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에서 중국·인도에 이어 한국은 3번째로 큰 스타트업 허브
재벌 영향력 억제, 한국 경제구조를 변화시킬 수도 무서운 잠재력

(사진 = 픽사베이)

지난 7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에서 대형 기술 스타트업이 번창하면서 가족 소유 대기업 집단인 재벌을 대체하고 한국 경제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어 ‘한국에서 대형 기술 스타트업들이 흥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부유하면서도 기술 활용도가 높은 인구와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한국의 창업기업들이 번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2000년대 인터넷 시작부터 새로운 벤처기업 태동

대한민국은 1990년대 말 인터넷에 의한 사이버 공간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경제에 도전하는 1967~68년생 이공계 출신 젊은 기업가들이 등장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 재벌 구조와는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 포털, 검색, 쇼핑 게임 등의 비즈니스 모델이 경제적 가치를 가지면서 新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김대중 정부가 벤처기업,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新경제 부문에 역점을 두면서 탄력을 받았다. 인터넷 성장에 필수 인프라인 초고속통신망을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인터넷을 활용한 벤처기업들의 창업이 이어진 것이다. 이들은 기존 대기업이 가진 제조업 기반 없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기술만으로 고성장을 이뤘다. 대표적이 기업인 네이버는 현재 시가 총액 63조이며 계열사만 1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네이버 계열사(네이버 포털에서 '네이버 계열사' 검색 후 캡처)
네이버 계열사(네이버 포털에서 '네이버 계열사' 검색 후 캡처)

 ▶ 2010년대 모바일 시대에 스타트업들이 주도

2010년 6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를 출시하면서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모바일 콘텐츠 경제가 시작됐다. 특히 스마트폰이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플랫폼이 크게 성장했고, 그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메신저, 쇼핑, 차량 호출, 음식배달, 모바일금융 등 실물경제의 많은 부분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인 카카오의 경우 현재 시가 총액이 55조로 제조업 기반의 전통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시가 총액(43조)을 뛰어넘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창업 5년 만에 상장에 성공해 기존 대형은행인 신한은행, KB국민은행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으며, 쇼핑의 최강자인 쿠팡의 경우에 지난 3월에 뉴욕 증시에 상장해 대기업이 장악하던 유통 시장에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카카오 계열사 로고(왼쪽 위부터 카카오뱅크, 카카오채널, 카카오쇼핑, 카카오스토리)<br>(사진 = 카카오 공식홈페이지 자료 필자 정리)
카카오 계열사 로고(왼쪽 위부터 카카오뱅크, 카카오채널, 카카오쇼핑, 카카오스토리)
(사진 = 카카오 공식홈페이지 자료 필자 정리)

▶ 2016년부터 인공지능 블록체인·메타버스 등 신기술 스타트업이 주도

2016년 3월에 개최된 바둑 최고 프로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은 향후 인공지능 경제의 시작을 알리며 새로운 기술 경제로 4차 산업 혁명이 거세게 몰아칠 것임을 예고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엄청난 경제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분야에 기존 대기업들도 과감하게 뛰어들었지만, 주도권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신생 창업기업들이 주도하면서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인공지능은 활용범위가 넓어서 전 산업군에 적용되고 있는데, 특히 핀테크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보이는 추세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 2020년 초부터 시작된 팬데믹 상황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약진

2020년 2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 상황은 대한민국 헬스케어 업계에 엄청난 행운을 안겨주었다. 시가 총액 3조 7,000억 원을 기록한 씨젠을 비롯해 시가 총액 1조 이상 기업들이 다수 출현한 것이다. 기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던 벤처기업들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스타트업들이 의료분야에 대거 진입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 기술 벤처 기업들이 한국 경제를 진화시킬 수 있을까?

2000년대 이후부터 한국 경제에 커다란 활약을 불어넣고 있는 기술형 벤처기업들은 기존 재벌 대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첫째, 기존의 대기업이 대단위 토지와 설비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 중심으로 1960년대 이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다면 새로운 기술형 벤처는 사이버 공간에서 또는 플랫폼에서 새로운 기술형 비즈니스 모델로 고객을 확보하며 성장하고 있다. 대규모 토지와 설비 재고가 필요하지 않음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재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금융자본이 아니라 벤처캐피털 자본이 기술 벤처들을 키우고 있다. 기존에 대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엄청난 투자를 대부분 은행 차입으로 충당하고 이자를 지불하는 구조로 기존 금융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술형 신생기업들은 초기에 엄청난 투자비용이 필요하지 않고 사업이 진전됨에 따라 Series A, B, C, D 등으로 구분되며, 대부분 벤처캐피털의 투자로 운용하게 된다. 이자 지급에 대한 부담 없이 투자에 의한 자금이므로 기술 개발에 전념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혈연과 인맥으로 계열 기업을 늘리고, 재벌 구조를 형성하고 있던 기존 대기업과는 달리 기술 벤처들은 창업 동지를 중심으로 역할 분담을 하며 혈연과 인맥에 의한 계열사 구조를 거의 형성되고 있지 않다. 실제로 계열사가 많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도 모두 전문성이 뛰어난 경영자들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멤버들은 카이스트와 같은 대학 동문이나 대기업의 사내벤처 등에서 시작된 기업들이 많다.

넷째, 기존 대기업이 혈연 중심의 재벌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대단위의 조립산업이 주요 기업으로 많은 협력회사와 하청회사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적으로 모회사의 주문에 의존하기에 가족 중심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술형 기업들은 대부분 그 자체가 독립적 지식 기업으로서 혈연이나 단순한 인맥 중심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중국·인도에 이어 3번째로 큰 스타트업 허브로 꼽힌다. 특히 2000년도 이후부터 기술형 스타트업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약진하고 있는 기술형 기업의 위력은 앞으로 인공지능,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가상경제가 더욱 커지게 되며 기존 질서를 대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이 꺼져가는 한국 경제의 불씨가 될 수 있을까? 강력한 불쏘시개가 돼 한국 경제를 활활 타오르게 할 성장 동력과 잠재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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