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 한-베 30주년과 한국어 제1외국어 선정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과 호치민한국교육원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교육훈련부는 2021년 2월 9일자 시행규정(712/QD_BGDDT)을 통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에 이어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선정했다.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제2외국어는 중등학교부터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는 외국어다.
2021년 8월 시작되는 새 학기부터 한국어를 초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가르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교과서 개발과 교원 양성 등 관련 준비를 해야 하므로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교육부는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베트남 교육훈련부와 협력 협약을 체결해 교과서와 학습자용 익힘책, 교사용 지도서 개발, 교원 양성, 한국인 교사 파견 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우리나라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하노이와 호치민시를 포함해 한국 기업이 몰려 있는 하이퐁시와 박닌·박장·타이응우옌·빈즈엉·동나이·바리아붕따우성 등에서 한국어 교육이 활성화하도록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2021년말 기준 베트남 전국 6개 중·고교가 한국어 시범 교육 기관으로 지정돼 중고등학생 1천500여 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전인 2019년 말 기준 약 9,000개의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한 만큼 한국어 수요도 따라 증가했다. 베트남 내 30개 대학에서 한국어학과가 개설됐고, 15개의 세종 학당이 운영 중이다.

K-드라마,K-POP, K-영화,K-푸드 등 K-컬쳐인 한류 확산으로 한국으로의 유학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는 2만 8400여명, 2020년 기준 한국에서 공부 중인 베트남 유학생은 3만 9000여명에 달한다.

 

◇ K-컬쳐와 함께 한국어 열풍

베트남의 시장조사기관인 Q&Me가 2021년 6월 23세 이상 41세 미만 성인 남녀 7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학습 중인 외국어 1위는 전체의 86% 비율로 영어가 차지했다. 또한 향후 배우고 싶은 외국어 1위로는 37%의 응답자가 일본어를 꼽았으며 이와 근소한 차이로 36%의 응답자는 한국어를 선택했다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면 취업 시장에서 더 좋은 직업을 구할 확률이 높아지고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베트남의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은 외국어 학습에 열심이다.

한국어 공부 열풍에 따른 현상 중 하나로 베트남 내 한국인과 함께 하는 1:1 언어 교환 또는 프리토킹 모임이 베트남 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학교나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이 주로 문법이나 독해, 시험 대비 등에 특화되어 있어 말하기나 듣기 실력을 독학(유투브 등 SNS활용)이나 현지 교육 기관을 통해 향상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한국어의 활용도와 유창함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본인 수준에 맞는 사설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베트남 내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MZ세대들을 위해 한국어 지원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한국어 교재를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치민 현지 카페인 ‘모노스퀘어’에서는 매주 1회씩 한국어 프리토킹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매주 주제를 바꿔가며 자유롭게 해당 주제에 대한 의견을 한국어로 말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일정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만 참여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모임마다 정원이 15~20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참여하는 모임에 몇 배의 참석자들이 신청하고 있다. 특별한 광고나 홍보 없이 입소문으로 참가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주 2회~3회로 늘려달라는 요청을 할만큼 반응이 뜨겁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20대 여성들로 한국 문화, 특히 대중 문화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유학이나 한국 업체 취직과 같이 단순 취미 이상의 실용적이면서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모임을 주관하는 모노스퀘어 이주홍 대표는 “사설 교육 기관이나 온라인 프로그램 등 다양한 경로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원어민인 한국인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는 지극히 제한적이다”라며 “한국어 자체를 공부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도 크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모임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류의 긍정적 파급 효과와 많은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은 베트남 내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주요 베트남 대학의 한국학과 학생들은 지난 몇년간 90%가 넘는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한국어가 제1외국어로 선정됨에 따라 베트남 공교육에서 한국어 교육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고, 공식 외국어 교육 과정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함에 따라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학습하고자 하는 성인 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수요도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 코로나19로 주춤된 한-베 교역 확대 기대

주 베트남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일찍부터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것"이라며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1년 7월 응웬 푸 쫑(Nguyen Phu Trong) 베트남 당서기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베트남이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한 것을 환영했고, 한국에서도 베트남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될 수 있도록 교육· 문화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2022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신남방정책 핵심 파트너로서 베트남과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높이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2022년은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이다. 한국어 채택 확산은 이후 또 다른 30년을 이끌어 갈 미래 세대들에게 한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한-베 양국 관계 성숙에 한층 더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은 2년간의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했기에 교육 시장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 중에 있다.

교육열에 있어 한국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베트남 젊은 MZ세대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율이 70% 이상이어서 비대면의 온라인 교육 접근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한국 교육 기관과 기업들은 베트남 교육 시장 진출을 위해 베트남 특성을 고려하여 IT를 접목한 에듀테크 플랫폼 기반으로 온라인 학습 앱 또는 온/오프라인 통합 교육 콘텐츠 제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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