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2021년도 채 5개월이 남지 않았다. 지난 6월 ‘WIR(World Investment Report) 2021’에서 2021년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의 10~15%가량의 반등을 전망한 UNCTAD(유엔무역개발협의회)는 그러한 전망을 유지하고 있을까? 지난 8월 10일 UNCTAD의 시니어 디렉터이며, WIR의 편집장인 제임스 잔(James Zhan)이 영국 파이앤셜 타임스 계열의 ‘FDI Intelligence’에 기고한 글로벌 FDI에 대한 전망을 소개하고자 한다.

▶ 낙관과 불확실성 사이

코로나19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일으켰다. 즉, 공급, 수요 그리고 정책적 결정 측면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FDI는 2020년 팬데믹 상황 속에서 GDP나 무역보다 훨씬 더 큰 하락 폭을 보이는 등 가장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참고로 2020년 글로벌 GDP는 2019년 대비 3.2% 감소했으며, 글로벌 무역은 2020년에 금액 기준 약 9.0%(상품 무역 6.0%, 서비스 무역 16.5%)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2020년 글로벌 FDI는 전년 대비 무려 35% 감소했는데,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보다 약 20% 감소한 규모로 2005년 이후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

UNCTAD는 2021년의 글로벌 FDI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UNCTAD의 제임스 잔은 글로벌 FDI가 2021년 최대 15%의 완만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2022년에 20~30% 추가 증가해 가장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전제하에 2019년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 속도와 팬데믹 재확산, FDI에 대한 각국 정부의 경제 회복 지출 패키지의 잠재적 영향, 지정학적 긴장 및 리쇼어링을 포함한 정책적 압력 등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으로, 향후 각 요인에 따라 글로벌 FDI의 결과가 가변적일 것으로 제임스 잔은 전망했다.

▶ 더디고 불균형한 회복 전망,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언제쯤?

글로벌 FDI 회복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라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속도는 글로벌 GDP와 무역보다 훨씬 느리고 점진적일 가능성이 크다. IMF는 최근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2021년에 글로벌 GDP 약 5.8%, 무역 8.4%가량 각각 성장해 GDP와 무역 모두 2021년 말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제임스 잔은 "글로벌 FDI의 경우 2022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는데, 그것도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 상황에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첫째, 투자 유형별 불균형 회복이 중요하다. 2021년 글로벌 FDI의 M&A형 투자 회복 속도보다 그린필드형 투자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M&A는 기업 구조 조정과 재고 보충을 위한 CAPEX(자본 지출)가 빠르게 추진되는 반면, 대규모 신규 그린필드 투자의 경우 준비와 실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 한편 ‘FDI Intelligence’의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그린필드형 투자는 2022년 글로벌 FDI의 회복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선진국·아시아 주도의 불균형 회복도 살펴봐야 한다. 미국, EU 등 선진국이 2021년 글로벌 FDI 회복을 주도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회복이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는 팬데믹이 FDI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아시아로의 FDI 유입은 높은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UNCTAD는 아세안 지역으로의 FDI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로의 FDI는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 간 불균형 회복도 중요하다. FDI 성장의 분포 측면에서 ICT(정보통신 기술), 소비재, 제조, 소매, 비즈니스 서비스 및 인프라와 같은 부문이 FDI 회복을 주도하는 반면, 호텔 및 항공사, 화석 연료 분야는 회복이 지연될 것이다.

▶ 글로벌 FDI에 영향을 미칠 5가지 주요 요인

첫째, 경제 부문은 GDP와 무역의 급속한 성장이 FDI의 증가에 기여할 것이다. FDI 주기가 일반적으로 경기 주기보다 느리게 순환하는 특징으로 인해, GDP나 무역과 같은 신속하고 급진적인 회복이 아닌 점진적 회복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둘째, 기업 관점으로는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증가하는 상황으로 투자자들은 카펙스(CAPEX)의 증가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S&P500 상위 25개 비금융 기업은 2021년에 CAPEX가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S&P500 기업의 절반가량이 2019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같은 예측은 FDI는 단기적으로 재고 보충 및 구조 조정에 더욱 집중되는 특징이 있으므로, M&A 중심의 CAPEX 투자는 증가하나 그린필드형 투자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회복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셋째, 정책 환경 부문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와 지정학적 긴장 및 경쟁의 증가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FDI 제한 정책 도입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UNCATD의 ‘Global Investment Policy Monitor’에 따르면 전체 신규 도입된 정책 중 규제·제한 조치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41% 이상으로 증가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논의 중인 세금 개혁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단기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정치적 압력도 영향을 미친다. 자국 내 생산 강화를 위한 강력한 정치적 압력과 리쇼어링을 장려하는 인센티브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투자를 억제하는 등 FDI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최근 10년 동안 국가 간 기술 협력의 80% 이상이 FDI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환경 부문에서는 지속 가능성은 녹색 및 기반 시설 투자의 증가를 주도할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특히 지속 가능한 개발 부문에서 그린필드형 투자를 촉진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2021년 글로벌 FDI 회복은 점진적일 것이며 회복의 길은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은 주로 M&A 및 CAPEX의 증가를 통해 FDI 회복을 주도할 것이며, 개발도상국은 그린필드형 투자의 낮은 성장세로 인해 회복이 지연될 것이다. 한편 투자 보호주의는 FDI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지속 가능성은 녹색 부문의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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