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 경제학 박사<br>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지난 2020년 1월 운용 자산 8,530조 원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가 전 세계 기업인에게 보낸 한 통의 메일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래리 핑크는 앞으로 블랙록은 ‘ESG’[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로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블랙록은 투자 프로세스에 ESG 정보 분석과 평가를 통합하고, 매출의 25% 이상을 석탄 발전에 의존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블랙록은 2019년 4.5억 달러 규모에 머물렀던 ESG 운용 자산을 2020년에 23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등 자산 운용과 관리에 ESG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2021년 이제 ESG는 글로벌 경영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ESG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특히, 외국인직접투자(FDI)에는 어떤 의미를 제시하는지 검토한다.

(사진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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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키워드, 'ESG'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ESG는 기업 경영에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ESG와 밀접한 용어인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에서 알 수 있듯이, ESG는 중·장기적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과거 기업 가치를 재무제표와 같은 단기적·정량적 지표로 평가해 왔으나, 전 세계적 기후 위기와 팬데믹 상황 속에서 ESG 같은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기존 기업 경영이 재무적 관점의 경영 전략에서 재무 성과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며 재무제표 공시를 통해 성과를 외부에 공표해 왔다면, ESG 경영은 대표적인 비재무 성과로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공시와 ESG 콘텐츠를 통해 그 성과를 외부에 발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앞으로는 재무·비재무 성과가 기업의 경영 전략과 공시 보고서에 통합되는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전망된다. 이렇듯 환경·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전 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하에서, ESG는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핵심적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ESG 경영 3단계(전략 수립 → 정보 공시 → 인증·평가)

재무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의 두 가지 경영활동은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경영 성과를 재무제표를 통해 ‘자본시장에 공시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ESG 관점에서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경영활동은,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ESG 성과를 시장에 공시하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따라서, ESG 경영 1·2단계를 'ESG 경영전략 수립’과 'ESG 정보공시’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ESG 경영의 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대한 ‘제3자인증(Assurance) 및 ESG 평가’를 마지막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 ESG 경영전략 수립은 ESG 관점에서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과 과제, 실행 체계 등을 구축해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리더는 기존 경영체계를 ESG 경영체계로 재설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기업의 목표와 비전을 ESG 기준에 맞춰 재정립하고, 기업의 재무성과와 비재무 성과를 통합한 새로운 목표 수립 및 이의 달성을 위한 세부 전략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 ESG 정보공시란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의 ESG 정보를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효과적으로 반영, 자본시장에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투명한 ESG 정보가 반영된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참고해 투자 의사를 결정할 것이다. 이제는 기업의 ESG 전략 수립과 정보공시는 선택이 아닌,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지속 가능경영보고서의 통합적 지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미정립된 상태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ESG 정보공시 실행체계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세부 주제별 성과를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로 구성돼 있는데 특정 기관의 표준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관의 가이드라인이 혼재돼 활용되는 상황이다. 먼저, ESG 정보공시 구조와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TCFD 권고안’, ‘IR Framework’, ‘ISO26000’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ESG 정보공시의 구체적인 표준지표로는 ‘GRI 기준’, ‘SASB 기준’, WEF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공통지표’ 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산업부도 공신력 있는 ESG 평가 필요성에 대한 업계 의견을 반영 가이드라인 성격의 ESG 지표를 마련 중이다. 산업부는 2021년 4월 발표한 K-ESG 지표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 및 보완 작업을 통해 2021년 하반기 최종적인 지표를 발표할 계획이다.

세 번째 단계, ESG 보고서의 제3자인증 및 ESG 평가에 대한 내용이다.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대한 제3자인증(Assurance) 또한 기업들을 위한 표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독립적인 제3자인증을 받는 N100(52개 국가별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기업 비중은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KPMG가 지속가능성 보고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이래 처음으로 50%를 상회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업의 ESG 평가에 대한 일관된 기준 역시 미 정립된 상태이다. 전 세계적으로 125개 이상의 ESG 평가기관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글로벌 ESG 평가기관으로는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FTSE’, ‘블룸버그(Bloomberg’), ‘S&P’, ‘모닝스타(Morning star)’ 등이 있다.

