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한 코로나19

2020년 상반기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가 그칠 줄 모르는 위세를 떨치며 2차 팬데믹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더욱 염려되는 부분은 코로나19가 취약계층에 더욱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1인 가구 소득 감소

지난 820, 통계청이 발표한 가구원 수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보면 20202분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소득은 약 438만 원으로 전년 동기의 424만 원 대비 3.3% 증가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감소했으나 긴급 재난지원금(공적 이전 소득)이 포함된 이전 소득이 대폭 증가(+68.9%)하며, 전체적인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소비 측면에서도 20202분기 우리나라 가구의 전체 평균 소비 지출은 242만 원으로 전년 동기의 240만 원 대비 0.9% 증가했다.

[20202분기 가구원 수별 가계수지]

* 출처: 통계청, 가구원 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nbsp;국가정보포털(자료 갱신일: 2020. 8. 20.)<br>
* 출처: 통계청, 가구원 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국가정보포털(자료 갱신일: 2020. 8. 20.)

    

그런데 1인 가구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20202분기 우리나라 1인 가구의 평균소득은 약 233만 원으로 전년 동기의 239만 원 대비 2.4% 감소했다. 1인 가구의 이전 소득 역시 긴급 재난지원금 효과로 증가(+33.1%)했으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감소 폭을 상쇄하지 못했다. 소비 측면에서도 20202분기 1인 가구의 소비 지출은 130만 원으로 전년 동기의 139만 원 대비 6.6% 감소했다. 다시 말해서 20202분기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소득과 소비 모두 전체 평균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독거노인 등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이 많이 속해 있는 1인 가구의 소득과 소비가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BAME(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에게 더욱 치명적인 코로나19

코로나19가 빈곤 계층에 더욱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은 해외의 연구 자료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보건부 장관은 소수민족 배경의 사람들이 코로나19불균형하게’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은 여러 자료를 근거로 보건부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코로나19에 의한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BAME; 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의 사망률이 백인보다 최대 2배나 더 높다고 발표했다. 다른 여러 연구 기관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영국 재정연구소(Institute for fiscal Studies)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흑인·아시아인의 예측 사망률 대비 실제 사망률이 영국의 백인 사망률보다 1.8~3.7배 많았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영국 백인 대비 소수민족의 예상 및 실제 사망률]

* 출처: BBC(2020. 6. 19.), Institute for Fiscal Studies 재인용<br>
* 출처: BBC(2020. 6. 19.), Institute for Fiscal Studies 재인용

 

영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제시되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될 무렵 영국에서 입원 및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이 런던이었는데, 런던 인구의 40% 이상이 소수민족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영국 공중보건국은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BAME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중환자실에 입원할 가능성이 더 컸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전체 환자의 11%BAME 그룹에 속하였으나, 중환자실 환자의 36% 이상이 BAME에 속한 환자였다고 한다.

 

빈곤의 심화와 불평등의 확대

코로나19는 빈곤층에게 더욱 잔인한 위기를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 6, ‘Global Economic Prospects’에서 2020년 세계 GDP 성장 전망을 기본(Baseline), 하향(Downside), 상승(Upside)’의 세 가지 시나리오별로 제시하였다. 아울러 시나리오별로 코로나19에 의한 빈곤층 확대 전망을 발표하였는데 코로나19에 의해 기본(Baseline) 시나리오’  기준 7,100만 명, ‘하향(Downside) 시나리오’  기준 1억 명이 극심한 빈곤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글로벌 극빈률(Global Extreme Poverty)’이 20198.23%에서 20208.82~9.18%로 증가하게 되며, 이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극빈률의 재증가를 의미한다. 또한 저소득 및 고소득 국가에서 하루 5.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국제 빈곤선(International Poverty Lines) 이하 수준의 빈곤층 수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3.5억 명의 추가 빈곤층을 양산하여, 결론적으로 코로나19가 없는 상황과 비교할 때 빈곤율을 2.3%가량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가혹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영국 공공보건국 보고서에서도 언급했듯이 BAME 그룹의 높은 발병률이나 사망률은 인종적 특수성이나 민족성 등과는 관련이 없다. 다만 BAME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빈곤 지역에서 다가구·다세대 가정의 형태로 거주할 가능성이 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며, 원격근무가 불가능하거나 고객을 대면하는 현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빈곤층의 경우 백신에 대한 조기 접근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건강·보건 측면과 경제적 측면 모두 취약계층에게 가혹한 상처를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경제적으로 고통받는 계층에 대한 더욱 큰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공동체의 책임과 연대가 강조되어야 될 때이다.

건강한 일자리와 경제성장이 최고의 백신

그러나 공동체의 책임과 연대의 적정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결코 쉽지 않다. 연민과 동정은 한계가 명확하고 원조는 피로(Aid Fatigue)를 낳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확대된 빈곤의 해소를 위해서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작업 환경이 보장되는 건강한 일자리가 제공되어야 한다. 빈곤의 해소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봉인 해제되어야 한다. 외자 유치를 통한 글로벌 가치 사슬(GVC) 재편도 다각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정책 자금은 그 마중물로 활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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