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br>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1] UNCTAD의 새로운 전환기 선언과 트렌드 전망

지난 6월 16일, UNCTAD의 World Investment Report 2020(이하, WIR 2020)이 발표되었다. WIR 2020에서는 `19년의 글로벌 FDI 실적과 분석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20년도 글로벌 외투 감소전망을 제시하였다.

또한, 매년 WIR은 외투와 관련된 특정 주제를 다루는데, 금년에는 앞으로의 10년을 새로운 전환기(Decade of Transformation)로 선언하며, GVC의 재편과 관련한 3대 트렌드와 4대 GVC 재편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WIR 2020은 4차산업혁명 대응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많은 경제주체 들이 선뜻 조치를 취하지 않고 주저하던 차에 코로나19로 인해 GVC의 근본적 재편을 요구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코로나19가 GVC의 새로운 전환기(Decade of Transformation)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UNCTAD는 향후 무역과 투자가 ‘가치사슬의 파편화 정도와 길이(축소와 확대)’, ‘부가가치의 지리적 분포(분산과 집중)’, ‘무역과 투자에 대한 거버넌스적 선택’ 이상 세 가지 측면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2] GVC 재편을 주도할 ①기술 트렌드 세 가지

WIR 2020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공급망의 디지털화, 3D 프린팅 기술, 이상 세 가지 기술 트렌드가 향후 GVC 재편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각 기술의 수용과 활용수준이 GVC의 길이와 지리적 분포 및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를 들어 진보된 로봇 및 인공지능 기술은 노동비용을 감소시키고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며 분업화된 생산 과정의 리쇼어링 및 GVC의 재결합(Re bundling)을 촉진 시킬 수 있다. 또한, 공급사슬의 디지털화는 GVC 內 거래비용을 감소시키고 느슨한 거버넌스를 통해 복잡한 공급사슬을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구성하도록 지원하며, 중소기업 공급자가 플랫폼을 활용하여 GVC에 상향식(Bottom-up)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다. 끝으로 3D 프린팅 기술은 GVC 최종 단계가 시장과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위치하도록 지역적 배분을 더욱 고도화시키며, GVC 참여자가 가치사슬 중 설계(기획)단계의 부가가치 활동에보다 집중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UN 보고서는 세 가지 기술을 GVC 참여자가 어떻게 어느 정도 산업별로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GVC의 ‘스마일 커브’ 기울기가 조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GVC 재편 관련 3대 트렌드 >

 

[3] GVC 재편에 영향을 미칠 ②거버넌스와 ③지속가능성 트렌드

정책적 측면에서는 국가의 정책 개입과 보호무역주의가 증가하고, 다자간에서 지역 또는 양자 간 체계로 변화하는 무역·투자 환경변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UN 보고서는 전환기 GVC 재편과정에서 새로운 가치 포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호무역주의는 무역 비용을 증가시키고, 지역주의 심화는 무역을 全 세계적인 GVC에서 지역별 GVC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속가능성 문제 또한 GVC 재편과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 GVC 재편과정에서 기업들은 탄소배출 목표 등에서 국가와 지역 간 차이를 직면하게 될 것이며, 비즈니스 우선순위에서 ‘국경 간 탄소 조정’(Carbon Border Adjustments) 문제를 고려하게 되는 등 기존 무역과 투자 정책의 변경을 강요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재해나 기후변화 등 예상치 못한 위협으로부터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즉 장기적 번영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기업가치평가에 ESG(환경·사회적 기여·거버넌스) 요인을 더욱 강조해야 된다는 압력 또한 기업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화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GVC 재편과정에서 기업들은 회복탄력성이라는 요소를 비용 최적화와 효율성보다 중요하게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4] 전환기 4대 GVC 재편 방향

UN 보고서는 전환기 GVC 재편 방향에서 각 경제주체 들이 리쇼어링(Reshoring), 다각화(Diversification), 지역화(Regionalization), 복제화(Replication) 중 한 가지 경로를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1) 리쇼어링(Reshoring)은 가치사슬을 보다 단축되고 파편화되도록, 부가가치는 더욱 지리적으로 집중되도록 유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쇼어링은 주로 GVC 집약적 하이테크 산업에서 발생하며, 리쇼어링으로 인해 효율성 추구형 FDI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경제권에서 리쇼어링은 재산업화(Re-industrialize)를 의미하지만, 반대로 다른 경제권에서의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를 의미하기도 하며 리쇼어링으로 개발도상국은 GVC 개발 사다리를 활용한 접근 및 발전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 다각화(Diversification)는 경제활동의 범위를 좀 더 넓게 분산시킬 것이며, 주로 서비스업과 GVC 집약적 제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각화는 국가나 기업 측면에서 새로운 GVC에 진입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공급망 디지털화로 GVC가 느슨하게 관리되고, 플랫폼 및 지식자산 기반 경영의존도 심화로 투자유치국의 경우 가치 포착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다각화에서의 GVC 참여를 위해서는 고품질의 하드 및 소프트 디지털 인프라가 요구된다.

