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가뭄 속 새로운 대안으로 '벤처대출' 주목
미국 등에서 이미 보편적인 자금조달책으로 자리매김
기업가치를 유지하며 빠르게 자금조달할 방법으로 관심

이영(오른쪽 두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등을 주제로 라운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영(오른쪽 두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등을 주제로 라운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K글로벌타임스] 최근 스타트업업계 투자시장의 혹한이 매섭다.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투자받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벤처대출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명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벤처대출, 국내 역시 관련 기관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활성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벤처투자=성장기 스타트업에 '단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투자혹한기가 세계적으로 이어지면서 벤처대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스타트업 자금조달액은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직접적인 투자유치가 아닌 스타트업들의 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방식의 벤처대출이 주목받고 있다.

벤처대출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스타트업들이 이용하는 벤처금융의 한 종류다. 성장 단계의 기업들이 주주 지분을 과도하게 희석하지 않으면서도 전통 금융권 대비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 이미 보편적인 자금조달 방식으로 자리잡았고, 기관들도 다양한 대출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스타트업이 버틸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우존스 벤처소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미국에선 약 28%의 벤처기업이 벤처대출을 받았을 정도다. 글로벌에서 이름을 알린 우버나 페이스북, 구글, 스포티파이 등도 벤처대출을 이용했다.

기관이 스타트업에게 3~5년간 대출을 해주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대출 금액의 10~30% 수준의 신주인수권을 받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대출 직전의 기업가치로 책정된다.

세계적인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도 벤처대출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다.[사진=픽사베이]
세계적인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도 벤처대출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다.[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벤처대출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와 식스스트리트파트너스로부터 10억달러(약 1조2398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급한 불을 껐고, 결과적으로 나스닥에 상장하며 성공적인 벤처대출 선례를 남겼다.

최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벤처대출펀드 조성도 활발하다. 싱가포르 기반의 자산운용사 '라이트하우스캔톤'은 최근 2000만달러 규모로 1호 벤처대출펀드 조성을 마쳤고, 다양한 사모펀드들도 벤처펀드를 결성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투자는 이미 해외를 중심으로 보편화 된 자금 조달 대안"이라며 "대출형 자금조달로 기업가치를 깎지 않으면서 빠른 자금 확보가 가능해 성장통을 겪는 스타트업이 고비를 넘길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조성 중인 국내 벤처대출 시장

지난해 벤처대출을 진행한 국내 스타트업 홀썸브랜드 경영진.[사진=홀썸브랜드]
지난해 벤처대출을 진행한 국내 스타트업 홀썸브랜드 경영진.[사진=홀썸브랜드]

최근 유동성이 적어진 국내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벤처대출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증권사들도 벤처대출 모델 도입을 위해 사업성 검토 및 관련 상품 도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20년 정부가 혁신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증권사의 벤처기업 대출을 허용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또한 정부는 증권사의 벤처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 순자본비율(NCR) 등 건전성 규제도 완화해 스타트업의 자금 마련에 물꼬를 터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스타트업이 벤처대출를 단행하는 사례도 등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홀썸브랜드는 크로스보더 전문 투자사인 위더스파트너스로부터 200억원의 벤처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에는 IBK기업은행이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AC) 등 총 16개 벤처투자기관과 'IBK벤처대출 지원 및 초기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하며 벤처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업은행은 최근 기업의 자금수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올해 1000억원 규모로 IBK벤처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며 자금소진 시 지원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IBK기업은행이 벤처투자 업계와 함께 벤처대출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벤처투자 업계와 함께 벤처대출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사진=IBK기업은행]

국내 벤처대출 생태계 조성과 관련해 스타트업 업계는 환영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의 전략이 성장에서 생존으로 바뀔 정도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졌기에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지고 후속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 벤처대출의 활성화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며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적재적소에 자금 조달이 어려운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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