▶ 글로벌 투자자와 투자 기업들은 ESG 확산을 어떻게 봐야 할까 

향후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어 자본조달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와 투자기업이 ESG 확산에 따라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ESG 규제강화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먼저, ESG 공시 의무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제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한 국가들은 20여 개국에 이른다. EU는 2021년 3월부터 연기금을 시작으로 은행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공시 의무를 확대할 계획이며, 영국은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까지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중심으로 기업 지배 구조 핵심 정보를 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개정했다. 또한 2021년 1월 금융위원회는 ESG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차원에서 ESG 정보의 자율 공시를 활성화하는 단계적 의무화 추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ESG 관련 또 다른 규제 강화로 탄소 감축에 대한 규제 강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제 파리기후협정은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보편적인 체제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대다수 국가는 국가별 목표량을 설정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위한 세부 전략을 발표했다.

둘째, 기업평가에 ESG 반영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의 ESG 평가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 S&P(Standard & Poor’s) 등은 이미 ESG 평가결과를 신용등급에 일부 반영하고 있다. S&P의 경우, 환경오염이나 탄소배출량, 안전보건,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등으로 분류하여 조정 사유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 신용등급을 조정한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에 비재무적 성과를 포함 추세는 국내 신용평가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기업들의 ESG 경영이 재무적 위험을 넘어 신용위험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투자자의 ESG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네덜란드 연기금 및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연기금을 중심으로 책임투자가 보편화 되고, ESG 투자원칙이 수립되어 ESG 투자를 내재화하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수탁자를 이해관계자로 확장시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확산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고객과 수익자의 자산을 위탁받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중장기적으로 고객과 수익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수탁자가 어떻게 책임을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행동 지침을 의미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견제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안으로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최초로 제정·도입되었다. 이처럼 책임투자 등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ESG 활용 요구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넷째, 공급망 관리 등 고객의 ESG 요구도 증대되고 있다. 협력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관리에 ESG 책임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ESG 영향력 확대, ESG 공시 강화와 투자자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생산 과정 전반에서 ESG 요소의 내재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ESG 요소를 고려하여 협력업체 등 공급망 관리를 통해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는 중이다.

더구나 EU에서는 기업의 공급망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 의무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법안의 한계점 등이 제시하기도 하나, EU의 ESG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 기조를 고려 시 입법 가능성도 큰 상황으로 향후 이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FDI 전반에 ESG 요소를 고려하거나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ESG는 글로벌 투자자나 FDI를 유치할 기업은 물론이고 정책 당국도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가 되었다. ESG 기반의 FDI 촉진·지원 정책 수립, ESG를 고려한 유치 대상 기업 선정, 투자 기업 ESG 평가에 의한 인센티브 지원 범위 결정 등 FDI 관련 업무 전반에 ESG 요소의 반영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정책적으로는 FDI 정책 수립 및 외투기업 지원 시 ESG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먼저, 외투 정책 수립 시 산업 및 지역 정책을 고려·반영하는 것과 더불어 투자 업종, 프로젝트 발굴 시 ESG 요소가 반영돼야 한다.

둘째, FDI 유치를 위한 타깃 기업 발굴 등에 ESG 평가의 결과를 활용해야 한다. 투자기업 발굴 및 타깃팅 리스트 작성 시 ESG 세부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ESG를 고려한 지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투자기업의 ESG 평가결과와 국내투자를 통해 기대되는 ESG 성과를 고려한 현금지원 등의 차등적 인센티브 지급이 고려될 수 있다.

아울러 ESG 관련 일련의 업무를 지원할 전담 조직이 필요하며, 외투 유치 기업의 ESG 경영전략 수립 및 정보공시 등을 지원하는 ESG 전문 인력의 확보도 요구된다. 이제 FDI에도 ESG가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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