 

< GVC 4대 재편 방향과 현지국에 미치는 시사점>

 

(3) 지역화(Regionalization)는 글로벌 효율성 추구형 투자에서 지역 시장 추구형 투자로, 수직적 GVC 부문에 대한 투자에서 광범위한 산업단지 및 클러스터로의 투자 전환을 의미한다. 지역화는 공급망의 파편화가 아닌 공급망의 물리적 길이를 감소시킬 것이며 상대적으로 부가가치의 지리적 분산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화는 지역 기반의 가공산업과 일부 GVC 집약산업 및 1차산업에 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역경제 협력과 산업 및 투자 촉진정책은 지역 기반의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4) 복제화(Replication)는 더욱 단축된 가치사슬과 생산 단계의 재결합을 촉진할 것이며, 더욱 지리적으로 분산된 활동을 유인하면서도 보다 집중된 부가가치를 유인해낼 것으로 전망했다. 복제화는 주로 허브 & 스포크형 산업 및 지역 가공산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복제화는 대규모 산업 활동에 대한 투자에서 H/W와 S/W가 모두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에 의존하는 분산된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역 기반 제조업 및 서비스업 보유 여부는 복제화에 의한 GVC 최종 단계를 유치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 있지만, 이들 지역 기반 기업에게 복제화로 인한 가치 포착 및 기술이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상의 GVC 재편 방향은 모든 투자 및 개발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리쇼어링은 수출주도형 성장 경제와 GVC 참여형 경제에 더욱 큰 충격을 줄 것이다. 다각화는 GVC의 가치 포착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줄 것이지만 새로운 GVC 참여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지역화는 산업개발과 무역 및 중요한 투자와 관련하여 주변 국가와 협력하도록 할 것이며 복제화는 대규모 산업 활동에만 초점을 맞춰온 투자촉진모델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산업별 GVC 재편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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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더욱 단축되는 가치사슬, 더욱 집중되는 부가가치, 지식자산 투자

WIR 2020은 어떠한 GVC 재편 방향으로 전개되더라도 더욱 단축되는 가치사슬, 부가가치 활동에 대한 집중도 증가, 물적 생산 자산의 국경 간 투자 감소라는 공통된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VC의 공동화(Hollowing-out)나 투자철수 리스크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속도를 감안할 때, GVC의 재편은 급속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UN 보고서는 GVC 재편 전망이 아래와 같은 과제와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 과제(Challenges) : 투자철수, 재배치 및 투자 재편 증가, 효율성 추구형 투자 감소로 인한 FDI 경쟁 심화, GVC 가치 포착과 수직형 GVC 기반 개발 어려움 가중, 과거 글로벌 GVC 지향형 인프라의 점증적 수익 감소, GVC를 통한 부가가치 획득 곤란, 투자 입지 결정 요인의 변화로 개발도상국의 다국적기업 유치 가능성 감소

· 기회(Opportunities) :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투자 유치, 중복성과 회복탄력성 지향형 투자 유치, 지역 시장 지향형 투자 증가, 더욱 단축된 가치사슬로 인한 더욱 분산된 제조업 투자 증가, 더욱 분산된 생산역량 및 클러스터링에 의한 최종재 생산 관련 투자 증가, 디지털 인프라와 플랫폼에 의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창출 및 GVC에 대한 상향식 접근성 제고

 

[6] 새로운 투자·개발 패러다임과 이의 적극적 수용

WIR은 도전에 맞서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될 새로운 투자·개발 패러다임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i) 수출 지향적 효율성 추구형 투자에서‘수출-Plus-Plus’ 초점으로 변화

※ 수출-플러스-플러스(export-plus-plus): 수출 이외에, 지역 생산시장과 더욱 광범위하게 분포된 산업단지에 대한 투자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

(ii) 비용기반 단일 지역 투자자에 대한 경쟁에서 유연성과 회복탄력성기반의 분산된 투자 유치 경쟁으로 변화

(iii) ‘BIg 인프라’즉, 대규모 산업투자 우선에서, 소규모 제조시설 및 서비스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Lean 인프라’투자로 변화

마지막으로 UN 보고서는 새로운 투자·개발 패러다임에 따른 투자 촉진 전략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글로벌 대량생산과 수출 지향적 투자의 촉진은 대다수 개발도상국의 개발 및 산업화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생산요소·자원·저비용 노동’을 활용하기 위한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러한 투자는 지속해서 감소하리라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와 지역투자에 대한 균형의 재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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