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벤처기업 간 인수합병(M&A) 활발해지는 주세
투자가뭄, 투자자금 회수로 시장이 어려워져 IPO외 엑시트 전략으로 주목
정부차원 민간 모펀드 조성 등을 통한 여건 개선의 지원도 이어져

직방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김정현 셰어하우스 우주 대표, 이용일 슈가힐 대표. 이들은 모두 직방이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이다.[사진=직방]
직방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김정현 셰어하우스 우주 대표, 이용일 슈가힐 대표. 이들은 모두 직방이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이다.[사진=직방]

[K글로벌타임스] 기업공개(IPO)는 국내 스타트업들에게는 마지막 단계이자 최종 성공의 지표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가뭄, 투자자금 회수의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공식은 깨지고 있는 추세다. 시장 침체로 인한 IPO환경의 동반침체, 투자자금 모집에 대한 어려움들로 인해 기업합병(M&A)으로 선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 투자가뭄 지속, 주목받는 스타트업 M&A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한 세무관련 스타트업 삼쩜삼. 삼쩜삼도 올해 두들팩토리, 스무디 등으로부터 투자 및 M&A를 완료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삼쩜삼]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한 세무관련 스타트업 삼쩜삼. 삼쩜삼도 올해 두들팩토리, 스무디 등으로부터 투자 및 M&A를 완료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삼쩜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집행된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5조3752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신규 투자금은 1조25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1% 감소했다. 중·후기 스타트업(3~7년차)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2조202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 같은 시점(2조4566억원)보다 투자 규모가 10.4% 줄었다.

이처럼 투자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스타트업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스타트업의 마지막 종착지는 IPO가 공식과 같이 여겨졌다. 그러나 IPO를 성공시킨 국내 스타트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IPO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국내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IPO만을 엑시트 방법으로 고려하는 추세였고, 그만큼 시장에 기업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투자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이러한 여력마저 없는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국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마켓컬리, 직방 등 대규모 스타트업들도 IPO 소문만 무성할 뿐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이러한 시장환경 탓에 또 다른 엑시트 전략으로 M&A가 주목받는 것이다. 엑시트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투자금 회수'를 의미한다.

엑시트 전략이 IPO에 치우쳐진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M&A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서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한 엑시트가 활발하다.

M&A는 IPO에 비해 투자와 시간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시간대비 효율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일본 등 해외 주요국가의 스타트업들은 M&A를 엑시트의 전략으로 삼고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많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과거 IPO에만 목적을 두던 스타트업들도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기조를 달리하는 모양새"라며 "국내에서 드물게 이뤄지던 M&A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가 데이터 상권 분석 스타트업 오픈업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왼쪽부터)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황창희 전(前) 오픈업 대표,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사진=핀다]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가 데이터 상권 분석 스타트업 오픈업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왼쪽부터)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황창희 전(前) 오픈업 대표,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사진=핀다]

◇ M&A, 외형확장 및 글로벌 진출의 기회 제공

과거 기업 실패의 결과로 여겨졌던 M&A는 이제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스타트업의 새로운 엑시트, 생존전략을 넘은 외형확장과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회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방은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M&A를 진행하는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M&A가 다소 생소하던 시기부터 꾸준히 외형 확장을 위한 기업인수를 진행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4월엔 아파트 실거래 시세 정보 서비스업체 호갱노노 지분 100%를 약 230억원에 사들이며 원룸에 국한된 시장을 아파트까지 확대했다.

이어 2019년에는 셰어하우스 기업 우주의 경영권을 인수해 상업용 부동산 정보 서비스업체인 슈가힐(네모)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명실상부 종합 부동산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직방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20년엔 청소서비스 ‘호텔리브’를 운영하는 이웃벤처를 비롯해 공지능(AI) 기반 건축설계업체 스페이스워크, 가상현실(VR) 기반 스타트업 큐픽스에도 투자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갔다. 도어락, 월패드 등을 제조하는 삼성SDS 홈IoT사업부를 인수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를 통해 해외진출을 발판을 마련했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M&amp;A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은 커리어 플랫폼 리멤버.[사진=드라마앤컴퍼니]<br>
M&A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은 커리어 플랫폼 리멤버.[사진=드라마앤컴퍼니]

이 밖에 금융 핀테크 스타트업 삼쩜삼, 핀다를 비롯해 명함 커리어 플랫폼 리멤버 등도 M&A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이처럼 IPO가 아닌 M&A를 통한 기업확장은 달라진 시장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등을 주제로 라운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등을 주제로 라운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정부차원에서도 모펀드를 조성해 벤처투자 생태계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민간 벤처모펀드 시대를 열어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모펀드라는 2개의 엔진으로 벤처투자 생태계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M&A 벤처펀드의 상장법인 투자 규제(현행 최대 20%)는 대폭 완화하고 M&A 벤처펀드의 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허용해 효과적인 벤처·스타트업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장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M&A는 스타트업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성장에만 몰두했던 과거와 달리 높은 기업 가치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추세"라며 "투자나 성장이 어렵다면 M&A를 통해 활로를 찾는 등 실리를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