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배터리 시장서 中 입지 확대… 미국과 유럽도 공급망 구축 서둘러
- 무역협회,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배터리 시대는 우리에게 위기보다는 기회”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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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배터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이와 관련한 핵심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 일본 등 이웃 국가들과 함께 세계 배터리 산업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차츰 중국의 지위가 공고해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 미국과 유럽도 역내 이차전지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등 국내 업체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2위 수준의 생산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과 EU의 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움직임은 우리에게 위기보다 오히려 기회”라면서 “우리나라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 국가 및 완성차 기업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배터리 제조 파트너십을 맺으며 신뢰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경쟁자보다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 글로벌 가치 사슬 약화, 코로나19로 가속

보고서는 우선 현재 배터리 업계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에 대해 진단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과 기업의 경영 전략이 화두인 가운데, 폭발적으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저장 장치(ESS), 차세대 모빌리티 등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국 중심주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가치 사슬(GVC: Global Value Chain) 약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속화하며, 국제적 분업화로 생산되고 있는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나 미국,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배터리 생산 가치 사슬의 내재화를 목표로 하는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수요는 2020년 기준으로 185GWh를 기록했으며, 2030년에는 2TWh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배터리 수요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운송 부문으로, 운송 부문의 비중은 2020년 54.1%에서 2030년에는 85.7% 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이 운송 부문 배터리 수요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자료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보고서는 그다음으로 주요국의 배터리 시장 및 공급망 현황을 점검했다. 

미국의 경우 배터리 수요 및 생산이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미 에너지부(DOE)가 발표한 배터리 공급망 보고서(2021. 6.)에 따르면, 미국의 배터리 셀 제조 능력은 2020년 59GWh에서 2025년 224GWh까지 약 4배 증가할 전망이다.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 공급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아직까지 배터리 수입 국가다. 미국의 배터리 수입은 2020년 약 47억 달러로 2017년 이후 연평균 24.8% 증가한 반면, 배터리 수출은 수입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배터리 수입에서 중국산 배터리 비중은 43.4%로 가장 높았고, 한국산은 19.5%를 차지했다.

배터리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만 놓고 보면, 미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3위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다. 다만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 및 생산량에 비해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4대 소재의 미국 내 생산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자료=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EU의 경우, 배터리 생산 역량은 2020년 기준 28GWh로 세계 생산 능력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으나, EU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025년 368G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 분야에서는 EU가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한다. 판매량 및 누적 보유 수에서 세계 2위 자리를 유지해 오다가, 2020년에는 판매량에서 중국을 추월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배터리 생산 역량에서 세계 1위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의 배터리 생산 역량은 236GWh로 글로벌 총 생산 역량 319GWh의 74.0%에 해당되는데, 이는 2위인 미국(35GWh)의 6.7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도 최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451만 대로 전 세계 전기차의 44.4%, 연간 판매량은 116만 대로 39.1%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빠른 발전에 대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차 및 배터리 기술의 연구개발, 가치 사슬의 각 단계 개발, 충전 인프라 구축 및 전기차 시장 확대 등을 목표로 정책적 지원을 집중했다. 여기에다 내수 시장 활성화로 전기차의 수요처를 확보하고,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 국내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자료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자료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 배터리 공급망 재편의 기회와 도전 과제

보고서는 이 같은 공급망 재편 흐름이 가져올 기회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 EU의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투자 기업은 거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투자 유치국의 인센티브 혜택은 투자 기업의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과의 기업 및 산업 간 협력 확대로 국가 차원에서의 동맹 또는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할 과제도 제시했다.

먼저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 구축이다. 배터리 생산 증가는 원료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데, 양극재의 필수 원료인 리튬의 가격은 2012년 대비 이미 2배 이상 올랐다. 다음으로는 로봇·도심 항공 교통(UAM) 등 배터리 관련 산업을 활성화해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로 인한 국내 배터리 생산 및 수출 감소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장 규모가 큰 신흥국의 전기차 보급에 맞춘 배터리 시장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료=한국무역협회 보고서)
(자료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무역협회 조성대 연구위원은 “19세기까지는 황금(골드러시), 20세기는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자원(오일 러시)을 좇는 시대였다면,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이 화두가 된 21세기는 유무형 자원을 놓고 데이터 러시와 배터리 러시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로 압도해야 하는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 간 우호 관계 형성과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십을 다지는 노력도 중요한 과제”라며 민관 공동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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