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창업 기업 5년 생존율, 창업 기업의 2.5배 이상으로 크게 웃돌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뚝심으로, 재창업하기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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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글로벌타임스] 미국, 이스라엘 등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국가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여기에 한마디가 더 붙는다.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재창업이의 시도가 적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창업 기업이 생존할 확률은 창업 기업의 2.5배에 달한다. 한 번의 도전으로 그간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고, 그간 배우지 못했던 것을 배운 덕이다.

 

◇ 정부 유관기관의 각종 재창업 지원 정책 및 프로그램

[사진=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
[사진=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

2021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김진철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국내외 재창업 지원 정책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창업 기업은 2020년 기준 148만 개지만, 5년 생존율은 29.2%로 OECD 주요국 평균인 58.3%에 크게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또한 재창업 도전도 무척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인들은 평균 2.8회의 실패 경험을 가지지만,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1.3회의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재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73.3%다. 무려 창업 기업보다 2.5배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 인식에 대한 부담감이 다소 높다. 이에 재창업을 ‘또 하나의 시도’가 아닌 ‘실패’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재창업을 독려하는 정책이나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2005년 ‘벤처패자부활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최초로 재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 조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2018년을 기점으로 재도전이 가능한 시스템과 지원체계가 구축되었다.

우선 창업진흥원의 ‘재도전성공패키지’가 있다. 우수한 아이템을 보유한 재창업자를 발굴해 교육, 멘토링, 사업화 자금(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재도전종합지원센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위기‧재도전 기업의 경영애로를 극복하고 실패 경험을 자산화하며 재도전 종합지원기관의 필요성에 따라 2014년 재도전종합지원센터가 설립됐다. ▲법률, 세무, 회생절차 등 상담 ▲재창업자금, 구조개선전용자금 지원 및 교육 ▲자금지원기업 신용회복 ▲진로제시 컨설팅, 회생 컨설팅, ▲1:1 멘토링을 통한 사후관리를 서비스한다. 중앙재도전센터를 비롯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전 지역에 총 20개 지부 및 본부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민·관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 재기를 지원하는 ‘Re-Born Project’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신한은행과 협력해서 조성한 재창업 기업을 위한 공간 ‘리본 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재창업 기업과 대기업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재창업 기업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등 다양한 재기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16세에 창업 실패...벤디트, 2021년 숙박 B2B 플랫폼으로 재도전

변태섭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이 ’2022 재도전의 날‘에서 이준규 ㈜벤디트 대표에게 재도전사례공모전 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변태섭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이 ’2022 재도전의 날‘에서 이준규 ㈜벤디트 대표에게 재도전사례공모전 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사회 전반에 창업 실패를 경험 자산이자 또 다른 도전의 발판으로 삼는 재도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재도전의 날’ 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 재도전의 날에 재도전 사례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이는 벤디트의 이준규 대표다. 그의 이력은 16세부터 시작된다.

한참 어린 나이인 16세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유사한 가상 서버 호스팅 서비스를 창업했으나 비전 미수립, 경험 부족, 체계적 경영관리 실패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사업을 양도하게 됐다. 이후 소프트웨어 분야에 취직해 8개의 솔루션을 제작하고 50여 개의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2018년에는 다양한 최소 기능 제품(MVP)을 서비스해보기 위해 정보 시스템 통함 회사 와이즈소싱을 창업해 여러 아이템에 도전했다. 그리고 2021년 벤디트를 설립했다.

벤디트는 숙박업 자율운영 B2B 플랫폼으로, 관리가 자동화되는 객실관리 시스템과 안면인식 등 맞춤형 하드웨어를 갖춘 키오스크, 잔여객실이 실시간 연동되는 예약 솔루션을 개발해 토탈 패키지로 숙박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호텔, 모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을 모두 포함한 100여 곳 이상 숙박업소와 3200여 객실을 자동화 운영 중이며, 올해 4월 기준 자동으로 처리된 숙박 예약은 15만 건 이상이다. 또한 벤디트 플랫폼을 통해 관리된 숙박 예약 거래액은 100억 원을 돌파했다.

벤디트의 목표는 야심차다. 국내 기준으로 최소 2000개 이상의 숙박업소를 고객으로 유치하고, 글로벌 기준으로 7만 개 이상의 숙박업소를 직‧간접 고객으로 유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에 종속된 형태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만으로도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 창업만 7번째...“비팩토리가 마지막 창업 될 것”

[사진=비팩토리]
[사진=비팩토리]

2020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 스타트업 비팩토리의 노정석 대표는 창업만 7번째다. 1997년 보안업체 인젠을 공동 창업한 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꽤나 큰 을 거머쥐었다. 이후 2002년 보안업체 젠터스를 설립했으나 1년 만에 폐업했다. 2005년에는 블로그 개발 스타트업 태터앤컴퍼니를 창업했다. 이는 구글이 수백억 원에 인수하며 노 대표는 성공궤도에 오른 듯했다. 2010년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 등 B2C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아블라컴퍼니를 설립했으나 매출이 신통치 않았다. 창업 2년 만에 일부 사업을 다른 회사에 넘겼다.

이후 몇 번 더 창업하며 성공과 실패를 왔다 갔다 하던 노 대표는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AI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의류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경영관리가 미흡해 재고와 손실이 쌓였다. 이에 화장품으로 사업 아이템을 변경하여 비팩토리를 설립했다. AI로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소량 제조해 판매하면서 고객 반응이 점차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비팩토리는 현재 강력한 우군도 확보한 상태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업체 고스맥스와 협업 중이며, 화장품 원료, 사무실 등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도 했다.

비팩토리는 재창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테슬라는 2003년 설립되어 2007년부터 일론 머스크가 맡았다. 그 이후 자율주행차의 대표로 선 지금까지 13년이 흘렀다.” 앞으로 화장품 제조와 관련해 파이프라인 빌드에 오랜 시간을 쓸 것이라고 말하는 비팩토리. 노 대표는 향후 30년은 비팩토리를 운영하며 사업의 변화와 성취를 느낄 생각이다.

‘국내외 재창업 지원 정책 비교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재창업 지원에 대해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국내 재창업 지원은 채무감면, 융자/보증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재창업을 위한 보조금 등 자금지원이나 전문적인 교육 및 컨설팅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현재 시행하고 있는 ‘실패의 날’, 또는 ‘실패박람회’와 같은 창업경험 공유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하고, 기업인과 창업가, 재창업가 등 민간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창업 및 재창업 지원에 민간 주체의 참여를 활성화하여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융합지원 제도 수립이 필요하다. 넷째, 재기 또는 재창업 이후 일정기간 동안의 모니터링 및 후속 지원 정책 필요하다. 다섯째, 재창업에 대한 지원대상 선정 시, 기업의 특성 및 이전기업의 생존 기간 등을 선별기준으로 활용하여 재창업 생존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토마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할 때까지 2000번 이상 실패했다. 지인이 포기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에디슨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2000개의 원인을 발견했을 뿐이다. 실패도 일이 진행되는 과정이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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