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후연구원(Post Doc)으로 근무하며, 지도교수가 회사를 세워 대형 회사에 매각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바이오 벤처의 가능성을 확인한 최의열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 한림대 교수 재임 시절 박사 과정을 마친 학생들과 1998년 창업을 했다.

그것이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차세대 현장 진단 전문 기업 ㈜바디텍메드의 시작이었다. 삼고초려(三顧草廬)의 마음으로 몇 번의 위기를 넘어 2015년 기업 상장에 성공했고, 글로벌 10대 진단 회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R&D에 투자하며,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춘천 본사 부지 내 새로운 연구개발센터를 준비 중이다.

2020년 매출의 95% 이상을 해외 수출로 올리며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서 저력을 과시한 바디텍메드는 유럽, 아시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소말리아까지 12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작년에 예상하지 못한 팬데믹 상황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당뇨, 암 등 70가지가 넘는 진단 제품군이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더라도 끄떡없다는 바디텍메드. 세계 시장을 선도한 진단 제품에 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비전을 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에게 들어봤다.

㈜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br>(사진 = 무역경제신문)
㈜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
(사진 = 무역경제신문)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도 연구개발에 몰두, 글로벌 진단 회사로 우뚝 서다

Q 바디텍메드 회사 소개를 한다면.

국내에 바이오 산업이 전무하던 1998년, 함께 연구하던 학생들과 의기투합해 시작한 바이텍메드는 혈액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체외 진단기와 진단 시약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춘천 한림대학교 창업보육센터 1호 기업인 바디텍메드는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으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2000년도 초반 진단 시장의 향후 가능성을 인지하고 업계 최초로 진단 기기 분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 20년이 지난 현재 현장 면역 진단을 리드하는 회사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벤처들을 바라보며 창업했는데, 2007년까지 큰 성과 없이 힘들게 버텨왔어요. 2000년부터 바이오 업계에도 벤처 붐이 불기 시작했지만 금세 꺼졌고, 설립 때 20억 원에 달했던 투자 금액이 3년이 지나니 5억 원도 채 남지 않았죠. 회사 매각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고, 급기야 직원들이 나가고 8명 남은 인원으로 몇 년을 버티다가 중국 사업 파트너에게 전립샘 키트를 팔면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10년간 매출 없이 연구에만 몰두하고, 2007년에 처음으로 돈을 번 거예요. 초반전에는 투자로 버틸 수 있고, 후반전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중무장해 힘든 시기를 혹독하게 버텼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바디텍메드는 꾸준히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평균 35% 이상의 성장을 일구며, 2012년에 매출액 100억 원을, 2020년에는 매출 1,400억 원을 돌파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사업 성장 기반을 다졌으며,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진단 제품을 판매한다. 또한 총 5만 5,000대 이상의 설치된 기기를 통해 매년 8,000만 테스트 이상의 진단 시약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수많은 진단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진단 분야 중에서도 면역 진단 및 분자 진단과 관련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진한 바디텍메드는 글로벌 체외 진단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삐를 당기고 있다.

Q 코로나19 진단 키트 외에도 주력하는 진단 분야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진단 키트로 인해 지난해 바디텍메드의 매출이 늘었지만, 이는 전체 매출의 30~40% 정도에 미치지 않는다. 당뇨, 암 등 여전히 70가지 넘는 진단 제품들의 수요가 높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바디텍메드의 저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뇨, 암, 결핵, 고혈압, 갑상샘, 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형 진단 플랫폼에서 면역·감염 진단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해외 수출도 늘고, 제품의 가짓수도 많아졌고요. 최근 중국 진단 시장이 커지면서 해외 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이 높아졌는데, 저희 회사는 2004년에 이미 중국 허가를 마쳐 현지 유통에 어려움이 없고, 2016년에는 미국 진단 회사를 인수해 북미 시장의 장벽을 낮춘 것도 해외 수출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매년 진단 시장이 커지면서 나라별로 보이지 않는 수입·수출 장벽에 커지고 있어 후발 주자들의 진입이 어려운데, 그런 면에서 바디텍메드는 수출 기반을 잘 닦아놓은 편입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진단 분야에서도 바디텍메드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치료 약물 투약 후 체내의 농도를 체크하거나 항체 반응을 측정하는 TDM(Therapeutic Drug Monitoring, 치료 약물 농도 감시) 진단 키트 2종의 수출 허가를 완료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예를 들어 항체 치료제가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 남아 있는지, 혹은 소변으로 배출된 것인지, 남아 있다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치료제를 모니터링하는 대표적인 동반 진단 치료로, 진단 결과에 따라 치료와 처방이 달라진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델타뿐만 아니라 람다 변이까지 높은 정확도로 검출하는 신속 항원 진단 키드 2종을 시장에 선보이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점점 커지는 글로벌 진단 시장, 국가별 무역 장벽은 높아지다

