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500개사 참여한 CES 2023, 최고 혁신상 절반 가까운 9개사 수상
유리 AR 광학계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며 CES 주목받은 레티널
음악이 메타버스 속으로? 사용자 참여형 음악으로 스트리밍 다음 시대 이끌어갈 버시스

[K글로벌타임스] 지난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3이 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CES 2023 주제는 ‘Be in IT’으로 번역하면 ‘빠져들어라’다. 미래의 혁신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보고 즐길 수 있는 글로벌 행사인 CES. 올해는 어떤 트렌드와 스타트업이 주목받았는지 알아본다.

 

벤처·스타트업 활약 돋보인 CES 2023

CES 2023의 주제 'Be in IT' [사진=CES 인스타그램]
CES 2023의 주제 'Be in IT' [사진=CES 인스타그램]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줄임말로, 전자기기를 기반으로 한 소비재 박람회다. 독일의 IFA, 스페인의 MWC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히며, 매해 초에 개최되어 가장 빠르게 IT업계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CES 2023은 173개국에서 30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000곳이 더 늘어난 수치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관람객은 11만 명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고치다. 전시장 규모 역시 전년 대비 40% 커진 18만 6000평방미터(㎡)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불참했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CES에 복귀하면서 볼거리가 한층 풍부해졌다. 물론 국내 대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SK, 현대모비스 등도 참가했으며, 국내외 다양한 혁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도 대거 CES 2023에 참가해 미래의 혁신기술 트렌드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CES 2023 국가별 최고 혁신상 수상 현황 [사진=중소벤처기업부]
CES 2023 국가별 최고 혁신상 수상 현황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특히 국내 기업은 500개사 넘게 참여했다. 또한 CES 2023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수상한 전 세계 20개사 중 국내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9개사로, 참가국 중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벤처·스타트업이 5개사로 대기업 4개사보다 많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CES 2023을 통해 바라보는 IT업계의 흐름이다. CES 2023에서 주목해야 할 미래 혁신기술 트렌드는 ▲웹 3.0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휴먼 시큐리티 ▲연결이 꼽혔다. 이 중 증강현실(AR) 광학렌즈 전문 스타트업 레티널(LetinAR)과 CES 2023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메타버스 뮤직 시스템을 선보인 버시스(Verses)를 선정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무거운 유리 대신 가벼운 플라스틱으로...AR 글라스 핵심 부품 독자개발

김재혁 레티널 대표 [사진=레티널]
김재혁 레티널 대표 [사진=레티널]

2016년 김재혁 대표와 하정훈 기술이사(CTO)가 공동으로 설립한 레티널은 AR 글라스의 핵심 부품인 광학계를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CES 2023에서 자체 플라스틱 광학 기술을 적용한 제품 ‘KEPLAR’를 최초로 공개했으며, 이를 통해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T-Glasses’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레티널의 이력은 간단하면서도 강렬하다. 세계 최초로 초경량 양안 플라스틱 소재의 AR 광학계를 대량생산에 성공한 것. AR 글라스는 메타버스의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핵심 부품인 광학계는 오랫동안 기술적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기존의 광학계는 유리 소재로, 무거울 뿐만 아니라 생산성이 떨어지며 이용자가 다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레티널은 이 ‘유리’ 광학계를 ‘플라스틱’ 광학계로 독자 기술로 개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KEPLAR 제품 사진 [사진=레티널]<br>
KEPLAR 제품 사진 [사진=레티널]

레티널의 플라스틱 광학계는 유리 광학계 대비 54% 이상 가벼운 무게, 효율적인 대량생산, 일반 안경 같은 편리한 착용감, 그리고 높은 안정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KEPLAR는 T-Glasses와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커진 시야각을 바탕으로 AR 콘텐츠를 표현하고, 9배가량 증가한 해상도로 이미지를 선명하게 표현한다. 또한 스마트 AI 카메라를 내장해 촬영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레티널의 플라스틱 AR 광학계는 일상에서 어떠한 변화의 바람을 가지고 올까. 우선 굳이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 시청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인파로 가득한 출퇴근 지하철에서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떨어트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긴다. 하지만 AR 글라스를 착용한다면,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 않아도 눈앞에서 생동감 있는 영상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 안경과 같은 착용감으로 유리 AR 광학계보다 훨씬 사용도 용이할뿐더러 피로감도 현저히 줄어든다.

