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br>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 구조)의 앞 글자를 딴 ESG가 MZ세대의 등장과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등 급속한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MZ세대 소비자들은 내가 구매하는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유통되고, 어떤 물류 과정을 거쳐 나에게 오는지, 그 상품의 제조·유통·판매·물류 기업의 이념과 가치관, 사회·환경적 책임까지도 상품 선택의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가 2012년 선포한 국제 협약인 ‘지속 가능 보험 원칙 PSI’은 지속 가능한 발전 관점에서 기업 투자 의사결정 시 기업과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환경, 사회, 지배 구조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설정했다.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에서는 책임 투자 이행을 위한 중요한 기준을 ESG로 요약·제시했다. 2021년 1월 현재 3,615곳(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등 11곳)이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ESG에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비재무적인 요소들을 기존의 재무적인 요소들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ESG는 지속 가능 경영을 기업 내부에서 추진해 오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지속 가능 경영의 초점이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ESG는 개별 국가와 산업 차원을 넘어 생존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타격은 미미하지만 ESG를 외면하는 기업은 앞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기업이 공급망 전 과정에서 ESG 이슈가 발생되면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저하되는 등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리스크 헤지(Hedge)를 위해 공급망 내 협력 업체들에게 ESG에 관련된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이다.

▶ 환경(Environment)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

기업의 ESG 경영에서 ‘환경’은 ‘사회’나 ‘지배 구조’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메가트렌드 측면에서 13년째 코리아 트렌드 전망을 내놓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친환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에 들어가는 환경 부담을 제로로 만드는 ‘필(必)환경 Green Survival’을 화두로 던졌다. 이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지구의 전 생명체를 위한 것이다.

친환경(Eco-friendly)에서 필환경 트렌드로 전환하는 시대에 기업은 환경과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선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 상품 하나를 구매할 때에도 생산 과정, 포장, 유통, 물류 과정 등이 친환경적인지 꼼꼼히 체크하는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친환경 트렌드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친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은 소비자 직접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 대표적이다. 유통 매장에서 물건을 산 후 포장된 플라스틱과 비닐을 모두 매장에 버리고 오는 캠페인 활동이다. 이는 품질 보존과 무관한 과잉 포장이 얼마나 많은지 눈으로 확인하고,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와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기업들의 친환경 캠페인도 확대되는 추세다. 제로 웨이스트는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자는 운동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재활용 이전에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자는 뜻인 프리사이클링이다.

패션에서도 환경과 자원을 생각하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바람이 거세다. 새 활용을 의미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제품을 리디자인(Redesign)한다.

단순히 폐기물을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친환경 제품으로 리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MZ세대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한 지속 가능한 패션을 대표하는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Allbirds)의 인기 비결은 개념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의 니즈에 부합하는 친환경 제품 전략을 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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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hutterstock)

 

▶ 물류 영역 ESG 이슈는 환경 부문의 ‘온실가스 저감’과 사회 부분의 ‘산업 안전’

물류 영역 ESG에서 가장 큰 이슈는 환경 부문의 온실가스 저감이다. 운송 부문이나 물류센터 내 보관, 상하역 부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또한 산업 안전에서 물류 산업의 열악한 작업 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류 활동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등의 소모량이 많아 자원과 에너지 낭비, 환경 저해(오염) 요소가 많다. 물류는 (생)산지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효율적인 이동에 관한 활동으로서 운송, 보관, 하역, 포장 활동과 지원 활동으로 유통 가공, 정보 활동이 있다.

녹색 물류(Green Logistics)는 친환경(Eco-friendly), 필(必)환경(Green Survival)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녹색 물류는 운송, 보관, 하역, 포장 활동에서 에너지를 줄이고, 포장재를 줄이는 등 자원의 재활용, 폐기물의 감소, 에너지의 절약, 친환경 재료의 사용 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녹색 물류는 트럭 수송의 해운과 철도로의 모덜 시프트(Modal Shift), 차량의 대형화, 집약화, 공동화 등 여러 추진 활동이 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활동은 ‘공동 물류’와 ‘공유 물류’로 차량의 적재율 향상, 공차 운행 감소, 복화(復貨)의 활성화, 보관 효율의 향상, 작업의 생력화(省力化) 등을 통해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 자원 활용의 최적화와 환경 부하를 줄이기 위한 ‘공동 물류’, ‘공유 물류’ 시스템 구축이 필요

공동 운송을 위한 소량 화물(LTL: Less than Truck Load) 혼재는 기존의 육상 운송 주선 업체를 중심에서 삼성SDS(Cello)나 CJ대한통운(Hello)와 스타트업인 로지스팟, 트래드링스, 센디 등이 새롭게 진입했다.

