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창립된 한국무역협회, 차별화된 스타트업 지원 사업으로 국내 스타트업 해외진출 도와
해외 파트너 부담 덜어주는 Pre-PoC 방식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실증 지원
“개별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위해선, 역설적으로 해외 스타트업 국내 진출 도와야”

[K글로벌타임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포춘 글로벌 500 기업 대상 오픈이노베이션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은 기술력이 실리콘밸리와 비교할 때 7.4점(10점 만점)이지만, 글로벌 진출 준비도는 6.1점에 그친다는 내용이 있다.

이 설문조사를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한 한국무역협회(KITA) 스타트업글로벌지원실 박필재 실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데모데이, 피칭대회, 멘토링 등 국내 스타트업 지원 사업은 이미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불가피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국내 정책은 ‘국내’, 그리고 ‘육성’에만 머물러 있다. 이 점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지적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외치는 박필재 실장이 주장하는 바가 유의미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그를 직접 만나봤다.

한국무역협회(KITA) 스타트업그로벌지원실 박필재 실장<br>
한국무역협회(KITA) 스타트업글로벌지원실 박필재 실장

 

맨토링, 데모데이, 피칭 교육 등 표준화된 스타트업 사원

본론에 들어가기 전, KITA에 대한 설명부터 하겠다. KITA는 한국 무역의 새로운 도약을 선도하는 무역진흥기관으로 1964년에 창립됐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오랜 세월을 기업과 함께한 KITA는 국내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며 중소기업, 나아가 스타트업과 손잡고 해외를 향한 길을 걷고 있다.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뉴욕과 워싱턴, 그리고 벨기에의 브뤼셀 등 세계 각국에 10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13개 지부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많은 엑셀러레이터들이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멘토링부터 데모데이, 피칭 교육 등 대부분 엇비슷하죠. 6년이 넘게 KITA에 있으면서 KITA만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2023 슬로건은 ‘스타트업 코리아’다. 그러나 임팩트 있는 슬로건만큼 지원 사업은 임팩트하지 않다. 박필재 실장의 말처럼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지원 사업은 충분히 매력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투자자들이나 글로벌 기업에게 ‘우리 스타트업의 장점은 무엇인가?’ 하는 대답에 많은 국내 스타트업이 IR을 충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실리콘밸리과 비교했을 때 10점 만점에서 기술력은 7. 4점.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은 이 기술력을 제대로 설파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글로벌 진출 준비도가 6.1점에서 멈춘 것은 아닐까.

 

산업 전문 박람회, 

앞으로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부문이 필수로 자리 잡을 것

박필재 실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화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창하는 1인이다. “아무리 경기가 불황이다 하더라도 대기업들은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지원을 끊임없이 늘릴 것입니다. 하다못해 최소한 유지라도 하죠. 새로운 혁신 기술을 대기업에서 개발하기에는 아무래도 많은 인력과 시간, 그리고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에 반해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필재 실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박필재 실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최근 자동차, IT, 뷰티 등 산업‧기술 박람회에 전통기업과 스타트업과의 테크 스카우팅 밋업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부상하는 것이 대중견기업들이 관심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화장품협회는 바이어 셀러 관점에서 코스메틱 360 전시회를 주최합니다. 이제는 전통기업과의 관계를 활용해 로레알, LVMH 같은 기업들에게 오픈이노베이션 미팅을 주선하는데요. 앞으로 기존 전시회에 이런 추세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KITA가 산업은행과 같이 준비하는 넥스트라이즈는 스타트업 중심의 종합대전이고, 전통 전시회는 반대편에 있는 셈인데 장차 넥스트라이즈에는 전통산업의 플레이어가 참여하고 전통 산업 전시회에는 기성 기업 중심에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방식이 주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ITA, 7가지 유형의 Pre-PoC를 해외에 제안하다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 실증사업(PoC)이다. KITA는 바로 이 PoC에 집중했다. 문제는 결과를 담보할 수 없는 PoC의 본질적 성격에 있었다. 해외 대기업은 PoC에 돈과 시간을 쓰기 때문에 선발에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그러다 보면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탈락을 하게 된다.

협력할 수 있는 기업들이 탈락하고 그보다 못한 해외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을 보면서 KITA는 매칭사업에서 PoC 사업으로 이원화 전략을 추구했다.

“해외 진출에 의사결정은 시장 반응이 1단계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집중을 했고, 저희 지원방식은 일종의 Pre-PoC입니다. 기존의 전형적인 PoC가 스케일이 크고, 또 막상 해봤는데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KITA는 Pre-PoC를 제안합니다. Pre-PoC는 약 7유형으로 나눠져 있으며 해외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는 방식은 테스트 후 피드백 제공입니다. 즉,  서로 부담 없는 수준에서 테스트 하는 것이죠. 이 부분을 나머지 6가지 유형으로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게 저희 몫이기도 합니다.”

7단계로 나눠진 Pre-PoC는 프로토타입 개발 후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점차 단계를 높여 나간다. 실제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해외 법인 설립 ▲계약 ▲PoC 연장 ▲해외 인증 추진 ▲기존 제품 성능 추가개발/개선 등으로 이어진다고 박필재 실장은 전했다.

물론 여기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대상은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의 요구에 맞춰 PoC를 진행하다 보면 글로벌 스탠더드나 니즈에 부합하지 않은, 그야말로 그 대기업에만 ‘안성맞춤’인 제품 및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스타트업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라며 박필재 실장은 거듭 강조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화되어야 한다

박필재 실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위해 테스트베드를 해외에 오픈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의견은 명확하고, 결과값이 확실하다.

“테스트베드 오픈에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문 하나만 더 열면 되는 겁니다. 이후 해외 스타트업이 테스트베드가 마음에 들면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하면 되는 거죠. 그렇게 해외 기업들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테스트베드를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는 그와 함께 영국을 예시로 들었다. 영국은 글로벌 샌드박스 제도를 신설했는데, 이는 치면 금융감독원 같은 전 세계 금융당국 기관들이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핀테크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아쉽게도 우리는 23개국에 들지 못했다.

이후 해외에서 테스트를 하면서 규제 측면에서 영국 내 규제가 기술의 흐름에 맞춰 개선될 부분이 발견되면 이를 연구한 뒤 규제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규제를 푸는 게 아니다.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기술과 규제가 함께 ‘업그레이드’되어 영국이 기술 혁신 국가로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인 셈이다. 영국뿐 아니라 일본, 스페인도 이러한 개방형 테스트 베드를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박필재 실장은 테스트베드 오픈에 대한 중요한 키워드를 하나 제시했다. “우리가 테스트베드를 오픈하면, FTA처럼 타 국가에게 테스트베드를 오픈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많은 시사점을 선사하죠.”

박필재 실장과 이금룡 K글로벌타임스 발행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박필재 실장과 이금룡 K글로벌타임스 발행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최근 CES, WMC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산업 박람회가 훌륭하게 개최되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역시 그 박람회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의 글로벌 진출 준비도는 6점대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국경이 무너지고 표준시간이 상관없어진 지금,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은 내수시장에 만족하지 않아야 한다. 더 큰 성장을 위해 해외로 나가야 한다. KITA는 그러한 스타트업에 흔치 않은 기회를 주는 곳 중 하나다.

박필재 실장은 “오는 6월 개최되는 넥스트라이즈를 포함해 스타트업은 전략을 가지고 KITA의 인프라를 전폭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계획했으면 바란다”고 전했다. K-스타트업의 글로벌화는 어쩌면 지금이 시작일지 모른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