며 총 연간 수익은 23억 달러를 초과해 ICT 스타트업에도 진출 기회가 왔다. 더 이상 중동은 ‘오일국가’ 혹은 ‘건설국가’가 아니다. 혁신기술로 자국민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기업에 그간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

 

◇ 현지 프로그램으로 중동 진출 본격화한 디토닉

디토닉 임직원 단체 사진. [사진=디토닉]
디토닉 임직원 단체 사진. [사진=디토닉]

2022년 6월 시공간 빅데이터 전문 기업 디토닉이 아부다비 기술 생태계를 위해 진행되는 ‘허브71’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합류하며 UAE의 공략을 알렸다. 허브71은 아부다비를 세계 최고의 기술 허브로 만들기 위해 잠재력 있는 기업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커뮤니티로 투자자, 기업, 정부 및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디토닉 시공간 빅데이터 솔루션 지오하이커. [사진=디토닉]
디토닉 시공간 빅데이터 솔루션 지오하이커. [사진=디토닉]

2014년에 설립된 디토닉은 인공지능(AI) 기반 시공간 빅데이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주력 제품은 지오하이커(Geo-Hiker)로, 분산된 환경에 저장된 시공간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솔루션이다. 시공간 속성에 맞춘 최상의 인덱싱 알고리즘을 적용한 일종의 가속 엔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또한 플러그인 방식을 채택해 확장성과 범용성도 뛰어나다.

이 외에도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리테일, 자율주행, 전자정보표시기(ESL) 등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지난해 이노비즈 인증 및 GS 1등급 선정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과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을 획득하는 등 글로벌에서 요구되는 ESG 경영 방침을 견지하며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또한 미국 상무부 셀렉트 USA 피칭 아시아 지역 최종 우승과 베트남 스타트업 휠 2021 TOP 5에 포함되는 등 미국, 동남아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아 왔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디토닉은 UAE의 진출 신호탄을 쏘았다. 특히 ‘허브71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되며 최대 1년간 현지 거주지와 사무공간을 제공받고 VC, 펀드 매니저, 투자자, 기업 파트너 및 공유된 사명에 맞춰 정렬된 전략적 파트너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원받게 되었다. 또 규제 환경에도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디토닉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 기업명부터 중동 소비자에게 친근함 표시...한류 바람 타고 비행 중인 아부하킴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 [사진=아부하킴]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 [사진=아부하킴]

중동에서도 K-뷰티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이에 중동에 K-뷰티 제품을 소개하는 중동 전문 이커머스 ‘언니(UNNI)’를 운영하는 아부하킴이 2019년 중동 출사표를 던졌다. 나아가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들을 위해 COD(착불현금결제, 캐시온딜리버리)가 가능한 최초의 한국 스타트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매월 10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현지 소매가보다 최소 50% 저렴하게 판매해 한국 제품을 중동 전역에 알리고 있다.

아부하킴이 운영 중인 이커머스 '언니'. [사진=언니 홈페이지]
아부하킴이 운영 중인 이커머스 '언니'. [사진=언니 홈페이지]

물론 규제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중동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판매법인을 세워야 하는데, 법인 지분의 49%만 기업이 보유할 수 있고 나머지는 중동 자국민들이 소유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것이다. 이에 아부하킴은 역발상을 이용했다. 중동 소비자와 국내 제조사를 연결시켜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을 중동에 직접 판매하도록 하는 이커머스로 방향을 튼 것이다.

기업명에도 중동 진출의 의지를 담았다. ‘아부’는 아랍어로 ‘아빠’라는 뜻이며, ‘하킴’은 ‘지혜’다. 정리하면 ‘하킴 아빠’이자 ‘지혜의 아버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하킴은 우리나라의 철수와 같이 굉장히 흔한 이름이다. 기업명부터 현지인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교민을 위한 직배송도 인기다. 바로 ‘쉽미(shipME)’다. 중동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커머스 ‘미마트(MEmart)’도 있다. 이처럼 K-뷰티를 넘어 소비재 전 분야를 다루며 역직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모든 서비스를 소비재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동의 소매시장은 450조 원, 이커머스 시장은 20조 원 규모다. 중동은 동일 문화와 언어를 공유해 한 번 진출하면 약 4천만 명, 20개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ICT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선진 기업 유치 및 신기술 도입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및 정책자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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