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K글로벌타임스] 옛 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재 등용의 네 가지 기준이 있다. 중국 당나라 시대 인재등용 원칙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이다. 글자 그대로 인물 좋고,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정확한 판단력을 말하는 것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른 디지털 전환의 시대 기업의 리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가 1500년도 더 된 옛 전통 기준까지 들먹이며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신언서(身言書)’보다 ‘판(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판’은 단순한 판단 능력이 아닌 리더의 주체적인 결정 능력, 즉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디지털의 속성과 구조를 파악하고 디지털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며 사용하는 능력이자, 우리 삶을 좌우하는 필수 교양으로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날로 진보하는 디지털 대변혁 사회 속 리더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확보 없이 좋은 의사결정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 질것이다. 

이제 디지털 리더십 역량 강화를 주제로 ‘신(新) 신언서판’이란 개념을 재정의 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쌍기역(ㄲ)으로 시작하는 외자 ‘꿈’, ‘끼’, ‘꾀’, ‘꼴’, ‘깡’, ‘끈’, 이란 단어를 활용해 구체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춘 신(新)신언서판 6요소다. 요약하자면 비전(꿈), 재능(끼), 지혜(꾀), 용모(꼴), 용기(깡), 그리고 인맥(끈)이다. 여기서 인맥은 다시 연결(끈)으로 해석했다.  

먼저, ’꿈’은 곧 다가올 미래다. 기술과 미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기에 리더의 비저닝, 즉 미래를 읽는 기술을 첫 손에 꼽았다. 두 번째로 ‘끼’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이다. 남과 차별된 능력이자 단독으로 갖는 강점이다. 디지털 시대의 리더라면 전에 없던 혁신 신기술을 다루고 응용할 줄 아는 최초의 설계자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꾀’는 기술 지능과 실용 지능의 균형을 이룰 지혜로움이다. 조직관리와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고심하는 리더일수록 끊임없이 자신을 수련해 균형감각을 길러야 한다. 

네 번째는 ‘꼴’이다. 사람도, 기술도 보는 것을 믿는 세상이다. 뭔가 만들어 일을 시작하고 결과가 아주 멋질 것임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행위가 동기부여에 큰 도움을 준다. 다섯 번째로 ‘깡’은 용기를 말한다. 변화에 대한 혁신 저항 기술은 용기, 다시 말해 강한 추진력 없이 극복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리더는 위기에 강해야 한다. 조직을 이끌다 보면 위기상황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위기라는 것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위기 다음은 기회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행위는 용기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끈’은 연결이다. 잘 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연결하면 된다. 리더십이란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의 행동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조직 구성원 간 연결의 확장과 속도의 증가는 기업의 성과와 가치는 물론 해당 구성원의 퍼포먼스 향상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수많은 프로젝트 현장에서 디지털 리더십, 리터러시 역량의 부족으로 기업의 성장동력이 좌우되는 모습을 목격한다. 안타깝게도 모든 기업이 디지털 전환 여정 끝에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것은 아니며, 일부의 경우 무늬만 혁신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사실 혁신이란 단어의 무게감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혁신은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작은 조각들의 연결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전환의 실패와 두려움은 리더의 디지털 리더십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디지털 리더십의 6요소, 꿈, 끼, 꾀, 꼴, 깡, 끈의 역량 부재는 어떤 이유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지, 디지털 전환 기업으로의 확고한 신념이나 방법론을 세우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기업의 리더들은 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모든 과제를 회사 IT 전담 부서의 실무진에 맡긴다. 문제는 역할을 일임하면 리더의 적극 관여는 사라지고 방관자로 관망하는 입장이 돼 버린다는 점이다. 

해외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조3000억 달러, 우리 돈 약 1450조원에 달하는 이 금액은 2018년 미국에서 한 해 동안 디지털 전환에 투입된 돈이다. 놀라운 것은 이중 약 70%에 달하는 9000억 달러가 낭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스탠퍼드대학교가 CEO 및 CTO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약 70%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또는 새로운 적응이 두려워 사고방식의 변화를 거부하고 관행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이들은 공통되게 경쟁 질서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단순히 새로운 IT 기술만 적용하면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란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리더들의 미래와 현실에 대한 기업 내부 분석은 냉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작정하고 그랬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기업이 왜 많은 돈을 디지털 전환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전 세계, 전 산업계를 막론하고 디지털 전환을 늦추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대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순이익 향상, 생산성 증진, 고객 충성도 증가,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경험이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즉,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지 않는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넘어 도태될 수도 있기에 수많은 투자비용을 감당하는 것이다.

과거 기술이 일부 IT 전문가의 몫이었다면 최근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에 대한 이해 수준과 전문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 시대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전문성이 주가 되고, 경영 전문성을 부가적 역량에 둔 리더가 기업의 최고경영자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면면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더 이상 기업이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소수의 IT 전문가에만 의존하던 과거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얘기다.

디지털 대변혁기에서 생존은 기술 지능보다 실용 지능이 우선하고, 성장은 디지털 리터러시의 이해력에서 시작한다. 기술의 빠른 진화와 발전 속도를 이기기 위한 디지털 리더십을 갖춘다면 기업의 혁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 전반의 전략과 속도보다 방향성에 맞춰 설계할 줄 아는 아이디어의 주체이자 설계자 즉 총체적 경험을 가진 CEO들의 적극 관여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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