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닷컴 시대 열며 ‘포털 사이트’로 글로벌 왕좌 꿰차
구글의 등장으로 야후가 하향 곡선 그린 것은 맞지만, 그보다 근본적 원인 있어
경영자 1명이 100명을 살리는 시대 아니라는 사실 간과

대기업도 내‧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기업을 존폐의 문 앞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내‧외부 환경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해도 피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는 실패한 스타트업이 왜 실패했는지, 그들이 펼친 경영이나 전략은 무엇인지를 탐구해보며 한 번 틀린 문제 다시는 틀리지 않도록 만드는 ‘오답 노트’의 역할을 하려 한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다. ‘실패’를 집중 분석해 실패를 정복해본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 시리즈

[K글로벌타임스] 90년대 집집마다 필수품이었던 게 하나 있다. ‘전화번호부’다. 전화번호부는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와 같았다. 그리고 이 전화번호부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사라진다. 닷컴의 창시자이자 신화로 불린 야후(YAHOO)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지금 야후는 어떠한가? 2012년 국내에서 1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내며 철수했고, 최근 중국에서도 사업을 접었다. 구글(Google)의 등장으로 인터넷 검색 포털 순위에서 밀리면서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게 된 야후. 수없이 CEO를 교체하며 재기에 대한 열망을 보였지만 그 끝에 영광은 없었다.

 

지금의 ‘구글링’, 예전에는 ‘야후’였던 시절

야후 역대 로고 [사진=나무위키]
야후 역대 로고 [사진=나무위키]

1994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과정을 재학 중이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가 박사논문 작성에 필요한 정보가 있는 사이트들을 찾기 쉽게 분류한 게 야후의 시작이다. 이는 곧 스탠퍼드대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투자 유치에 성공한 야후는 본격적으로 닷컴 신화를 써 내려갔다.

야후는 2000년대 초까지 웹 서핑을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되며 전 세계 1위 포털 사이트로 왕좌를 지켰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라이벌의 등장이었다. 2003년 구글에 왕좌의 자리를 내놓으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일본 류츠케이자이대학 윤경훈 교수는 야후의 몰락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첫째, 야후의 경영재건을 위해 영입된 마리사 메이어 CEO의 경영자 경험 부족을 들 수 있다. 둘째, 이는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경영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인적자원이 없었다. 셋째, 구글과의 경쟁에서 패배했다. 넷째,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참여가 소극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첫째와 둘째가 꼽힌다. 많은 이들이 야후의 몰락은 구글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핵심 실패 원인을 분석해보자.

 

경영자 한 명에게만 기댄 결과는 결국 쓴맛으로

마리사 메이어 야후 전 CEO [사진=플리커, JD Lasica]
마리사 메이어 야후 전 CEO [사진=플리커, JD Lasica]

마리사 메이어 CEO는 2012년 7월 야후에 부임하기 전까지 구글의 검색 엔진 부문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책임지는 기술직 임원으로 근무했다.

문제는 기술개발 부문 임원으로 쌓은 역량과 기업의 각 부문을 총괄하는 CEO의 역량 사이의 간극이었다. 뉴욕타임스도 이 부분을 지적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마리사 메이어 CEO가 경영자로서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했다.

마리사 메이어 CEO는 텀블러를 포함한 수십 개 기업을 인수했는데, 이 역시도 야후의 실패 원인으로 손꼽힌다. 야후의 본질적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야후의 대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마리사 메이어 CEO는 모바일을 비롯해 비디오, 광고 및 텀블러(Tumblr) 등의 소셜미디어까지 다양한 산업군의 53개 기업을 인수했으나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경영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인적자원의 부재도 야후를 빠르게 몰락시켰다. 윤경훈 교수는 “경영자의 능력 부족은 예측 가능한 기업의 리스크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경영자의 능력 부족을 보완할 인적자원마저 없다는 것은 야후가 이미 중장기적 전략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야후는 전 직원의 역량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CEO의 능력만을 우러러봤다. 옛말에 한 사람이 백 사람을 먹여 살린다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전통성도 중요하지만 시대 흐름도 포용했어야

1위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다시 그 자리를 탈환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대중의 인식에 ‘쇠퇴’와 ‘하락’의 이미지가 각인된 탓이다.

야후 화면 캡쳐 [사진=픽사베이]
야후 화면 캡쳐 [사진=픽사베이]

그러한 측면에서 야후는 구글에 왕좌를 넘겨서는 안 됐다. 검색 엔진에서는 깔끔한 인터페이스의 구글에서 밀렸고, 소셜미디어에서는 페이스북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소극적 참여도 야후를 하향 곡선에 태웠다. 야후는 여전히 검색 엔진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지 못했다. 과거로부터 지켜온 전통성, 자신들이 해당 분야를 개척했다는 자부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든 ‘시대는 바뀌었다.’

야후의 전직 임원이었던 댄 피니건이 말이 이를 정확히 겨냥한다. “야후는 너무 많은 분야에서 경쟁하려 했다. 코카콜라나 펩시가 되어야 했는데, RC콜라가 되려 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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