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류업계는 가파른 성장과 동시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전 세계적으로 물류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혁신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물류는 제조업이나 유통업을 서포트하는 제한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면,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팬데믹의 여파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물류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이후 물류산업의 혁신이 일어났고, 최신 기술들이 접목되면서 최상의 솔루션을 갖춘 물류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물류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발전과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는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박민영 원장을 무역경제신문이 만났다. 국내 물류산업의 현황과 물류 전문가로서 글로벌 물류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들어봤다.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박민영 원장 (사진 = 무역경제신문)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박민영 원장 (사진 = 무역경제신문)

 

올해 무역 호황의 큰 역할을 한 물류산업, 독자적인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Q 2021년 대한민국 물류산업 성적표는 어떠한가.

2021년은 사상 최단기간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대한민국의 수출 규모는 6,300억 달러, 무역 규모는 1조 2,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물류가 큰 역할을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대한민국 물류산업 성적표를 평가하자면, A+를 주고 싶습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물류산업이 국민들의 생활 편의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고요. 사상 최대의 무역 실적을 낸 건 항공과 해운을 비롯한 물류산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한해 고생한 물류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최고의 무역실적과 함께 물류산업의 성과나 실적 역시 국내외를 통틀어 올해 최고치르 경신했다. 또한 국민 생활의 편의는 물론 물류 서비스 자체도 발전했으며, 수출입 무역에 기여한 바가 크다.

Q 현재 대한민국 물류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물류업계는 눈에 띄는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과도기 상황에 놓인 것도 사실이다. 현재 물류를 포함하고 있는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물류산업이 확실하게 독자적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제조하고 물류, 유통과 물류, 무역과 물류 등 물류는 여러 산업과 연결돼 있어 서비스산업 정도로 생각하는데, 독자적인 하나의 산업으로 우뚝 서야 합니다. 나이키는 물류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해 제조·유통뿐 아니라 물류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다이렉트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물류의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또한 물류산업 안에서도 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운송뿐 아니라 시설, 보관업, 포워딩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풀필먼드 서비스가 요즘 대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존의 물류업계들이 어떤 식으로 재무장할 것인지, 어떻게 영역을 확장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인지가 주요 화두입니다.”

박민영 원장은 더는 물류가 포트 투 포트(Port-to-port) 서비스가 아닌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서비스가 아니기에 국내 물류회사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재무장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류업에서의 고유 업무가 있는데, 어떻게 확대하고 변신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지금 물류업계도 플랫폼 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성장하고 있어요. 물류업계 특히 주선업은 정보만 가지고 한다면 얼마 되지 않아 다 도태될 것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이 바뀌는 이 상황에서 풀필먼트나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목하고,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Q 정부는 부산을 해운 허브로, 인천을 항공의 허브로 키우겠다고 여러 번 선언한 바 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이미 부산은 해운 허브, 인천은 항공 허브의 기능이 있지만, 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노력은 배후단지를 만드는 것이에요. 항만, 공항에 배후단지를 만들고, 제조와 유통, 물류를 하나의 단지로 집적하는 형태입니다. 인천공항을 ‘인천공항경제권’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단순히 터미널 기능이 아니라 배후단지에 주거와 관광까지 더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허브화전략’이고, 인천과 부산은 복합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대표적인 허브로 자리매김했습니다.”ㅊ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박민영 원장 (사진 = 무역경제신문)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박민영 원장 (사진 = 무역경제신문)

 

4차 산업혁명과 만난 물류산업, 제약과 규제보다는 건강한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Q 현재 미국에서는 항만 노동자와 트럭 운전수 등이 부족해 적체 현상이 심한데, 정상화는 언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는가.

“최소한 1년 이상 갈 것으로 봅니다. 항만 노동자들이나 트럭 운전사들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간 채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은 물류 관련 노동자로 일하면 이민의 혜택을 줬고, 임금도 매우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3D업종으로 10년 전부터 부족 사태가 심각했어요. 미국은 현재 물류 노동자들을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전해져, 팬데믹 상황이 회복되더라도 최소 1년 이상, 2023~2024년까지는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할 것 같습니다.”

반면 이런 인력난을 문제로 물류산업의 스마트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로봇이나 드론이 개발되고,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지는 등 물류산업은 발전하고 있지만, 기존 미국의 물류노동자들은 행여 밥그릇이 뺏길까, 자신들의 권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스마트한 변화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Q 창고를 포함한 물류시스템에 로봇, IoT, AI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성과와 해결점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기술들이 물류시스템에 적용되면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로지스틱스(Logistics) 4.0은 로봇(Robot)과 물류(Logistics)의 합성어로 노동집약적인 물류산업이 기술집약적인 형태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국내 첫 대형트럭 자율주행을 성공시켰고, 수많은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연결하고 융합시켜 물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자율주행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고/출고, 보관, 이송, 피킹, 분배, 포장 등 물류산업의 여러 단계에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류산업의 자동화시스템이 가속화되면서 물류 인력난이 해소되고, 시장이 커진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자리가 줄고 일자리의 질이 바뀌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대한통운 연구소에서는 물류 산업을 스마트 물류에서 플랫폼 물류로, AI 물류 체계로 발전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AI 물류 시대가 되면 사람이 하던 의사 결정이 기계로 넘어가게 되고, 물류 전문가들은 2030년 이내에 이런 세상이 올 것으로 예측한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가장 적용하기 쉬운 분야가 물류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류의 여러 과정에서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효율성과 성과가 높아집니다. 물류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일자리의 형태가 변하고, 물류 기업 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데요. 변화와 혁신을 얼마만큼 흡수하고 적용하느냐가 중요하고, 이를 주도하는 기업과 따라오는 물류 기업 간의 융합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물류산업이 법적이나 규제로 인해 성장이나 확장에 제약이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궁금하다.

