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독일 대비 협소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 규모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중심의 산업 생태계 구축해야
정부는 2022년까지 미래차 반도체 기술개발에 2,047억 원 투입

작년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4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노조와 생산일정 조정을 협의 중이다. 이는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까지 연결돼 있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소극적이었던 우리나라도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고, 안정적인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0일 발표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현황 및 강화방안’에 따르면 주요국가의 자동차 및 차량용 반도체의 세계 점유율을 비교해본 결과, 자동차 생산 대수 기준으로 미국 11.7%, 일본 10.5%, 독일 5.5%였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미국 8.1%, 일본 11.9%, 독일 17%였다.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의 세계 점유율은 미국 31.4%, 일본 22.4%, 독일 17.4%로 세 국가 모두 자동차 생산 및 수출 점유율과 비슷하거나 크게는 3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 세계 점유율이 대수 기준으로는 4.3%, 수출액 기준 4.6%이다.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의 세계 점유율은 2.3%로, 자동차 생산 및 수출 점유율의 절반 정도의 성적으로 주요국과 대조를 이뤘다.

자동차의 전장화 및 자동화 추세로 점차 ‘바퀴 달린 IT 기기’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2020년 기준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380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9.6%를 차지한다. 2019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비중을 살펴보자면, 통신용 35.7%, 데이터 처리용 34.4%, 산업용 11.4%, 차량용 9.6%, 소비자용 8.9%이다. 자동차 기능의 전장화에 따라 타 산업용 반도체보다 빠르게 성장해 2024년에는 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NXP(네델란드), 인피니언(독일), 르네사스(일본) 등 3대 기업을 중심으로 매출 10대 기업이 세계 차량 반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규모는 9.4억 달러로 우리가 보유한 자동차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작다.

자료 : 한국무역협회
자료 : 한국무역협회

또한, 국내 반도체의 공정은 12인치 웨이퍼 및 20mm 미만의 가전, IT기기용 첨단 공정 위주다. 8인치 웨이퍼 및 30mm 구형 공정을 주로 활용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단기간 내 증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철환 통상협력 실장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부가가치가 낮은 차량용 반도체를 90% 이상 대만에 수입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하고, “최근 정부 주도로 대책회의를 하면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 트렌드를 전망,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할 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3가지의 트렌드를 가지고 있으며,  그 특성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전장화 트렌드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물론 차량 내 활용범위를 대폭 늘리는 요인이다. ADAS(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자율주행·전기 파워트레인·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부품군이 차량용 반도체 수요 확대를 주도할 전망이다. 

둘째, 차량 내/간 연결성 심화로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반도체를 비롯, 차량의 전기/전자 아키텍처가 통합화·단일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복잡한 컴퓨팅 작업과 복합 기능 수행에 유리한 통합형 반도체(System On Chip)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셋째, 자동화 트렌드로 인해 자율주행용 AI 반도체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NPU, 뉴로모픽 반도체 등 차량 자체에 AI 연산이 가능한 추론용 AI 반도체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엔비디아, 모빌아이(인텔) 등의 회사가 AI 반도체 기반의 자율주행 칩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기존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및 V2X에 활용되는 고성능 반도체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요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2040년에는 전 세계에 출시되는 신차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경우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부가가치(금액 기준)가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2.1배이고, 자율 주행차는 3.2배에 달할 전망이다. 

모빌리티 산업의 트렌드를 비춰볼 때 앞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이자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결합된 밸류체인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 7위 규모의 자동차 산업(반도체 수요처)과 세계 시장의 18.4%를 차지하는 반도체 공급처를 보유하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 중소기업·스타트업 위주의 팹리스 부문 규모와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 2위 규모의 파운드리 역량으로 고부가가치의 차량용 반도체 품목 생산에 적극적으로 몰두한다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정선경 본부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실행할 시기가 왔다” 언급하고, “그동안 낮은 부가가치와 수급의 불안정, 품질 신뢰도의 문제 등 차량용 반도체 성장에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정부와 대형 자동차 회사가 본격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을 해외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3월 10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책’에서 미래차 핵심 반도체 기술 개발에 2,047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기존 반도체 회사가 차량용 반도체로 전환할 경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역협회 이준명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7위 규모의 자동차 산업과 세계 시장의 18.4%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보유한 국가로 차량용 반도체의 안정적인 수요처와 잠재적인 공급처가 함께 존재해 그만큼 성장 잠재력도 뛰어나다”라면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이상기후, 화재, 지진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인한 공급 부족 사태에도 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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