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90%는 실패…왜 실패하는가?
실패의 영역에 들어간 스타트업, 4가지로 구분해 원인 분석

대기업도 내‧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기업을 존폐의 문 앞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내‧외부 환경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해도 피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는 실패한 스타트업이 왜 실패했는지, 그들이 펼친 경영이나 전략은 무엇인지를 탐구해보며 한 번 틀린 문제 다시는 틀리지 않도록 만드는 ‘오답 노트’의 역할을 하려 한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다. ‘실패’를 집중 분석해 실패를 정복해본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 시리즈

CB Insights가 2021년 발표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12가지 이유’ [사진=CB Insights]<br>
CB Insights가 2021년 발표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12가지 이유’ [사진=CB Insights]

[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 전문 리서치 기업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의 2019년 발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스타트업의 90%는 실패한다.” 9%도, 19%도 아닌 무려 90%다. 많은 이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시작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는 뜻이다. 실패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패를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 90%는 왜 실패하는가?

 

글로벌 거대 기업 GE도 한탄한 현금흐름의 중요성

2021년 CB Insights에서 스타트업이 111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12가지 이유’를 발표했다. 1위와 2위는 박빙으로, 단 3%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바로 ‘현금 부족/신규 자금조달 실패(38%)’와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35%)’다. 결국 자금과 비즈니스 아이템이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든다. ‘왜 그럴까?’다.

GE 전 회장 잭 웰치<br>[사진= 도서 'The New GE: How Jack Welch Revived an American Intitution']
GE 전 회장 잭 웰치
[사진= 도서 'The New GE: How Jack Welch Revived an American Intitution']

현금 부족/신규 자금조달 실패부터 살펴본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내가 5년만 빨리 현금흐름을 알았더라면 GE의 성장을 10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금흐름은 기업에 중요하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연이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희박하다 보니 가지고 있는 현금을 모두 소진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자금이 없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없다. 결국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한 스타트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닫는다.

전문가들은 “돈이 많더라도, 사업 초기에 주의하지 않으면 돈을 모두 날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타트업은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하지만 각종 고정비나 간접비는 꾸준히 지출된다. 곳간의 내용물은 한정되어 있는데, 자꾸만 빠져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자금난을 겪게 된다. 이를 실리콘밸리에서는 ‘번 레이트(Burn Rate)’라고 부른다.

 

소비자가 불러줘야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는 단 하나가 원인이다.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 것’.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 특성상 많은 CEO들이 ‘공급자’ 위주의 비즈니스 아이템을 선정한다. 즉, ‘내구성이 좋으면 되지’ 또는 ‘잘 만들기만 하면 팔릴 거야’ 같은 생각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대가 흘렀고, 시장은 변화한다. 더 이상 공급자 위주의 마인드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소비자는 ‘잘 만든 제품’보다 ‘내게 필요한 제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Patient Communicator 로고 [사진=Patient Communicator]<br>
Patient Communicator 로고 [사진=Patient Communicator]

뉴욕의 소프트웨어 회사 Patient Communicator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피칭한 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고객이 없었다는 것을.”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시장조사 부족과 결이 맞아떨어진다. 당연히 성공할 줄 알고 아이디어화한 사업을 창업했지만, 시장 그 누구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사업 아이템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서점의 숱한 도서진열대 중 아무도 손길을 뻗는 책이 한 권 있다고 가정하자. 그 책이 그 어떤 세상의 지혜나 비밀을 담았건, 그 어떤 감동 스토리로 감성을 자극하건, 단 한 사람도 책을 펼쳐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유명한 시 구절처럼 소비자(내)가 불러줘야만 사업 아이템(그)은 비로소 그 가치를 발아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라도 ‘독점 시장’은 없다

3위와 4위는 각각 ‘경쟁열위(20%)’와 ‘잘못된 비즈니스 모델(19%)’이 선정됐다. 스타트업은 혁신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에 이 세상에 자신과 경쟁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과연 그럴까? 이 역시 ‘공급자’의 시선으로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에 일어난 경영 실패다. 스타트업이 혁신적이면서도 과감한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주목해야 할 점은 ‘경쟁 기업’이 아니다.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다. 이 고객군이 겹치는 타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이 바로 경쟁자다.

아동복 배달 서비스&nbsp;Mac &amp; Mia는 후발주자인&nbsp;Stitch Fix를 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br>[사진=Stitch Fix]<br>
아동복 배달 서비스 Mac & Mia는 후발주자인 Stitch Fix를 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사진=Stitch Fix]

또한 후발주자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세상에 독점적 시장은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모델을 비슷하게 따라한 후발주자들이 파도처럼 몰려올 테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우리의 기술력과 서비스는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라는 자만에 빠진다. 이는 결국 기업의 도태로 이어진다. 이는 실제로도 사례가 있다. 최초의 아동복 배달 서비스 Mac & Mia는 20개의 후발주자들로 인해 설립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잘못된 비즈니스 모델은 2위인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와 맥락을 언뜻 같이하는 듯 보이지만 다르다. 막상 제품 및 서비스를 완성했더니, 수익창출이 나지 않는 경영 구조로 곤란에 빠지는 것이다. 이는 타깃을 잘못 잡았을 확률이 큰데, B2B 시장에 진입해야 하지만 B2C 시장에 진입했다든가 하는 문제가 그렇다. 자신의 비즈니스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실패 원인이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①’에서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 4가지를 위주로 살펴보았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②’에서 이러한 위기에 봉착한 스타트업은 소생할 기회가 없는지를 알아보려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이라는 말처럼, 애초에 이러한 문제점을 봉쇄할 방안이 없는지, 예방적 차원에서의 방법 또한 설명하려 한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은 대기업과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움직이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명심하자.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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