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 ‘미국진출시 놓치지 말아야할 N가지들’ 세미나 개최
이기하 대표 “한국서 사업하다가 미국진출은 사실상 불가능”
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 등 미국발 기업은 자연스레 글로벌로

디캠프가 글로벌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를 초청해 ‘미국진출 시 놓치지 말아야 할 N가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기하 대표는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디캠프가 글로벌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를 초청해 ‘미국진출 시 놓치지 말아야 할 N가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기하 대표는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K글로벌타임스] 9만여 개의 스타트업, 700여 개의 유니콘 기업, 2000여 개의 벤처캐피털이 있는 미국은 스타트업의 성지로 여겨진다. 전 세계 어디보다 스타트업이 활발한 곳이며,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이런 미국 시장을 향해 문을 두드리는 K-스타트업들에게 성공적인 미국진출을 위한 인사이트를 선사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디캠프(d-camp, 은행권청년창업재단)는 3일 서울 마포에 자리한 프론트원에서 미국진출과 관련한 오피스아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디캠프 오피스아워는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 선배 창업자들로부터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 듣는 시간이다. 스타트업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이나 향후 다가올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인사이트를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미국진출 시 놓치지 말아야 할 N가지’로, 글로벌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의 이기하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실리콘밸리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이 대표는 ▲미국 벤처투자 시장 동향 ▲미국 현지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미국 시장 탐색 방안(유효 수요 검증 방법) 등에 대해 현장감 있는 강연을 펼쳐나갔다.

이기하 대표는 미국 UC버클리에서 공학박사를 받은 후 지난 2005년 실리콘밸리에 이커머스 기업 ‘사제(Sazze)’를 창업했다. 핫딜 사이트 ‘딜플러스’로 별도의 투자 없이 월 1000만 명 이상의 미국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후 70개 회사에 투자했으며, 2018년 글로벌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를 설립해 한국인의 해외 창업을 돕고 있다.

이번 디캠프 오피스아워는 미국, 특히 북미 시장에 진출하고자 준비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미국진출에 관심이 높은 스타트업 대표 40여 명이 참여해 강연에 집중했다. 특히 강연이 끝난 이후에도 다양한 질의응답을 이어가면서 열띤 관심을 보였다. 이기하 대표는 세미나를 찾은 스타트업 대표들에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에서 시작하면 유럽·아시아로 성장할 수 있다

K스타트업에 있어 미국은 굉장히 거대한 시장이다. 꿈같은 곳이면서 그만큼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쟁터와도 같은 곳이다. 미국은 세계 경제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투자 역시 미국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시장조사와 분석이 중요하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미국진출에 진심인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이기하 대표는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미국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이 대표는 “우리도 쿠팡, 배달의 민족, 토스 등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스러움’ 때문에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진출이 어려운 이유로 경쟁자가 많다는 점, 광고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등을 꼽았다. 전 세계의 스타트업들이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우리나라와 비교해 광고비용이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도 비싸다. 특히 한국인들은 영어에 약해서 걸림돌이며,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기하 대표는 “우리 스타트업들의 경우 영어 소통이 잘 안되고,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땅이 넓고 모든 나라의 다양한 민족이 있다. 미국에서 시작하면 다민족의 다문화를 경험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진출 준비 “이것만은 하지 말라”

K스타트업이 미국진출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범하는 과오는 ‘안일한 생각’이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매출을 내면서 시리즈A 등 투자도 받았으니 미국에 진출해 볼까 하며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미국에 영문으로 광고만 한다든지, 미국에 믿을만한 직원 하나 뽑아놓으면 된다는 쉬운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십중팔구 실패하고 만다.

이기하 대표는 “한글 웹사이트를 단순히 영문으로만 변환해 미국 시장에 선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국 사람에 맞게 만들어진 제품을 아무 고민 없이 미국에 그대로 가져가는 사례가 많은데 백 퍼센트 실패한다. 이는 결국 한국과 미국에서 2개의 사업을 하게 되는 것으로, 자칫 잘못하면 한국 사업도 잘 안될 가능성이 크다. 첫 제품을 미국에서, 첫 고객을 미국에서 할 것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마치 베트남 현지에서 청바지 사업에 크게 성공한 베트남 기업이 베트남보다 규모가 더 큰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심, 단순하게 청바지 브랜드를 한국어로 바꿔서 론칭한다고 성공할 수 없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베트남 기업이 한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현지 비즈니스모델을 그대로 들여올 경우, 한국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결정할 리도 만무하다.

이기하 대표는 “우리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창업 후 처음 매출이 나기까지 엄청 힘들었을 것으로 안다. 미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그것의 10배 이상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내수에서 자리를 잡고 투자유치에 성공했으니 미국에 가겠다는 건 안 된다. 미국에 갈 거라면 처음 제품을 미국에 맞춰서 해야 한다. 미국에 맞추면 신기하게도 한국에도 먹힌다”라고 강조했다.

 

투자유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과 별개라는 생각 버려야”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 현지에서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이기하 대표는 “준비를 철저히 하다 보면 방법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활용을 추천했다. 특정 업계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사전에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SEO(Search-Engine Optimization), 즉 검색엔진 최적화도 중요하다. 유저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지 검색, 지역 검생, 업종 검색 등 최적화를 통해 유저들의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이 잘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블로그의 활용도 중요하다. 물론 바탕에는 좋은 제품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기하 대표는 투자유치를 사업 성공의 열쇠로 본다. 보통 사업과 투자유치를 별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유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창업 후 스타트업들이 씨드 투자를 받는 비율이 20%도 채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 시리즈A는 3분의 1, 그중에서 시리즈B는 더 적다. 그만큼 스타트업 비즈니스와 투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이 대표는 K스타트업의 미국진출을 도울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로 와이콤비네이터, 테크스타츠, 플러그앤플레이, 500스타트업, 알케미스트, 82 스타트업 등을 소개했다. 특히 82 스타트업은 미국 현지에서 서밋, 아이디어톤 등을 운영하면서 한국인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다.

이기하 대표는 “미국에는 이스라엘만 투자하는 VC가 20여 개 있는 등 자국을 위한 VC들이 많은데, 유독 한국만 한국인 전문 VC가 없다. 그래서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를 만들어 한국인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돈 받아서 미국에서 피칭해봤자 실제로 투자 연계는 한 건도 없으니 미국의 한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황정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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