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은 인간과 기술이 맞닿는 부분, 혁신 저항의 마찰을 덜기 위해 필요한 윤할유 피드백 효과
소통과 협업을 완성시키는 피드백 효과
실행하면서 배우는 조직이 애자일 문화를 만든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과의 피드백은 공부아닌 공부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지용구 (주)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겸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 실장

기업의 협업 과정에서 조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그 단계가 거듭될 때마다 적게는 30%, 많게는 70%에 달하는 정보가 유실된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리더들이 한번 말한 비전과 전략, 핵심과제가 직원들에게 오롯이 공유됐을 것으로 오해한다. 더욱이 리더는 직원들이 말을 많이 하는 상급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가급적 피드백을 아끼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그 리더의 조직은 목표 삼아야 할 비전과 전략, 핵심과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디지털 전환의 진행 속도가 변화무쌍한 오늘날 기업의 피드백 문화 정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에 없던 다른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민첩성이 강조되면서 지속적인 피드백 없이는 조직 운영이 점점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부에서 지식과 경험의 축적의 힘을 쌓을 수 있는 빠른(적극적인 또는 능동적인) 피드백과 그리고 이 피드백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피드백 문화 정착의 핵심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시카고대학의 로널드 버트 교수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과 피드백을 나누는 것으로 중복되지 않은 정보를 접하게 될 때 비로소 사고의 전환, 즉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피드백은 사전적으로 목표한 값과 편차가 끊임없이 발견될 때 적절한 반응을 보내 편차를 제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해 부족한 점을 보완함으로써 정교화에 정교함을 더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늘 오버 커뮤니케이션(*투머치와는 다른, 목적과 맥락이 포함된)을 독려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창의적인 일을 본업으로 삼는 만큼 업무 환경 혁신을 통한 협업·소통과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의 경험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디지털화'가 아닌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DX)은 결국 자신의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직원 경험(EX: Employee eXperience)으로 확산시켜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ience)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이며 각 단계를 연결시키는 힘은 피드백 효과이다.

필자가 속한 조직은 일찌감치 전 직원과 부서 간 경계를 넘어 협력할 수 있는 직무 디자인을 구축해 안착시켜 오고 있다. 이른바 댓글 피드백 효과를 낳는 이 문화를 우리는 ‘DOC(Document of communication) 문화’라 부른다. 혁신적인 문서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새로운 업무문화를 만든다는 취지다. ‘Learning by doing.’ 실행하면서 배워나가는 조직을 꾸리는 것은 궁극의 목표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간의 조직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다.

기회가 왔을 때 즉각 옳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야 성공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생각이다 보니 부족함을 채워 완벽을 추구하는 사이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전 준비라는 미명 하에 공상에 둘러싸여 자칫 허투루 시간만 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간만 빼앗기는 게 아니라 두 번 없을 절호의 찬스마저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기회를 포착해 판단을 내리는 일은 리더의 핵심 역할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좋은 판단력을 학습하거나 다른 사람의 판단력을 측정하기 위한 계량화된 프레임워크는 없다.

런던경영대학원의 앤드루 리키어먼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리더의 정확한 판단력을 위한 요소를 6가지로 압축하고 그 개선방법을 제시했다. 리더들에게는 많은 자질이 필요하고 그 모든 것들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좋은 판단력인 만큼 ▲학습 ▲신뢰 ▲경험 ▲객관성 ▲옵션 ▲결과내기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게 요점이다.

먼저 리키어먼 교수는 좋은 판단을 위한 학습, 즉 지식을 완전히 소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과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특히 당신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의 견해를 접해라.’ 이는 리키어먼 교수가 말하는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다음으로 신뢰의 단계에서 ‘듣고 싶은 말’이 아닌 ‘들어야 할 말’을 구분하는 것은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 경험과 객관성, 옵션, 결과내기 요소를 개선하는 방법에서도 역시 제3자의 의견, 즉 피드백이 강조된다.

단, 피드백을 통해 조직 내부에 새로운 지식이 축적된다고 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 축적되더라도 단절된 세계를 연결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정보가 혁신을 촉발하기보다 오히려 기존 사고방식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요구되는 것이 바로 디지털 민첩성을 더한 피드백이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기업은 생존에 필요한 디지털 민첩성을 확보해야 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혁명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피드백에 ICT를 접목한 정교화 작업으로 이는 곧 피드백의 명확성과 설득력을 높인다. 피드백을 통해 단절된 세계를 연결, 또 연결함으로써 생성되는 새로운 정보야 말로 조직의 또 다른 혁신을 촉발할 수 있다.

기업이 저마다 기민성 또는 민첩성을 뜻하는 ‘애자일(Agile)’ 승부를 벌이며 애자일 솔루션을 통한 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지금의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자일 경영에 있어 속도와 포커스, 유연성은 핵심이며, 빠른 의사결정과 피드백은 필수요소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많은 조직은 최고의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데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동적 역량을 확보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조직 내외부의 다양성을 최대한 연결할 수 있는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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