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K글로벌타임스] 평소 아마존의 수장 제프 베조스를 대표적인 디지털 리더십의 표본으로 꼽는다. ‘JB’라 이름 붙인 별도의 폴더에 그와 관련한 각종 아티클만 모아둘 만큼 그의 성공 사례, 실패 경험을 탐구할 정도다.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기로 유명한 의사결정 스타일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일례로 ‘10년 후 미래’에 대한 질문은 다시 곱씹어도 필자에 큰 울림이 있어 공유해보려 한다.

“10년 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앞으로 1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두 질문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할까?”(제프 베조스)

베조스가 스스로 낸 질문에 내린 답은 후자다. 아마존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것을 기준으로 삼아 전략을 수립하기에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본질에 힘쓸 것을 강조해야 한단 얘기다. 아마존이란 온라인 쇼핑 생태계에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선택지를 통해 더 싸고, 더 빠르게 물건을 얻길 원하고,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속도와 편의, 효율에 집착하는 디지털 혁신의 속성에 집착하는 기업고객을 상대로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필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더의 질문이 갖는 강력한 힘이 곧 조직의 인식 전환으로 이어진 좋은 예다. 사실 상대방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하려 한다면 질문만 한 방법이 없다. 우선, 혁신의 시작이 아이디어 발굴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기업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질문을 한다. 다만 질문이라고 해서 모두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결과를 가져오는 질문이 무엇인지가 핵심인 것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종종 질문의 힘을 활용하는 순간이 있다. 오래됐지만 고장이 없어 시스템을 바꿀 의지가 없다는 의사결정권자의 태도 앞에서다. 긴 안목의 디지털 전환은 곧 기업 생존의 문제이기에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의 생각 방향에 전환을 주고자 질문을 던진다. “고장이 없다면 영원히 바꾸지 말아야 할까요?”,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더라도 퍼포먼스의 증가를 위해 시스템을 바꿀 수 있어야 할까요?”

질문이 많다고 꼭 상대가 답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횟수에 비례해 통찰을 얻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통 대답을 잘못했을 때 대화가 끊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잘못했을 때 대화가 끊긴다.

실제 질문의 고수로 일컬어지는 많은 리더들이 질문을 통해 기업의 흐름을 바꿔왔다. 포드사의 도널드 피터슨 사장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전형적인 질문형 리더로 유명한 인물이다. 심각한 매출 부진 앞에 그는 “매출이 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지?” 대신 디자이너에게 이렇게 물었다. “본인 디자인의 자동차가 마음에 드나? 아니라면 타보고 싶은 차를 디자인해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그 질문은 포드사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꾸는 역사적 모델을 만들어낸다. 신화적 상품이 된 포드 썬더버드의 탄생 뒷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과거 도요타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회사 생산성을 높일 아이디어’를 물어 소득이 없자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질문을 바꿔 귀중한 피드백을 넘치도록 얻었다는 일화도 빠질 수 없는 얘기다. 질문형 리더가 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또 다른 사례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방안을 자연스레 이끌어 기업의 성장을 독려했다.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리더의 질문에는 공통된 것이 있다. 하나같이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둔 것이었으며, 또한 정보를 캐는 질문보다는 사고를 확장시키는 질문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피드백이 아닌 피드 포워드를 구한다는 데 있다. 피드 포워드란 미래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행위다. 사람은 일정 방향으로 개입하고 나면 그 방향으로만 일관되게 움직이려 하는 심리를 가졌다. 과거에 대한 의견을 묻는 피드백과는 다른 방식이다. 질문은 본디 방향성을 가졌기에 미래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행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긍정탐구식 질문도 주효했다. 특징을 강화하거나, 강점을 찾는 방식으로 문제점을 찾을 때 생길 수 있는 비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치적 날이 서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비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긍정탐구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예컨대 ‘무엇이 문제인가’가 아닌,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내가 그때(과거) 왜 그랬을까’가 아닌, ‘앞으로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여야 마땅하다. 또 ‘어떻게 효율성(생산성)을 극대화(고도화)할 것인가’ 또는 ‘비효율성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중에서는 후자처럼 구체적이고 명확한 질문이 맞다.

질문한다는 건 답을 내리는 것보다 값지고 중요한 일이다. 질문은 과제에 대한 생각의 꼬리를 이어가며 사람의 생각을 확장시킨다. 이는 다시 관점을 환기시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만든다. 자발성을 촉진시켜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그 잠재력을 한층 증폭시키는 것이 곧 질문의 힘이기 때문이다.

기업 리더의 질문은 그래서 더 대단한 힘을 가진다. 좋은 질문에는 무지(無知)를 지(知)로 전환하는 거대한 힘이 있다. 디지털 전환(DX)의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디지털 리더십의 최우선적 자질 요건이기도 하다. “과거의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고 미래의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한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리더십의 패러다임은 지시형에서 질문형 리더십으로 바뀌고 있다. 본질은 자주 바뀌지 않으나 기능성과 스타일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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