레티널은 2019년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특허청장상, 2020년 특허기술상(홍대용상) 및 세계 광학 분야 최고 권위 국제광공학회(SPIE) 프리즘 어워즈, 2021년 스타트업 넥스트콘 최우수상에 이어 CES 혁신상을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받으며 다시금 그 위상을 떨쳤다. 현재 해외 기업들과 비즈니스 협업 관계를 구축 중인 레티널이 일으킬 일상의 파란(波瀾)이 기대되는 바다.

 

‘듣는 음악’에서 ‘참여하는 음악’으로 메타버스 음악 산업 개척

이성욱 버시스 대표 [사진=버시스]
이성욱 버시스 대표 [사진=버시스]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하는 메타버스 음악 애플리케이션 ‘Meta Music System’을 선보인 버시스는 CES 2023에서 스트리밍 부문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그 저력을 드러냈다.

기존의 음악은 단지 ‘듣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버시스는 이를 메타버스로 끌고 들어와 ‘참여형’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용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뮤직비디오 속으로 걸어 들어가 취향대로 뮤지션을 꾸미고, 음악 관련 아이템을 획득하면서 AI가 이용자 취향에 맞는 음악으로 성장시켜주는 게임 기반 서비스다. 즉, 이용자는 ‘청취자’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로서 능동적으로 음악에 참여한다.

버시스가 론칭한 메타버스 음악 애플리케이션 [사진=버시스]
버시스가 론칭한 메타버스 음악 애플리케이션 [사진=버시스]

2019년 이성욱 대표가 설립한 버시스는 그간 음악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 경주해왔다. 그 시작은 음악을 감상하면서 청취자가 직접 자유롭게 소리를 제어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였다. 즉, 음원 변형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음악의 재생 속도, 리듬을 바꿀 수 있고 특정 악기 소리를 삭제하거나 추가할 수도 있다. 원하면 악기 반주를 모두 제거하고 가수의 목소리만 듣거나 아예 성별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음악의 변형·편곡 기능에는 음원 분리 기술 외에도 AI 기반의 음성 합성, 자동 생성 기술이 적용됐다. AI 머신러닝을 통한 음원 데이터 학습 후 목소리, 연주 악기 소리 등을 분해해 재선택하는 원리다.

버시스는 이 기술이 적용된 애플리케이션을 지난 2021년 국내 싱어송라이터 ‘수민’과 손잡고 론칭했다. ‘파이트맨: 수민의 인터랙티브 싱글(FIGHTMAN: SUMIN’s Interactive Single)‘이다. 이를 통해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어 세계적인 EDM 뮤지션이자 프로듀서 히치하이커와 협업한 메타버스 뮤직 서비스 ’DJ HITCHHIKER’S METAVERSE MUSIC‘를 출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서비스는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히치하이커가 음악을 통해 낯선 세계를 탈출하는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사용자는 은색 우주복을 입은 히치하이커 캐릭터가 되어 광활한 메타버스 공간을 탐험한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3차원 공간을 가지르는 동안 변주되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뿐 아니라, 스크린 터치로 히치하이커의 목소리를 작동시켜 비트와 랩을 얹은 나만의 음악을 만든다. 이는 Meta Music System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버시스의 지향점은 명료하다. 스트리밍 시대 다음은 참여형 음악이라고 판단한 버시스는 이를 장르화 및 상용화한 첫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 2022년 기준 버시스는 국내 특허 가출원 5건, 국내 특허 등록 3건 및 출원 9건, 미국 특허 출원 1건, PCT 국제 특허 출원 2건을 마무리했으며 향후 메타버스 음악 세계를 앞장서 선도하는 리딩 기업이 되고자 한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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