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자산 강세 및 弱달러, 중공업체 대규모 수주에 1,100원 하향
- 전문가들, "외환당국 변수 속 1,080원까지는 열어둬야"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달러/원 환율이 마침내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개장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1,100원 밑으로 내려섰다. 환율이 1,100원 아래에서 거래된 것은 지난 2018년 6월 이후 2년 반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장 중 1,096.20원까지 저점을 낮춘 뒤 전일 대비 3.80원 낮은 1,097원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이같은 달러/원 환율 하락세의 배경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도도하게 진행되고 있는 위험자산 강세 및 달러 약세 흐름이라는 모멘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모멘텀이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중공업체들의 연이은 대규모 선박 수주와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날 환율이 1,100원을 하향 돌파하는 과정에서도 약달러에 베팅하는 역외쪽 매도 물량과 외국인 주식 자금 관련 환전 물량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일선 외환딜러들의 얘기다.

예상됐던 1,000원대 환율... 돌발 변수만 등락하지 않는다면 '순조'

사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대내외로 워낙 하락 우호적인 요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 속에 환율이 '1,100원 아래로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들이 많았다. 그리고 돌발 변수만 등장하지 않는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장 전문가들이 많다.

이진우 GFM투자연구소 소장은 “주변 여건들을 감안하면 이미 달러/원 환율은 조만간 1,100원을 뚫고 내려설 기세였다”면서 “일단 주식시장이 너무 좋다. 증시가 꺾일 때까지는 환율도 관성에 따라 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다만 1,080~1,090원 정도에서는 이후 방향성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참가자들은 외환당국 변수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과도한 원화 강세에 우려를 표했고 대규모 실개입도 단행된 만큼 당국은 1,100원 아래에서도 지속적인 달러 매수 개입으로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변 여건과 수급이 일방적으로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적극적인 개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 사태와 미국 대선 이벤트로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도 당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진 후에도 당국은 매수 개입에 나섰으나 적극적인 개입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외환딜러들은 전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역외 매도세와 주식자금이 1,100원 하향 돌파를 트리거 시켰는데 이후 당국이 개입은 하는 것 같았지만 강하게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지금 외환당국은 자칫 개입을 강하게 했다가는 환율조작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도 수출 업체 네고 물량이 많은 데다 역외쪽 매도 공세,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 등을 감안하면 환율은 더 밀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면서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한동안 부양책 등으로 허니문 기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 약세도 몇 달은 더 이어질 수 있다. 올해는 1,080원 정도까지 보고 있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1,050원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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