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2021년은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극적인 한 해였다. 그리고 새로 맞이한 2022년, 전 세계 인류는 불행히도 코로나19가 지배하는 또 다른 12개월을 견뎌야만 한다. 팬데믹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2022년에도 계속해서 대응해야 할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글로벌 FDI에도 많은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우선 2016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던 글로벌 FDI가 2020년 팬데믹 직격탄을 맞고 전년 대비 무려 35% 감소했다. 참고로 2016년 글로벌 FDI는 2.07조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17년 1.65조 달러, 2018년 1.44조 달러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다 2019년 1.53조 달러로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팬데믹의 충격으로 2020년 0.99조 달러로 급감했다. 2020년 0.99조 달러는 2016년 대비 51.6% 감소한 수준으로 불과 4년 만에 글로벌 FDI가 절반 이하 규모로 감소한 것이며, 2005년 0.95조 달러 이후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UNCTAD(유엔무역개발협의회)가 작년 10월 발표한 보고서(Global Investment Trend Monitor, No. 39)에 따르면, 글로벌 FDI는 2021년 상반기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반등했지만,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지속하였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런데 2021년 상반기 글로벌 FDI의 회복세는 고르게 분포되지 않았다. 고소득 국가는 2020년 대비 FDI 유입 규모가 두 배(117%) 이상 증가한 반면, 저소득국가는 오히려 9% 감소했다. 2022년 우리는 더욱 큰 수준의 불균형을 목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균형의 심화와 더불어 2022년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FDI에 영향을 미칠 세 가지 트렌드를 살펴본다.

글로벌 FDI의 불균형(Inequality) 심화

코로나19 이후 세계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의 FDI는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UNCTAD 자료를 인용하면 세계 최빈국의 신규 그린필드 프로젝트는 건수 기준 2020년 28% 감소 후 2021년 3분기(누적)까지 전년 대비 51% 추가 감소했다. 개발도상국의 현저히 낮은 백신 접종률이 이들 국가의 투자와 경제회복을 저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글로벌 FDI의 불균형은 2022년에도 지속해서·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FDI의 불균형이 저소득국가에 미칠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파괴적일 수 있다. 그린필드 FDI는 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저소득국가의 글로벌 FDI 감소는 곧 일자리와 부가가치 감소를 의미한다. 더구나 저소득국가로의 UN SDGs(UN 지속가능개발목표)부문 투자 흐름은 더욱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저소득국가를 향한 전력·식량·농업 및 건강 부문의 글로벌 투자가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인프라 회복 등을 위한 투자에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들 저소득국가의 더딘 FDI 회복은 선진국의 경제성장에도 어느 순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훼손

2021년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한 해였다. 2021년 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국회의사당이 시위대에게 공격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훼손은 2016년 이후 포퓰리즘, 독재정치, 민족주의가 급부상한 결과이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정점을 찍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불길에 부채질을 해댄 격이었다.

민주주의의 침식은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트렌드일 것이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에 기반해야 한다. 2022년 중간선거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상을 시험받는 무대가 될 것이다. 아울러 미국 다음의 거대한 경제 대국 중국 또한, 2022년 가을 20차 공산당 대회에서 정치 체제를 시험받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약화는 다국적 기업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2022년 미·중의 양대 정치 이벤트를 지켜보며, 21세기 민주주의의 현황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 중국發 투자에 대한 견제와 니어쇼어링 증가

중국의 대외투자(OFDI)는 2016년 1,961.5억 달러에서 2020년 1,329.4억 달러로 지속해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2022년에도 이러한 중국의 OFDI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년간 추진된 중국 지도부의 대외투자 규제정책은 2022년에도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프로젝트가 2022년에는 친환경 및 디지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 의제 등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서구 선진국 간 제한적 협력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또한 EU의 일대일로 대응 프로젝트인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중국발 대외투자 감소 전망의 또 다른 근거로, 최근 각국의 경제안보 중시 트렌드를 꼽을 수 있다. 과거보다 폭넓은 다양한 산업 기술이 ‘국가안보’ 핵심기술로 분류되어 보호되는 기조 속에 ‘국영기업’ 중심의 중국기업이 해외 투자수요국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기업의 자국기업 인수 시 심사를 강화하는 규제가 많은 국가에서 신규 도입되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대외투자가 2022년 고갈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2022년 중국발 대외투자는 국유기업 비중이 감소하고, 지적재산권 분쟁 이슈와 군사용 무기체계로의 전환 위험성이 적은 순수 상업용 투자 비중이 증가할 것이다.

한편, 세계 각국의 대외투자(IFDI)는 중국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2022년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중국의 IFDI는 2016년 1,337.1억 달러에서 2020년 1,493.4억 달러로 지속 증가해 왔다. 그러나 특정 부문, 특히 자동차와 같이 코로나19로 글로벌 가치 사슬이 타격을 입은 부문은 대중투자가 감소하고,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증가하는 다각화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 보안 이슈와 미국과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AI 분야 등을 중심으로 대중 투자에 더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한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더욱 많은 매각 사례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 친화적이며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국가에 투자를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2022년 글로벌 FDI에 많은 영향을 미칠 세 가지는 트렌드는 지난 수년간 지속해온 것들이며, 2022년 한 해 더욱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 가지 트렌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우리 산업과 경제 그리고 FDI에 미치는 영향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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