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br>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지난 11월 11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HUAWEI)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미국 내 장비 반입을 제한하는 ‘보안장비법(Secure Equipment Act)’에 서명했다. 보안장비법은 미 연방통신위원회(이하, FCC)가 국가안보상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을 초래하는 특정 기업 제품에 대한 승인 신청을 검토하지 않거나 승인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보안장비법 제정 및 블랙리스트 기업 추가 발표

FCC는 2020년 6월 중국 화웨이와 ZTE를 중국 공산당과 연계한 스파이 행위 우려를 이유로 국가안보 위협기업으로 분류하였으며, 2021년 3월에는 5개 중국기업을 국가안보 위협기업으로 재지정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화웨이 제재가 시작된 이후에도 무선 통신장비의 미국 반입은 차단됐으나, 단말기·라우터 등 유선 장비의 미국 내 납품은 지속되었다. 이렇듯 국가안보 위협기업 지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제품의 반입이 지속되자, FCC는 이를 원천 차단하는 규제법안의 제정을 촉구해 왔으며, 보안장비법 제정은 이러한 맥락 속의 결과물이었다. 한가지 눈여겨볼 사실은 보안장비법이 미상·하원의 압도적 지지 속에 통과되었다는 점이다.

약 2주 뒤인 11월 24일, 미 상무부 보안안보국(BIS,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은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블랙리스트(Entity List) 기업을 발표하고 해당 기업의 수출 통제를 발표하였다. 이날 미 상무부 BIS는 중국, 파키스탄 등에 소재한 전체 27개사를 안보 위협 기업으로 추가 지정했는데, 이중 중국기업이 12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은 관련 조치로 중국차의 ‘첨단 레이더 장비’와 잠수함 응용프로그램인 ‘해저 센서’ 등 ‘대 스텔스 기술’ 개발을 방지하고, 새로운 ‘암복호화 기술’ 개발에 미국 기술의 전용(轉用)을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국 기술의 ’중국과 러시아 군사력 증진 전용 및 파키스탄 핵 활동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대상기업과의 거래를 원하는 공급업체는 사전에 라이선스를 신청해야 하며, 관련 신청은 거부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화웨이가 지난 2019년 대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주요 공급 업체와의 거래가 단절되며 휴대전화 생산에 곤란을 겪은 사례가 있다.

▶ 일본, 외국 자본 감시체계 가동 및 경제안보 총괄 부서 신설

일본은 첨단기술 해외 유출 차단을 위한 외국 자본 감시체계인 ‘대내직접투자관계부처회의’를 가동할 예정이다. 일본의 국가안전보장국(NSS)과 경제산업성 등 정부 부처 대부분이 참여해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외국 자본을 사전 심사하고 투자 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경제안전보장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신설하고자 하는 외국 자본 감시체계인 ‘대내직접투자관계부처회의’는 미국의 CFIUS(The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대미투자위원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국 CFIUS는 외국 자본의 미 기업 주식 취득 시 안전보장 측면 심사 후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거래 중지 등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대내직접투자관계부처회의’를 통해 외국 자본의 투자 이후 기준 준수 여부를 지속 감시하고 위험성이 인정되면 시정 조처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일본 정부는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첨단기술 개발 등 ‘경제안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총괄 부서를 내각부에 신설하기로 했다. 반도체 등 중요 물자의 확보나 기술 패권을 놓고 미·중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경제안보 총괄관리 부서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된다.

▶ 대내외 환경변화 속, FDI 패러다임의 변화

이렇듯 ‘경제안보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대내외 환경변화 속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역할에 대한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과거 FDI는 기업 측면에서 자원·기술·시장 확보 및 효율성과 이윤을 추구하고 국가 측면에서 고용촉진, 산업구조 조정, 경제성장을 추구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가 측면에서 경제안보 확보, 기업 측면에서 GVC 탄력성 강화를 통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FDI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변화하고 있다.

(필자 정리)
(필자 정리)

Frontline role in economic security management, 경제안보관리의 최전선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FDI

FDI가 국가 경제(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와 국민 안전(환경, 의약 등)을 수호하는 경제안보 관리의 중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FDI가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위협 요소를 최소화하고, 경제적 피해의 완화·억제 및 안정적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FDI가 경제국경의 최전선에서 경제안보 측면을 고려하여 자본과 기술의 유입과 유출을 관리하며 국가 경제 활동의 원활한 유지와 국민경제의 안정적․지속적 발전을 보장해야 한다.

Direct investment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FDI

경제를 다시 회복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회복이 지속 가능하도록 인프라 분야 등에서도 FDI의 역할 확대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해 디지털·그린 인프라를 비롯한 인프라 부문에 투자가 집중되어야 하는 바, FDI의 관련 분야 투자 확대 필요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회복을 위한 투자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생산능력 성장의 핵심이 되는 산업 부문도 포함되어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의 더딘 회복은 전체적인 생산능력 회복의 장애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 Increment for GVC Resilience·Safety : GVC 회복력·안전성 강화를 지원하는 FDI

미래의 충격에 더욱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코로나19로 약점이 노출된 GVC의 안정성 강화·확보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공급망의 회복탄력성·복원력(Resilience)을 최우선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FDI를 활용한 신속한 공급망 강화 필요성이 부상(浮上)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기업을 활용할 경우,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공급망의 안정성 강화를 이뤄낼 수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공급망의 회복탄력성·복원력(Resilience)은 기업 특히, 다국적기업의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FDI가 경제국경의 최전선에서 경제안보 측면을 고려하여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자본과 기술의 투자 승인 여부를 판단하고, 반대로 국내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 자본과 기술을 심사·승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단지, 경제안보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전략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및 필수기술의 국내 이전을 촉진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아울러, 탄소중립과 그린 인프라 부문의 투자를 지원 더욱 지속 가능한 국가 경제의 발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제 FDI가 경제국경 관리의 톨게이트(Tollgate)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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