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 1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행진
투자 넘어 2조원 규모 M&A 빅딜로 업계 주목
대규모 투자 통해 글로벌 기업 발돋움할 지 관심사

최근 2조 4000억원 규모 매각이 이뤄진 메디트의 임직원들의 모습.[사진=메디트]
최근 2조 4000억원 규모 매각이 이뤄진 메디트의 임직원들의 모습.[사진=메디트]

[K글로벌타임스] 최근 스타트업 투자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대규모 투자유치를 이뤄냄을 넘어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성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이뤄낼 지도 관심사다.

 

◇ 얼어붙은 투자심리 녹인 '헬스케어'

투자시장의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말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투자와 빅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12월 마지막 주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 상위 10곳 중 4곳이 헬스케어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헬스케어 분야가 주목받고 특히 신기술 확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분야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스타트업 역시 독보적인 기술력을 내세워 다양한 분야 개척에 나서고 있다.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향한 대기업들의 투자행렬 또한 주목받고 있다.

 

◇ 메디트, 2조원 규모 M&A로 주목

메디트의 구강 스캐너 제품.[사진=메디트]
메디트의 구강 스캐너 제품.[사진=메디트]

연말 가장 주목할 만한 투자는 국내 사모펀드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3차원 구강 스캐너 제조사인 메디트를 약 2조 4000억원에 인수한 케이스다. 2019년 중견 PEF인 유니슨캐피탈이 메디트 지분 50%+1주를 3200억원에 인수한지 약 3년 만에 기업가치를 4배 이상 올려 되파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0년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메디트는 3차원 구강 스캐너를 개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메디트는 디지털 구강 스캐너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 이미 매각설이 나돌면서 GS 등 대기업들도 입찰을 고려할 정도로 하반기 빅딜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GS-칼라일 컨소시엄이 메디트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협상 결렬로 무산된 이후 MBK파트너스가 최종 승자가 됐다. 이번 메디트의 인수사례는 스타트업을 넘어 M&A시장 전체에서도 손에 꼽는 빅딜로 기록되게 됐다.

메디트는 치과 진료의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치아 본을 뜨고 보철물을 만들 때 메디트의 3차원(3D) 구강 스캐너를 사용하면 고무찰흙이나 석고틀을 사용하지 않고 수십초 만에 치아 구조를 형상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들은 디지털 구강 스캐너 시장의 성장성을 주목했고, 메디트의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 쟁탈전을 벌여왔다. 이 분야는 현재 시장침투율이 10~20%에 불과한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 식을 줄 모르는 헬스케어의 인기, 100억원 규모 투자행진 잇따라

넥셀의 연구소의 모습.[사진=넥셀]
넥셀의 연구소의 모습.[사진=넥셀]

다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투자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 오가노이드 기술 전문기업인 넥셀은 상장전 지분 투자(Pre-IPO)를 통해 150억원을 투자 받는데 성공했다. 넥셀은 이번 프리 IPO를 통해 내년 하반기 코스닥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넥셀은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50% 증가하고, 호주 임상 1상에 진입한 단백질 신약을 보유한 점이 투자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넥셀은 hiPSC 유래 3D(3차원) 오가노이드 연구개발 및 상용화, hiPSC 체세포 제품의 생산 및 제조, 이를 활용한 신약 독성 평가 사업, 그리고 항섬유화 단백질 유래의 혁신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텍 큐리바이오와 현지 조인트벤처(JV)인 셀로직스를 설립했고, 현지에 바이오 생산시설을 짓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도 유망하다는 평가다. 

한충성 넥셀 대표는 "투자유치는 신약 연구와 더불어 독창적인 기술을 통해 매출 증대로 이익을 창출한 것이 주효했다"며 "국내에 머물지 않고 사업 모델의 글로벌화에 성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생바이오와 업무협약을 맺은 입셀. 사진은 업무협약식의 모습.[사진=입셀]
지난해 자생바이오와 업무협약을 맺은 입셀. 사진은 업무협약식의 모습.[사진=입셀]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입셀(YipSCELL)도 12월 마지막 주 130억원을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따뜻한 연말을 보냈다. 인터베스트, 프리미어파트너스, HB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주주들이 후행 투자를 단행하며 시리즈A와 시리즈B를 잇는 브릿지 라운드 펀딩을 마무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입셀은 직전 펀딩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으며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입셀은 2016년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 내과교수가 가톨릭대학교 산하 유도만능줄기세포 응용연구소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지난 2020년 국내 주요 제약사인 대웅제약으로부터 20억원 규모 시드(Seed) 투자를 이끌어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줄기세포 유래 세포외소포(엑소좀)를 활용한 급성 뇌졸중 치료제 등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스타트업인 에스엔이바이오 역시 연말 100억원 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2019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스핀오프한 에스엔이바이오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방오영 교수가 설립했다. 방 교수는 줄기세포 특허 15종을 보유하고, 세계 최초 성체줄기세포치료제를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하는 등 학계에서 저명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중외제약으로부터 전략적 투자유치를 받은 에스엔이바이오.[사진=에스엔이바이오]
지난해 11월 중외제약으로부터 전략적 투자유치를 받은 에스엔이바이오.[사진=에스엔이바이오]

에스엔이바이오는 줄기세포외소포를 활용해 뇌졸중 치료제, 모야모야병 치료제 등에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치료제로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의료 데이터 플랫폼 기업 제이앤피메디 역시 14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K-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저력을 입증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가진 독보적인 기술력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성이 높이 평가받는 가운데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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