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모든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하는 디지털전환의 시대를 맞아 기업이 목표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구성원 간 베스트 팀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리더가 뛰어나도 의사 결정 문화 시스템이 잘못된 조직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맥킨지에서 미국과 유럽 기업 수백여 곳을 컨설팅하며 ‘기업의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연구’를 해온 프랑스 경영대학원 HEC파리 올리비에 시보니 교수의 30여 년에 걸친 연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실제 조직이 생존에 급급해 할지, 여유롭게 성장과 발전을 구가할지 여부는 팀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데 달렸으며 이때 모든 구성원이 조직의 주인으로서 사고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디지털 기반의 기술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려 할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감, 창의성 발현을 위한 아날로그적 접근 방식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습관 변화부터 사회와 문화 변동의 요인까지 광범위하게 작용하며 물질의 풍요를 가져다 주고 있다. 반면 기술에만 의존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관계의 네트워킹에 대한 균형감을 잃는 경우도 발행하고 있다. 실제로 기술의 변화와 발전 속도가 빨라진 만큼 기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무언가를 얻고 해결하려 하는 초개인화 현상이 팽배해지고 있다.

초개인화 현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독립된 개인으로 인식해 초점을 맞춘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이기도 하다. 기존의 개인화가 성별, 지역, 나이, 직업 등 소비자 입력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했다면 초개인화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ICT가 실시간 개인의 생활패턴 및 취향을 분석해 개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곧 개인의 삶을 편리하고 스마트한 편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초개인화는 장점만큼이나 단점이 공존해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초개인화의 이면에는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단절뿐 아니라 파편화라는 역효과가 도출되고 있다. 폐쇄적 마인드도 그 중 하나다. 2016년 맥킨지의 디지털화 관련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화에 따른 장애요인’으로 ‘폐쇄적 마인드’가 부각됐다. 폐쇄적 마인드는 당시 제도와 인재, 시스템보다 더 큰 저해요소로 꼽히며 관심을 모았다. 특히, 기술에만 의존하는 초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지며 관계의 균형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스스로 기술에 길들여져 추천 받은 제품과 서비스 외의 정보는 접할 기회가 줄고 또한 편향적인 시선에 갇힌 결과다.

지식이 곧 접속이 돼버린 시대, 디지털 고립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진 이유다. 디지털 고립은 온라인 세상에 빠져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외톨이가 되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전환의 가속화 시대에서 개인은 고립돼 있지만 또한 굉장히 많은 네트워크를 가졌다. 고독감을 느끼면서도 이를 넘어 대화한다.

필자는 얼마 전 리더를 대상으로 하는 조찬강연에서 첫 세션 연사를 맡았다. 조직과 개인의 성장 경험을 이끌어내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모두 발언을 시작으로 개인은 똑똑한데 조직은 왜 멍청한가라는 작은 질문을 던졌다. 조직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은 모든 구성원에게 끊김 없이(Seamless) 전달되고 공유돼야 한다. 그래야 조직 구성원 개인 활동이 총체적 시스템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업무가 조직 전체 사업 단위의 목표 달성에 있어 어떻게 기여하는지, 자신의 역할이 전체 시스템의 어느 프로세스에 위치하고 흘러가는지, 다음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조직의 목표 달성에 있어 더 좋은 방법을 스스로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개인은 조직 속에서 나의 위치가 명확히 보여야하고 조직도 개인을 중심으로 전체가 어떻게 연결돼 움직이는지가 보여져야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두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만 집착하면 개인이 똑똑해도 조직은 멍청해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기술과 과학은 인문학(학문)과 상의 없이 걸음의 폭을 맞추지 못한 채 너무 빠르게 발전하며 개인화로 가는 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식 정보화 시대, 교육과 지식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나 조직에 속한 개인은 시스템이 내는 퍼포먼스만큼만 일한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기업 경영자의 입장에서 개인기와 기술은 뛰어나지만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디지털 고립으로 인해 지식의 균형감을 놓친 이들이다. 디지털 방식에 아날로그 방식을 접목하든지 아니면 아날로그 방식에 디지털 방식을 접목해 기업 현장의 특성에 맞게 두 영역이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 ‘접속’과 ‘접촉’, ‘검색’과 ‘사색’, ‘디지털(논리)’과 ‘아날로그(감성)’ 간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 것이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되나, 해보지 않은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배우긴 했으나 다시 설명할 수 없는 상태, 즉 지식이 완성되지 않은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급격한데 개인 의식이 바뀌지 않고 그 자리에 있으면 발전은 없다. 본질을 묻고 현실을 생각하는 생각과 실천의 균형감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2년여 간 팬데믹과 비대면 업무환경을 경험하며 조직에서 누가 무임승차자인지 확인할 수 있었고, 과정 중심의 일에서 결과 중심의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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