Q 진단 분야의 글로벌 동향은 어떠한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의 진단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70조 원 규모로, 진단 회사가 1조 원에서 2조 원 정도 매출을 올리면 보통 세계 10위 정도에 든다.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회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제약 회사에서 진단 회사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진단 회사 랭킹 1위는 스위스 ‘로슈(Roche)’로, 제약 회사이면서 진단도 담당한다. 2위는 미국 ‘애보트(Abbott)’, 3위는 독일 ‘지멘스(Siemens)’로 모두 제약과 진단을 동시에 한다. 10위권에 든 일본 회사는 2개사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1조 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두 곳이 탄생했다. 씨젠과 SD바이오센스가 1조 원 매출 기업에 등극하며 진단 분야에서 세계 10~15대 기업이 됐다. 실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진단 회사들은 제약 회사와 겸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의 실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진단 회사는 주로 벤처기업들이죠. 진단과 제약이 함께하면 시너지가 클 것 같지만, 국내 실정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희 회사도 당화 혈색소 진단을 하는 기계를 혈당을 낮추는 약을 판매하는 제약 회사와 협업해 상용화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진단 분야는 끊임없이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해 제약 회사의 생태계와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의 경우 수많은 벤처 바이오 기업들이 진단에 뛰어들고,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와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방아쇠가 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진단 시장은 연간 5~7%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항체 항원 면역 진단이 가장 크고, 앞으로도 매우 유망한 진단 분야이며, 성장하는 속도로 보면 분자 진단이 제일 가파르다. 최근 거대한 인구의 중국 진단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면서 향후 글로벌 진단 시장 역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Q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진단 키트 시장이 커졌는데, 국내에 100개씩이나 생길 규모가 되는가.

중국의 진단 회사 숫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중국은 상장한 진단 회사만 150개가 넘고, 비장상 회사는 이보다 훨씬 많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하면 5분의 1 정도의 상장 회사와 비상장 회사가 있는데, 인구나 면적에 비하면 꽤 많은 숫자다. 반면 일본과 유럽은 50~100년 회사들이 있지만 새로 생기는 숫자는 적은 편이다. 한국과 중국은 진단 회사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진단 의학의 선진국인 일본과 유럽은 왜 주춤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찾으려면 진단 사업의 종류에 대해서 알고 가야 한다. 진단 산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항원 항체를 쓰는 면역 진단 회사, 둘째 분자 진단, 셋째 혈당 진단이다.

“새로운 기술만 있으면 진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한국의 진단 회사들은 주로 벤처기업이 많습니다. 진단에서 새로운 분야는 바이오 마커(Bio-marker)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현재 유방암 진단에 쓰는 바이오 마커는 없습니다. 만지거나 촬영해 이미지로 보는 것 외에는 유방암을 진단하는 방법이 없는데, 최근 국내에서 혈액으로 유방암을 검사하는 회사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바이오마커를 독점하면 그 회사의 가치는 상승하게 돼요. 현재 치매나 췌장암 역시도 바이오마커가 없습니다. 그래서 비어 있는 분야의 바이오마커를 독점하기 위해 연구 개발을 하는 벤처 회사들이 많은 것이고, 진단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기업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거죠. 현재 국내 상장/비상장사를 합쳐 총 100개 정도라고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수의 회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바이오마커가 기술적인 측면이라면, 프로세스 관점으로 볼 때 엔지니어링이 업그레이드되면 진단의 경쟁력을 높아진다. 예를 들어 검사 후 진단 결과가 1시간이 걸린 것을 1분으로 단축했다면, 검사를 위해 피가 1cc 필요했는데 단 한 방울로 줄였다면 더욱 효과적인 진단이 되는 것이다. 신속하고, 싸고, 빠르고, 편리하게 진단의 프로세스를 바꿔주는 것도 새로운 진단 회사의 주요 무기가 된다.