“현안으로는 공정위에서 심사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기업의 합병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독점으로 이어져 결국 요금이 인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화주의 논리입니다. 대한항공을 견제하는 제조나 유통 기업들의 섣부른 걱정이고요. 현재 대한항공은 최고의 항공 요금을, HMM은 최고의 해운 운임을 받고 있습니다. 물류 요금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지, 기업이 독점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두 기업의 인수·합병 문제가 잘 마무리가 되어야 합니다. 경쟁상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 항공사·선사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박민영 원장은 택배업계의 현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21년 물류산업은 전 업계가 호황을 기록했고, 매출이 성장했다. 하지만 택배업계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았던 것. 국내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의 작년 영업이익률이 2~3% 지나지 않았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당일배송, 새벽배송, 시간지정배송 등 택배 서비스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물동량도 20% 이상 성장했고요. 한 해 동안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업종이 별로 없는데,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와 택배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배업계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은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택배 비용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제조나 유통회사들은 물류를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보고, 국내 택배회사들은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더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이죠.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는데, 가격경쟁을 하는 모양새가 택배 업계 저성장의 이유입니다.”

택배업계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가격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고, 좋은 인재들이 활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택배업계는 시장지배력을 가지려는 논리로 가격을 낮추는 제 살 깎아 먹기를 하고 있고, 좋은 인재들은 쿠팡 로지스틱스 같은 플랫폼 기업에 뺏기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물류산업 호황기에 택배업계도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체질 개선이 분명 필요하다.

Q 글로벌 무역에서 대한민국 물류산업이 가진 경쟁력은 어떠한가.

“배달의 민족 DNA를 가지고 있어 K-물류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인들처럼 부지런하고 일을 빨리 하는 민족들도 없지 않습니까. 물류는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산업으로,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되는 것이죠.”

DHL이나 페덱스 같은 기업들도 근무 외 시간에 대해 엄격한데, 우리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자세가 돼 있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고 처리하는 시간이 매우 빠른 편이다. 이런 부지런함을 장착한 배달의 민족,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나갔을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주는 것이 물류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기에, K-물류는 성공할만한 매력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물류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Q 물류산업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물류 산업은 선투자 산업이다. 차량, 비행기, 선박이 있어야 이동을 할 수 있기에 투자가 먼저 되어야 한다. 물류산업의 궁극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선투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금융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박민영 원장의 생각이다.

“최근 HMM의 경우가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정부의 금융 정책을 지원받음으로써 대형 선박이 대규모로 인도되기 시작하고, 해운 수요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성장했습니다. 물류산업은 기본적으로 선투자가 되어야 하고, ROI(투자자본수익률)가 장기적으로 나타나기에 선투자 부분에 있어 정부가 정책 금융으로 도와줘야 HMM 같은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류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으로 가지려면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외국의 유명한 물류 선도 기업들은 자산이 뒷받침이 되어 있다. 세계적인 물류 회사 Agility의 산업군을 보면 물류, 금융, 부동산이 함께 어우러져 있을 만큼 물류와 자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다.

“또한 우리나라 물류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 차원의 대폭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그 지원은 앞서 말한 금융정책뿐 아니라 제도적인 지원, 인력양성 등을 말할 수 있는데요. 이커너스 시장이 성장하고 디지털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현장에서 이런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느끼는 것이 물류입니다. 전자상거래가 성장하려면 밑바탕에는 물류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하는데, 디지털 전환에 적합한 인재들이 양성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입니다.”

Q 물류산업 전문인력양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현재 물류산업의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로 전문 인력양성을 위해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예산도 매우 작고, 무늬만 신경 쓴 정책들이 많다. 얼마 전 박민영 원장의 설득으로 11개 학교에 물류인재 양성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으나, 한 학교당 7,000만 원도 안 되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산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군에서 물류산업이 여섯 번째로 큰 산업으로 꼽혔다고 합니다. 물류와 연결되는 어마어마한 후방산업까지 따진다면 물류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이 절실하죠. 박근혜 정부 때 한진해운을 살리지 못한 것은 물류인들에게 엄청난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아마 그때 정부에서 한진해운을 도와줬더라면 지금의 물류호황과 맞물려 엄청난 이득이 있었을 텐데, 금융 시각으로만 판단한 것은 정부의 큰 실책이라고 생각해요. 나라의 전반적인 산업 발전을 고려할 때도 확실하게 육성해야 하는 물류산업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Q 인하대학교 물류대학원에서는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가.

“인하대학교 물류대학원의 교육 방향은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물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위 ‘물류산업의 명품 인재’라고 부르는데요. 우리 졸업생들이 국내에서 인정을 받는 편입니다. 취업도 잘 되고, 취업한 회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교육은 물류를 매니징하는 인력과 기능 인력으로 구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신규 인력 교육과 기존의 재직자 교육 등으로 나눠진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맞게 AI, 빅데이터 등을 포함한 IT 기술 교육, 최소한의 코딩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전자상거래에 관한 시간도 있다. 최근에는 콜드 체인 같은 패키징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패키징’ 수업도 진행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물류 시스템 교육도 앞두고 있다. 1년에 1만 명씩 교육시켜 ‘10년 10만 명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현재 인하대학교 물류대학원 프로그램을 위해 1년에 300명의 인재를 육성시키고 있다. 신규 인재 양성과 재직자 사내 교육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통해 물류 인재들의 역량을 제고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박민영 원장의 주요 업(業)이다.

(좌)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박민영 원장과 (우)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이 인터뷰 종료 후 기념촬영 중이다.<br>(사진 = 무역경제신문)
(좌)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박민영 원장과 (우)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이 인터뷰 종료 후 기념촬영 중이다.
(사진 = 무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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