집하 배송은 물량이 적은 농어촌 지역은 여러 택배 회사의 집배를 동시에 수행하는 공동 택배대리점이 공동 집하와 배달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긴급 상업용 서류(일명 파우치) 배달업자는 도심 대형 빌딩의 배달과 집하를 서로 나눠 공동 집배를 시도하고 있다.

복합 물류 터미널과 내륙 컨테이너 기지(ICD: Inland Container Depot), 산업단지 공동 물류센터와 ‘도시 첨단 물류 단지’는 개별 기업의 물류 시설 난립을 막고 시설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친환경 공동 물류에 필요한 시설이다.

팔레트 풀 시스템(Pallet Pool System)과 렌털 지게차는 공동 물류의 대표적 장비이다. 앞으로는 물류 로봇, 드론, 3D 프린터, 자율운행 화물차, 무인 보관함 등의 공동 사용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유 물류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의 낭비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친환경의 주요 추진 활동이 될 것이다.

‘우버러시(UberRush)’, ‘우버이츠(UberEATS)’는 차량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O2O 서비스를 통해 개인 소유 화물차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배달통’ 등 배달 스타트업 기업들은 유통 기업과 음식점 등이 소유하고 있던 배달 수단을 공유 플랫폼에 편입시켰고, ICT를 통해 배달의 효율성을 높여 거리의 배달 라이더(Ryder)를 급속히 줄이고, 유통 기업과 음식점의 영업 영역을 온라인으로 더 확대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마이창고’, 일본의 ‘오픈로지’와 영국의 ‘스토가(Stowga)’는 기존 물류 창고 내 공간을 서로 공유하고, 사고파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제공자는 물류 창고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용자는 별도의 물류 창고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 환경 친화적이며 시공간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공유 경제에서는 물류 서비스의 이용자(기업, 개인)도 물류 기업과 같은 제공자 역할을 할 것이다. ‘피기비’, ‘무버’, ‘우버잇츠’, ‘아마존 플렉스’, ‘쿠팡 플렉스’ 등 일반인 배달 서비스 제공자와 ‘스토어 X’, ‘Clutter’ 등 일반인이 보관 서비스를 수행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시키는 친환경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시스템이 더 확대되면 화주 기업도 물류 장비와 창고 등이 비는 시간에 타사와 공유하여 배달 서비스와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물류 기업도 ESG 경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공급망에서 배제당할 가능성 있어

화주 기업들은 공급망 전 과정에서 ESG를 구현해야 하기에,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물류 기업은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ESG에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부분은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조달·제조·판매·유통·물류 전 과정과 고객을 연결하는 공급망 참여자 모두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물류는 자원과 에너지 낭비, 환경 저해(오염) 요소가 많아 환경 저해 문제 해결과 자원 활용의 최적화를 위한 ‘공동 물류’ 시스템 구축의 필요가 있고, ‘공유 물류’는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의 낭비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친환경의 주요 추진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류 산업은 ESG의 사회 부문 이슈인 ‘산업 안전’을 위해 열악한 작업 환경에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해마다 반복되는 물류센터의 화재와 물류 현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 해당 기업 불매운동이 일어난 사례도 자주 목격된다. 불매운동은 현장을 운영하는 물류 기업뿐 아니라 서비스를 맡긴 화주 기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되었다.

▶ 물류 기업은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공급망 배제와 자본 조달의 어려움 감수

물류 기업이 ESG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혜택은 공급망 내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화주 기업들은 기존 협력(제조, 물류) 기업에게 ESG 경영의 실행 방안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규 협력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ESG를 중요한 선정 요소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ESG를 실천하지 않는 물류 기업은 앞으로 물류 협력 기업으로 선정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에서 배제는 물류 기업에게 상당한 위기가 될 것이다.

또한 ESG의 비재무적인 평가 요소가 재무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ESG에 대한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ESG 평가가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자율 등 자본 조달 비용에도 격차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 내에서 배제와 투자, 자본 조달의 어려움은 물류 기업에게는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ESG를 선제적으로 도입할 경우 이러한 리스크에 벗어날 수 있고, ESG 경영을 통해 시장의 확장과 사업 확대의 기회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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