(좌)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과 (우)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가 인터뷰 진행 중이다.<br>(사진 = 무역경제신문)
(좌)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과 (우)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가 인터뷰 진행 중이다.
(사진 = 무역경제신문)

 

진단 분야 글로벌 10대 기업의 고지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바디텍메드

Q 강원바이오협회장으로 재임 중인데, 바이오 산업의 기지로 강원도의 장점은 무엇인가.

강원도에서 바이오 산업이 특화할 수 있었던 것은 1998년 춘천이 ‘생물산업육성시범도시’로 지정되고, 2001년 강원도가 ‘삼각 테크노밸리 전략’을 수립하면서, 바이오 산업을 강원도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바이오 산업이 지난 20년간 강원도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50여 개의 바이오 회사가 위치해 있고, 그중 3곳은 상장 기업이다.

“춘천에는 바이텍메드를 비롯해 보톡스 국내 점유율 1위 ‘휴젤’, 코로나19 백신 임상 개발에 돌입한 ‘유바이오로직스’까지 상장한 바이오 회사가 3개이고, 상장을 앞둔 예비 회사들도 쟁쟁합니다. 생산성의 한계와 인력 수급의 어려움 등이 있지만, 춘천 지역은 바이오 산업의 기지로서 경쟁력이 뛰어난 곳입니다. 바이오 신약 및 체외 진단 산업 분야 등에서 임상부터 사업화 지원까지 전 주기 지원 체계가 구축되었으며, 다수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해 온 경험과 역량을 갖춘 도시임을 자부합니다.”

강원바이오협회는 바디텍메드를 비롯해 휴젤, 애드바이오텍 등 도내 대표적 바이오 기업들이 참여했다. 바이오 기업 간의 교류를 통해 정책 제안과 방향을 제시하고, 강원도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의기투합한 조직으로, 앞으로도 강원도 바이오 산업을 둘러싼 정책 환경과 산업구조, 지역 클러스터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Q 바디텍메드의 궁극적인 목표와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작년 1,000억 원 매출을 돌파한 바디텍메드는 1조 원 시장으로 가기 위해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 단위의 시장으로 진입하려면 진단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데요. 기존 병원이나 의료 시설에서만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가정용 진단의 시대로 넘어가야 합니다. 현재 가정용은 혈당 측정기와 임신 진단 측정기밖에 없어요. 이제 다양한 질병을 가정에서 진단할 수 있도록 소형 진단 기기를 개발하고 보급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정용 진단 시장은 일반 의약품에 관한 법령이 바뀌어야만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3개, 미국은 20개 정도가 가정용으로 허용됐는데,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일상에서의 모니터링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하며 가정용 진단 시장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진정한 ‘관리 의학’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대부분 질병이 자각 증상이 오면 상당히 많이 진행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병이 진행됐을 때 진단을 받는 것보다 평소에 쉽게 알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것이 진단 의학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간은 신경이 없어서 병에 걸려도 알 길이 없어요. 그래서 빠른 진단이 병의 회복을 크게 좌지우지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 내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면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치료의 효율성을 높여 전반적인 의료 시스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훌쩍 넘긴 바디텍메드는 올해 더 높은 1,500억~1,6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진단보다는 치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진단 시장이 아주 작은 편이다. 비교하자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3분의 1인 호주의 진단 시장이 더 크다. 계속해서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바디텍메드의 경우 작년 매출의 95%가 수출이고,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12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데, 작년 1위 지역이 유럽입니다. 유럽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평가가 좋아졌다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데요. 앞으로 진단의 선진국인 유럽과 북미, 일본 등에서 바디텍메드의 진단 기술의 경쟁력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최의열 대표는 회사를 상장하면서 진단 분야의 글로벌 10대 기업 진입을 목표로 매년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매년 성장의 성적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연구원으로서의 집념과 노력이 바탕이 되고, 바이오 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인류의 건강한 삶에 가치를 두는 혁신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단 분야에서는 불모지나 가까웠던 한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의 진단 시장에서 종횡무진(縱橫無盡) 활약하는 바디텍메드. 차세대 바이오 강국 한국의 대표 주자로 매출 1조 원, 세계 10대 진단 회사 진입의 고지를 정복할 날이 그리 머지않다.

(좌)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과 (우)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가 인터뷰 종료 후 기념사진 촬영 중이다.<br>(사진 = 무역경제신문)
(좌)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과 (우)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가 인터뷰 종료 후 기념사진 촬영 중이다.
(사진 = 무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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