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부릉 등 유동성 입고 공격적 확장
투자금 회수 실패 등 기업가치 하락
업계 측 "내년 헐값 매물 쏟아질 듯"

[K글로벌타임스] 스타급 스타트업의 도산 위기가 연일 이슈다. 단숨에 수천억원대의 돈을 끌어 모으며 일명 ‘스타덤’에 오른 유명 스타트업들이 불과 1년 사이에 생존 위기를 논하는 단계에 올랐기 때문이다. 성장성 대비 무리한 투자금 확보 후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이 파산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곳은 왓챠, 메쉬코리아, 샌드박스, 오늘회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트업이라 쇼크 여파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왓챠 CI)
(사진=왓챠 CI)

◇ 개막 못한 ‘왓챠 2.0시대’ LGU+만나 한숨 돌렸으나

왓차챠2.0 시대를 열 것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던 토종 OTT 대표주자 ‘왓챠’가 결국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왓챠 경영권 인수에 나서며 왓챠도 한숨 돌리게 됐다.

자연스레 기업 가치는 대폭 하락했다. 실제 왓챠는 지난 2021년 브릿지라운드에서 프리 투자밸류 3000억원을 인정받았으며 올 초 5000억원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LG유플러스가 왓챠 및 주주들에게 제시한 투자 조건은 프리 투자 밸류(투자전 기업가치)로 200억 원 언저리다.

올 상반기만 해도 왓챠는 1000억원대 규모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를 추진했으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눈물을 머금고 인력 감축과 자회사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서비스 종료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기업 가치는 상당히 떨어졌으나 현재 왓챠는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으므로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메쉬코리아에서 전개하는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사진=메쉬코리아)
메쉬코리아에서 전개하는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사진=메쉬코리아)

◇ 배달 대행 1위 ‘부릉’ 이끈 메쉬코리아의 퇴보

최근 배달대행업체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가 파인아시아자산운용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양 사의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쉬코리아는 상반기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지난 25일 결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외형으로는 1위를 기록했으나, 안을 보면 메쉬코리아는 지난해에만 적자 368억원을 냈다. 운영 자금이 떨어지자 창업자 유정범 의장이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360억원의 대출까지 받았으나 상환 기한을 넘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최근 메쉬코리아는 몸값의 70% 이상 낮춰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메쉬코리아는 기업 성장에 비해 사륜차 식자재 배송 등 사업을 급속하게 확장하며 무리한 투자 유치를 진행한 점이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분석했다.

(사진=정육각)
(사진=정육각)

거물급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투자 한파는 유통 및 커머스 분야로 번져나가고 있다.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도 신한캐피탈로부터 빌린 단기대출 370억 원의 만기를 겨우 6개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식품과 직접 가공한 축산물을 새벽배송까지 해주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빠른 속도로 기업 가치를 1000억 원까지 불렸으나, 올해 초 신선식품 유통업체인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자금 상황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플랫폼 ‘오늘회’는 사실상 서비스 중단에 이르렀다. 이 회사 또한 기업 성장 속도에 비해 무리하게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혹은 투자 유치가 불발되면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연체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오늘회는 지난 9월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 직원 상대로 권고사직을 단행했으며 현재 수산물이 아닌 10개 내외 식품 배송 서비스만 진행 중이다.

 

◇ 유니콘 사라지고 헐값에 나온 스타트업 매각

내년 상황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벤처 펀드 대상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 예산이 올해 5200억 원에서 내년엔 3135억 원으로, 39.7%나 줄어 정부에서 나오는 돈줄 마저 마르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이 줄 폐업은 물론 최초 기업가치 대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자본이 여유로운 기업에 팔리는 상황이 늘고 있다. 올해 11월 초 기준 스타트업 인수합병은 100여건이 넘었다.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스타트업들은 예상했던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자, 급전을 빌리거나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 업계 1등을 유지한 덕분에 그간 수월하게 투자를 유치해왔던 간판급 스타트업들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획기적인 아이템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무섭게 확장하던 스타트업들이예상보다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자 제2,3 금융권까지 손을 내밀거나 무리한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다”며 “사실상 초반에 나온 기업 가치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며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헐값에 매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유하 기자]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