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 투명성 확보에 관한 담론 '내부통제제도' 강화
'급하지 않고 중요한 일' 뒤로 미루는 '긴급성 중독'의 함정(습관) 주의 필요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만 집착하고 있는 '레거시 시스템' DX 전환 필요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최근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횡령, 회계부정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 투명성 확보에 관한 담론이 확산하고 있다. 동시에 기업의 내부통제에도 디지털 전환(DX)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상장사 중 횡령 배임혐의가 확인돼 상장폐지한 사례만 30건에 달한다. 매해 15건씩 발생한 것으로 2019년 2건에 비해 급증한 규모다. 이처럼 회계부정 사고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수법이 고도화되며 물밑에서 교묘하고 치밀하게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에 내부통제에도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해졌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내부통제관리 시스템 구축... 중소중견기업에 더욱 필요

제도적 변화 역시 기업 내부통제의 디지털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신(新) 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라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와 ITGC(정보기술일반통제) 감사 대응으로 기업이 분주해졌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회사의 재무제표가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작성·공시됐는지에 대한 합리적 확신을 제고하기 위해 운영되는 내부통제제도의 일부다.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목적 달성을 지원하는 IT 인프라 또는 개발 및 유지보수에 대한 통제활동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상당수 중소중견기업은 전문적 역량을 갖춘 회계인력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다 회계 인프라 미흡으로 철저한 내부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내부통제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IT기술을 활용한 내부통제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한 기업의 실상이 대부분 내부통제관리 시스템의 부재에 있었다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기업 재무제표의 신뢰성 확보와 고도화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운영을 위해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배경이다.

이처럼 기업 회계 투명성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금융당국은 회계부정 행위에 대한 사회적 감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당국이 묘수로 꼽은 '중소기업을 위한 회계부정방지 체크포인트'에는 회계처리를 위한 자금과 회계에 대한 명확한 업무분장 외에도 현금·통장잔고의 불시 점검, 휴면계좌 즉시 해지, 현금 출금 시 관리자 승인필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기업 내부통제 디지털 전환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기존에 통제할 수 없었던 영역들을 시스템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직원에 의한 회계부정 사건에는 통상 문서위조 또는 계좌위조 등의 패턴이 존재하는 만큼 부정위험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지면 충분히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입출금내역과 예금잔액 등이 기재된 자금일보, 금융기관 잔액 간 불일치 검증, 계좌변경, 예금주 상이, 법인계좌개설, 특정금액 이상 또는 조건에 따른 거래 발생 시 이상 거래 알림 등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자금집행의 경우 지출발생부터 회계전표 처리까지 거래 내역의 전 과정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재검증 작업과 실제 이체 시 내용을 교차해 검증할 필요성이 높다.

디지털 전환 이미지(사진 = 게티이미지)
디지털 전환 이미지(사진 = 게티이미지)

'내부통제제도',  통제 '도구' 통해 프로세스로 정착하는 방법이 보다 효과적 

무엇보다 기업 경영인의 지속적인 확인과 모니터링이 가능한 환경을 갖추는 것에 중점을 둔 기업 내부통제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이 최우선 돼야 한다. 직원 보고에 앞서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금 흐름을 검증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위험 발생 이전에 정보를 미리 확인해야 신속한 의사결정과 예방적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업무는 조직의 기능과 직무에 관련된 맥락의 꼬리를 달고 이어지기 마련이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부서와 직급에 맞는 역할이 있고, 각각의 업무 특성에 따라 정해진 직무가 다르다. 그러나 각자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공백이 생길 수 있고 틀린 결정이 있을 수 있기에 전체의 업무 흐름을 한눈에 조망해 보며 빈 곳을 메우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부정행위를 바로잡는 경영자의 역할이 필수라는 얘기다. 

내부통제를 통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이다. 이를 위해 기업 경영자의 위치에서 매일 임직원의 퍼포먼스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그러나 많은 일을 조금이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긴급성 중독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C레벨의 의사결정 대부분은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어서 내부통제를 요하는 중요하지만 당장 급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루는 습관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늘 하루의 업무를 시간 순으로 돌아보며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타임라인(시간의 정렬) 기반 정보시스템을 통해 누가 언제 어떤 전자결재를 상신하고 결재했는지, 결재에 누가 무슨 코멘트를 달았고, 어떻게 수정됐는지 확인한 후 다시 전체 과정을 복기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전체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시스템 경영 위에 기업 경영자의 관심을 더하는 디지털 응용의 결과이다.

내부통제의 완성은 조직과 개인 모두가 규정된 절차를 잘 준수해야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모두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만 집착하고 있는 개인 중심의 마감 업무에서 조직이 나를 중심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이게 하고 또 개인의 업무가 조직 전체의 어느 위치에서 동작하며 다음 업무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 전체 퍼포먼스를 향상 시키는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풀어가면 좋다. 

지난 칼럼에서 애자일의 완성은 조직의 문화를 바꾸어 이루는 것보다 애자일 도구를 통해 문화가 되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는데, 기업의 내부통제'제도' 또한 통제’도구’를 통해 프로세스로 정착하는 방법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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