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우리나라 FDI(외국인직접투자)는 지난 2015년부터 신고 기준 200억 달러를 지속 상회하며 증가세를 지속, 2018년 269억 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19~2020년 두 해 연속 감소하였으나, 2021년 플러스(+) 반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아직 공식 집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1년 우리나라 FDI는 9월 말 이미 신고 기준 180억 달러를 웃돌며 2015년 이후 7년 연속 200억 달러 달성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또한 이는 지난해 전체 연간 실적인 207.5억 달러에 불과 27억 달러가량 모자란 수준으로, 2021년 FDI 플러스(+) 전환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FDI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주로 내외부적 환경 변화 속에서 2021년 우리나라 FDI 증가 요인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증가 요인 분석에 앞서, 지난 3년 동안의 우리나라 FDI 추이를 먼저 살펴봄으로써 더욱 명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자료 = INSC(외국인투자통계시스템), 신고 기준)
(자료 = INSC(외국인투자통계시스템), 신고 기준)

▶ 최근 3년간 우리나라 FDI 추이

우리나라 FDI는 국내 제도 변화와 미중 패권 분쟁 격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2019~2020년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먼저, 2019년 우리나라 FDI 감소에는 미중 무역 분쟁 등 보호무역주의 확대 기조라는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글로벌 FDI가 2016년 2.1조 달러에서 2019년 1.5조 달러로 약 30% 가까이 감소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2019년 감소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8년의 역기저 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지난 2018년은 한국GM(36억 달러) 등 대형 프로젝트와 외국인 투자 기업 법인세 감면 폐지(2018년 말까지)를 앞두고 다수 건이 조기 신고되며, 우리나라 FDI가 신고 기준 역대 최대 실적(269억 달러)을 기록한 해였다.

한편 2020년 우리나라 FDI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의한 것이었다. 같은 시기 글로벌 FDI는 2019년 1.5조 달러에서 2020년 0.9조 달러로 30% 이상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하였으며, 2020년 연간 기준으로도 2019년 대비 11%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나라의 FDI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수출 규제가 시작된 2019년 하반기만을 비교할 경우, 2018년 하반기 대비 오히려 FDI가 신고 기준 20.7% 증가하는 등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FDI는 2020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며, 감소 폭 완화 후 2021년 상반기 증가세로 반등했다. 2020년 상반기 신고 기준 76.7억 달러로 전년 동기 98.7억 달러 대비 22.4% 감소에서, 2020년 하반기 130.8억 달러로 전년 동기 134.6억 달러 대비 △2.8%로 감소 폭이 축소(△22.4% → △2.8%)됐다. 그리고 2021년 상반기 증가세가 본격화하며 신고 기준 131.4억 달러로 전년 동기 76.7억 달러 대비 무려 71.5%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 플러스(+) 반등에 성공했다.

▶ 보류·지연된 설비투자의 재개(再開)

2021년 우리나라 FDI 반등의 첫 번째 요인으로 2020년 팬데믹 상황 속에서 보류·지연돼오던 설비투자가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회복과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재개된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참고로 설비투자란 기업이 기계장치, 운반 차량이나 건물 등의 설비를 재생산을 목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9월 국제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021년 글로벌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13% 증가했으며, 특히 반도체·물류 분야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설비투자가 최근 10년 내 최대 규모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다른 요인으로는 코로나19로 공급 불균형을 겪은 기업들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생산 시설 확대를 본격화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에서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2021년 상반기에 미국 등 OECD 주요국의 설비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제외한 미국, EU, 영국과 우리나라 모두 2020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 설비 투자가 증가했다.

(자료 = OECD)
(자료 = OECD)

▶ 공급망 및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M&A 증가

2021년 우리나라 FDI 반등의 두 번째 요인으로는 팬데믹 상황 속 각국의 확장적 재정 정책 등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공급망 및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투자가 지연되며 2020년 글로벌 Dry Powder(미 투자 펀드 자금)가 역대 최대 규모로 누적되었으며, 이로 인해 2021년 글로벌 M&A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일찍이 전망된 바 있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 기업 ‘Bain & Company’는 2020년 글로벌 PEF의 ‘미 투자 펀드 자금(Dry Powder)’ 규모가 약 2.9조 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2021년 초 'Global Private Equity Report 2021'을 통해 발표했다. 참고로 PEF(Private Equity Fund)는 소수 투자자로부터 사모(私募)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여 기업의 지분 등에 사적인 방법으로 투자하는 ‘사모집합투자기구’를 의미한다.

UNCTAD(유엔무역개발협의회) 또한 지난 6월 'World Investment Report 2021'에서 팬데믹 위기의 영향을 받은 경쟁사 및 소규모 혁신 기업에 대한 M&A 활동이 2021년 FDI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UNCTAD는 동 보고서에서 그린 필드 분야는 산업 부문의 실적 개선(Turn around)이 가시화하지 않은 반면, 2020년 하반기 반등한 M&A 분야를 중심으로 2021년 글로벌 FDI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 PE 등 국내 BIG 3 운용사는 물론이고 다른 중대형 운용사도 2019∼2020년에 걸쳐 최대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다. 참고로 블라인드 펀드란 투자 대상을 미리 정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펀드를 설정(투자 자금 모집)하고 우량 투자 대상이 확보되면 투자를 실행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실제로 영국의 파이앤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2021년 8월까지 발생한 글로벌 M&A 규모가 3.9조 달러로, 2007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1조 달러를 이미 갱신한 것으로 지난 9월 보도했다. 2021년 발생한 주요 M&A 사례로는 GE(AeroCap 아일랜드, 항공기 임대 300억 달러, 2021. 3. 10.), MS(Nuance 美, 음성 인식 업체 160억 달러, 2021. 4. 12.), 아마존(MGM 美, 영화 제작사 84.5억 달러, 2021. 5. 26.), 화이자(Trillium Therapeutics 美, 암 치료 개발업체 22.6억 달러, 2021. 8. 23.) 등이 있다.

이렇게 글로벌 M&A가 활발히 발생하는 원인을 첫째 낮아진 차입 비용, 둘째 PEF가 확보한 풍부한 자본 유동성, 셋째 상당수 기업의 기록적 수익 창출로 기업 투자 능력 회복, 넷째 새로운 먹거리(비즈니스) 확보 추진 등으로도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상반기 M&A형 FDI 규모가 2020년 상반기 21.6억 달러 대비 157.7% 증가했으며, 투자 유형별 비중 측면에서도 그린 필드 M&A 비중이 2020년 상반기 72:28에서 2021년 상반기 58:42로 M&A 비중이 증가했다.

▶ 적극적 산업 정책에 의한 관련 분야 투자 증가

이제까지 살펴본 것과 같은 내적·외적인 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가치 사슬(GVC) 재편,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으로 관련 분야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측면도 우리나라 FDI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체적인 예로 디지털 전환·탄소중립 가속화를 위한 ‘K-뉴딜’, 첨단산업 세계 공장화를 지향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신산업’ 분야 투자 증가를 들 수 있다. 반도체·백신 등 안정적 공급망 확보 및 탄소중립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FDI의 적극적 역할 수행이 더욱 기대되는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