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혁신적으로 제품에 구현하며 소니 제국 건설
PC용 리튬전지 발화 사고 및 소니쇼크로 임직원들 사기 저하
성과주의 도입 후 직원들의 능동적 참여 태도 현저히 낮아진 게 실패 요인

대기업도 내‧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기업을 존폐의 문 앞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내‧외부 환경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해도 피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는 실패한 스타트업이 왜 실패했는지, 그들이 펼친 경영이나 전략은 무엇인지를 탐구해보며 한 번 틀린 문제 다시는 틀리지 않도록 만드는 ‘오답 노트’의 역할을 하려 한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다. ‘실패’를 집중 분석해 실패를 정복해본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 시리즈

[K글로벌타임스] 소니는 한때 워크맨, PC, TV 등 내놓는 제품마다 ‘혁신적’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 소니의 깃발을 꽂았다. 흔히 그 소니가 세계를 점령하던 시대를 ‘소니 왕국’이라고 불렀는데, 어쩌면 ‘소니 제국’이 어울릴지도 모를 정도로 소니를 상대할 라이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처럼, 소니 제국도 결국 힘을 잃었다. 이제는 과거의 타이틀만 간신히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따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소니의 몰락을 ‘혁신성 실종’이라고 단정 짓는다. 물론 이도 소니 제국이 무너지는 데 한몫 거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핵심적인 요인이 있다. 능동적이던 기업 문화가 파괴돼버렸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전통성 중요하나 그 틀에 묶여서는 안 돼

소니 제국을 만든 워크맨 [사진=픽사베이]
소니 제국을 만든 워크맨 [사진=픽사베이]

업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소니의 몰락은 ‘혁신성 부족’을 이야기한다. 1980~1990년대까지 워크맨 등 가전제품으로 승승장구하던 소니는 MP3라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성을 유지했고, MP3가 대중화되면서 대중들의 인식에서 ‘소니’는 지워졌다. 슈퍼 히어로가 존재감 없는 유령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중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 MP3를 포함한 애플의 ‘아이팟’이다. 소니는 전통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더 이상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았고, 그 기저에는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었다. 결국 소니의 워크맨은 쓸쓸한 퇴장 길을 밟아야 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0년대 소니는 경영 악화라는 악재와 겹쳐 PC용 리튬전지의 발화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전 세계에서 약 960만 개의 리콜 사태가 벌어졌으며, 500억 엔의 비용을 쏟아 부어야 했다. 2002년에는 삼성전자에 기업 가치를 추월당했고, 나아가 2003년에는 일명 ‘소니 쇼크’가 발생했다. 소니는 사상 처음으로 약 11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이를 타계할 방법으로 CEO 교체를 택했다.

 

몰락한 소니 이미지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

소니 모리타 아키오 전(前)회장 <br>[사진=FIITJEE Nagpur]
소니 모리타 아키오 전(前)회장
[사진=FIITJEE Nagpur]

1946년 창업 이래 일본을 대표하는 전기‧전자제품 제조 기업으로 성장한 소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대변하며 일본을 넘어 전 세계를 호령했다. 하지만 혁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제품을 들고 나오는 다른 기업들에 결국 ‘제국’ 타이틀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는 소니의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기업 이미지는 무척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소니는 ‘혁신’ 이미지에서 ‘비혁신’ 이미지로 다운그레이드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소니가 더 이상 예전처럼 ‘1등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니의 이미지로 지갑을 열던 소비자들은 소니의 몰락에 소니에서 등을 돌렸다. 그들의 이미지를 구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니의 몰락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는데,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것이 소니가 자사의 기술력을 지나치게 맹신했다는 사실이다. 소니는 시장의 트렌드에 따라가지 않고, 시장의 표준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런 소니를 외면했다. 결국 소니는 시장 트렌드와 동떨어진 채 외롭게 고립된 섬처럼 자급자족하며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혁신에 능동적인 기업문화에 성과주의는 독이 될 수도 있어

소니를 시장에서 더욱 고립되게 만든 이유는 전통성 유지도, 기술력 맹신도 아니다. 바로 기업문화다. 항상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렸던 임직원들이 한순간 말도 안 될 정도로 그 의욕을 상실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류츠케이자이대학 법학부 윤경훈 교수는 “소니가 성과주의를 도입하면서부터 직원들의 의식이 급격히 수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일갈한다. 성과주의는 임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한 제도다.

그러나 소니의 임직원들은 눈앞에 당근이 있어도 그 당근에 유혹당하지 않고 회사와 자신의 성장을 위해 근무했다. 그런 이들에게 1995년부터 ‘돈’이라는 성과주의를 내세운 것이다. 그 결과 임직원들은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정 목표를 달성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점으로 인해 임직원들은 그 한계선만큼만 일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소니만의 능동적 기업문화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윤 교수는 “성과주의가 본국인 미국에서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고 말한다. 즉 당근과 채찍은 기업문화에 맞춰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소니는 성과주의 도입으로 첫째, 일본 특유의 상사와 부하 간 인간관계가 파괴되었고 둘째, 신제품을 향한 도전정신을 파괴해버렸다. 기술개발에 직원의 능동적 참여는 소니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었으나, 성과주의로 인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기업에는 고유한 DNA와 같은 기업문화가 있다. 기업은 이를 뿌리까지 파악하고 생장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철옹성이라 믿었던 소니의 몰락처럼,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허물어져버릴지도 모른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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