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요소수’를 들 수 있다. 경유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요소수’는 마치 희귀자원처럼 둔갑하여 공포와 불안감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조치로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하며 화물차주들이 장거리 운송을 기피, 운행 자체를 포기하는 등 화물차량을 중심으로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정부의 긴급수급 조치에 따른 국내 생산량 확보, 중국산 요소 조기 통관, 제3국 수입량 확보 등으로 단기적 위기는 넘긴 상황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항만장비 등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물류대란이 심화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요소수 사태는 대외의존성이 높은 우리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진 = 필자 정리)
(사진 = 필자 정리)

그런데 우리는 아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난 2019년 7월 1일, 일본이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치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의 수출 제한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무역분쟁의 경험이다. 물론 그로부터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초기 우려와는 달리 우리 경제는 타격을 받기는커녕 반도체 등에 필요한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를 현저히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이 강화되는 성과를 얻었지만 말이다.

▶ 수입구조와 특정국 수입편중에 따른 위험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수입구조는 에너지를 비롯한 1차 산품의 수입 비중이 23.2%, 중간재 수입 비중이 49.7%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본재 수입 13.0%까지 고려하면 소비재 수입은 13.7%에 불과한 수준이다. 따라서, 수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생활의 불편은 물론 수출용 상품의 제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이다. 특정 원자재·부품·제품이 특정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책변경이나 자연재해 등에 의해 예기치 못하게 수입이 중단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위에서 언급한 요소수 사태와 일본의 수출규제가 모두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요소수뿐 아니라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HS10단위 기준) 10,578 품목 가운데 83%에 달하는 8,755개 품목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대중 수입의존도가 100%인 품목도 347개 품목이나 된다. 즉, 제2·제3의 요소수가 300개가 넘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특정국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를 보이는 품목을 중심별로 민관이 함께 주목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수입의존도'를 활용한 '수입위험관리체계' 구현

정치적·경제적 사유와 무관하게 수입 중단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큰 품목을 선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위험 관리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위험품목의 수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아닌지와 특정국에 대한 수입 비중이 적정 기준을 상회하는지를 모니터링해 조기에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국 수입의존도와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수입의존도·금액 Matrix 모형’을 수립하여, 위험관리대상 품목을 선정할 수 있다. 수입의존도가 높으며 수입금액도 높은 품목을 ‘위험 관리대상 품목’, 수입의존도는 높지만, 수입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품목을 ‘준 위험 관리대상 품목’으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특정국 수입의존도·금액 Matrix 모형 (자료 = 필자 정리)
특정국 수입의존도·금액 Matrix 모형 (자료 = 필자 정리)

물론, 수입의존도의 높고 낮음과 수입금액의 크고 적음의 기준을 업계와 전문가를 통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위험관리 품목선정 시 1차 산품, 중간재, 자본재 등 품목의 특성을 고려한 보다 정교한 위험관리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일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 위험관리 대상 품목’을 선정하고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 ‘수입집중도’를 활용한 ‘수입위험관리체계’ 구현

수입위험관리체계 도입과 관련한 또 다른 방법으로 ‘수입집중도’를 관리지표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입집중도’를 관리지표로 활용, 우리나라 수입 편중 현상을 분석하여, 수입 리스트 확대 방지를 위한 ‘수입위험관리체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입집중도는 ‘허핀달지수’를 활용하여 산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경쟁도 분석에 사용되는 ‘허핀달지수(Hirschman·Herfindahl Index)’를 활용하여 국가별·품목별 수입 비중의 합을 산출하여 이를 수입집중도로 정의하는 방식이다. 허핀달지수를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주요수입국과 주요품목 및 소부장 등 다양한 관점의 수입집중도를 산출해 수입구조를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허핀달지수’ 산출 방식에 의한 수입집중도 산정식 (자료 = 필자 정리)
‘허핀달지수’ 산출 방식에 의한 수입집중도 산정식 (자료 = 필자 정리)

또한 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 수입에 특화된 ‘수입집중도’ 평가 기준을 수립해 집중도 및 위험 요소 판단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입집중도 산출 적기 기준과 특정품목의 경우 금액이 아닌 수량 단위의 집중도를 산정하는 등 차별화된 관리 기준 수립도 필요하다.

이렇듯 수입국별·품목별·소재부품 등 다양한 관점의 ‘수입집중도’를 일상적으로 산출 및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입위험관리체계’가 구현된다면 보다 효율적인 수입위험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수입위험관리체계 ‘전담조직’ 필요

끝으로 특정국 수입의존도와 수입집중도가 심각한 ‘수입 위험관리 대상 품목’을 선정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며 위험을 조기에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수입의존도와 수입집중도의 관리대상 국가와 품목 및 적정 기준을 적기에 결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시적 전담조직 수립이 요구된다. 위험관리 대상 품목의 일상적 관리와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특정 상황 발생 시 만일의 사태의 계획(Contingency Plan)을 가동함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수입의존도와 수입집중도의 개선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조직이 운영되어야 한다.

수입국별·품목별·소재부품 등 다양한 관점의 ‘수입의존도’와 ‘수입집중도’를 일상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입위험관리체계’가 수립된다면 그리고 이를 상시적으로 운영 전담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구성된다면 보다 효율적이며, 안정적인 수입위험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범국가적 차원의 ‘수입위험관리체계’ 구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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