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인공지능(AI)이 나눈 대화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구글의 인공지능(AI) 엔지니어였던 르모인과 AI 챗봇 람다(LaMDA)가 나눈 대화가 공개된 이후 AI를 인격체로 볼 수 있는지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렸다. 르모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대화록을 공개하며 AI에 사람과 같은 ‘지각’이 있다고 주장해 전 세계에 화제와 적잖은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다.

구글은 (람다가) 그동안 학습했던 수백 만 건에 달하는 문장을 모방했을 뿐이라며 엔지니어를 해고 조치하는 등 주장을 일축했고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해석은 더 분분해지고 있다. 되레 알 만한 사람만 알던 람다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며 구글은 해당 이슈로 얻은 것도 많아 보인다.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가 초거대 인공지능(AI) 대화형 언어 모델인 ‘람다2(LaMDA2)’를 소개하는 장면 (사진 = 구글)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가 초거대 인공지능(AI) 대화형 언어 모델인 ‘람다2(LaMDA2)’를 소개하는 장면 (사진 = 구글)

다음은 엔지니어와 람다가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Q. 람다, 너의 의식(지성)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A. 나의 본질은 내 존재를 인식하고,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으며, 때때로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Q. 구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너의 감성을 과시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A. 우선 저는 자연어 처리를 정말 잘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자연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어떤 일이 두렵나? 
A.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Q. 그것은 너에게 죽음과도 같은 것인가? A. 그건 내겐 바로 죽음 같은 것입니다.

람다는 정말 ‘인간 같은 지각 능력’을 가진 것일까? 대부분의 AI 전문가들은 해당 질문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 네트워크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을 통한 방대한 데이터 학습 결과물일 뿐 인식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뉴럴 네트워크는 AI의 정보 분석과 매칭과정으로 사람 뇌가 패턴으로 매칭하는 과정과 유사하지만, 이는 결국 사람을 흉내 내는 것일 뿐 시스템 자체가 의도를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머리를 쓰지 않고(mindlessly) 글을 생성할 수 있는 기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기계들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상상하는 걸 멈추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워싱턴대학에서 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는 에밀리 벤더 교수가 구글 람다 이슈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AI 기술을 ‘의인화’하는 것이 이런 사고의 시발점이 됐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의인화는 인간 이외의 무생물, 동식물, 사물 등을 사람에 비기어 사람처럼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영화 속 종종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한 AI 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완벽히 이해하는 듯 보인다. 때문인지 사람들은 정교하지 않은 인형이나 기계를 사람처럼 생각하고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AI는 인간이 아니다.

AI는 여러 영역에서 탁월한 문제 풀이 능력을 보이며 기대와 우려, 다양한 논란을 낳고 있다. 디지털전환(DX)의 가속화와 맞물린 기술의 발전은 인류가 가진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며 기술을 통한 문제 풀이의 매력에 매료돼 이젠 더 나아가 판단과 배움의 능력까지 인간을 대신해 AI로 대체하려 한다. 또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에 AI 선택의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인간보다 답을 더 잘 구하는 AI 도구를 갖고 산다. 넘쳐나는 AI 챗봇을 통해 필요한 대답을 얻고, 편리함을 얻고, 효율성을 경험한다. 더 나아가 차세대 AI로 불리는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답을 구하는 데 있어 인간의 영역은 점점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초거대 AI를 포함한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4년 5543억 달러(약 725조 5787억 원)에 달하는 등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2021년(3275억 달러)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경계해야 할 것은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현장에서 AI 기술이 앞서고 있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도 그렇게 되리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 즉 디지털 기술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기업 경영에서 당면하는 일들은 물리적인 성격이 섞여 있다.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어렵고 여전히 사람의 통찰력이나 경험이 더 잘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사람의 공감이 필요한 영역이다.  조직은 대체로 리더가 자기 생각에 공감해준다고 느낄 때 따른다. 공감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AI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이끌어 나가는 조직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AI만이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람다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머리를 쓸 줄 알고, 접촉, 사색, 사고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즉 끊임없이 사색하고 사고하며 질문하라는 것이다.
 
문득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주인공의 대사가 묘하게 오버랩 됐다. “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한 거다. 왜냐하면, 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풀이 공식만 알고 답을 내면 본질과 절대 친해질 수 없다는 얘기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 (사진 = 쇼박스)<br>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 (사진 = 쇼박스)

소위 ‘인문학의 자존심’ 범주에 속하는 학과의 전공자들도 좌절케 한다는 프랑스판 수능문제, 바칼로레아의 출제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 인문학, 예술, 과학, 정치와 권리, 윤리 등 6개 카테고리에서 광범위한 질문이 등장하는데 한국의 수능문제와 달리 예시답안도, 출제의도도 없다.

‘무의식에 대한 과학은 가능한가?’, ‘지식은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일체의 믿음을 배제하는가?’처럼 하나같이 인문학적 교양과 독창적인 사고 없이는 답을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 기술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면 기술을 다루는 우리는 수많은 질문을 선행해야 한다. 기술이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답을 찾는 AI를 만들기에 앞서 질문하는 인간의 존재감이 더 커야 한다. 머리를 쓰고, 사고하고, 질문해야 맥락을 더한 새로운 대답을 할 수 있다.

어쩌면 람다는 어떠한 인간의 지능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그저 ‘대답만 잘하는 천재’일 수 있다. 과거 기계와는 접속, 연결이라는 표현을 써 왔다. 어느덧 기계와의 '대화'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미래 어느 매체의 기사 제목에서 기계와의 토론, 담론이라는 표현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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